잡지 'illustration' No.128호 <테라다 카츠야 특집>에서 발췌.
토쿄 아사가야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어느 낡은 집. 최신의 디지털과 전통이 혼재하는 작업장으로 테라다 카츠야를 방문했다. 자신에 대해서 특별히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고 하면서도, 질문에는 성실히 답변한다. 쑥스러움을 머금은 조금은 무뚝뚝한 어투에, 그의 인품이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자신 이외엔 전혀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림을 그려 왔다.
테라다 카츠야는 '낙서의 왕'을 자칭하며, 자신의 그림은 어디까지나 낙서의 연장이라고 말한다.
낙서는 철 들었을 때부터, 말하자면 거의 생활같은 것. 지금도 작은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면서, 틈만 있으면 낙서를 한다. '뭔가 손이 비었을 때 낙서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마치 담배같은 것이지요. 초등학생 때부터 공책에 만화나 괴수의 그림을 그려선 친구들에게 보여주곤 했다.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었어요. 잘그린다는 소리도 듣고 싶었고... 제게 있어 그림은 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지요'.
그런 마음은 지금도 변치 않고 있다.
어릴 때 막연히,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작문에까지 써 있을 정도예요.(화가가)될 수 있다는 확증은 제 자신에게도 없었지만, 자신이 그림 이외에 다른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한번도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프랑스의 만화작가 메비우스와의 만남
테라다 카츠야는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의 경계선 상에 서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그런 입장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게된 것은, 프랑스의 만화작가, 메비우스의 작품을 만나면서부터이다. '제 자신 속에서 만화와 일러스트라고 하는 것은, 내내 밀접하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두 개를 나누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가장 강렬하게 존재한 사람은 메비우스였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그의 그림을 보고, 두 가지가 같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였습니다. 메비우스가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요...그만큼 그 사람한테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이전에 영향을 받았던 사람은, 만화가로는 테즈카 오사무(아톰, 레오 등의 작가)와 오오토모 카츠히로(아키라의 작가) 등. 회화에서는 베라스케스 등으로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구분하고 있었을 때도 있었다. 그것이 메비우스를 만나면서 하나의 라인이 되고, 그러면서 보다 깊이 그림에 빠져 들게 되었다. 그림체도 그 때까지 그리고 있었던 만화에서 변하기 시작했다.
뭐니뭐니해도 낙서만은 엄청나게 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일단 평범한 고등학교에 가기를 바랬지만,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기 위한 환경을 추구한 결과, 디자인과를 선택했다. 그 때부터 '자신의 그림'에 대한 의식이 생겨났다. '남의 그림을 보고 나도 이런 그림을 그렸으면'하는 그런 막연하고 순진한 느낌이 아니고, 난 무엇을 그리고 있는가, 좀더 잘 그릴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된 것이지요. 잘 그리고 싶다는 의식은 남보다 훨씬 강해, 제일선에서 활약하는 사람들과 비교해서 자신이 어느 정도인가, 언제나 객관적으로 자신을 냉철하게 관찰하였다.
그 후 아사가야 미술전문학교로 진학, '이젠 정말 그림 밖에 없다, 이거 아니면 없다' 는 생각을 강렬히 품게 되었다. 아사가야 미술학교 시절에 대해, 항상 낙서만 해대고 있었다고 술회한다. '젊었을 때의 시간은 상당히 느릿느릿 흘러가기 때문에, 가능한한 편한 쪽으로 가려고 하지요. 아카데믹하게 그림 공부를 한다던가, 미국의 아트 스쿨에 유학을 한다던가,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이 가질 않았습니다. 입으로는 별별 소리를 다 하면서도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았지요. 다만,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낙서만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 뿐입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주위에는 '테라다는 언제나 그림을 그리고 있' 는 것으로 비쳐졌다. 어느 날, 디자이너를 하고 있던 선생님이 음료수의 상품 팩키지의 작화를 의뢰해 왔다.
그것이 첫 일. 그저 낙서로 그리고 있던 것이, 부탁을 받고 그렸더니 돈이 되었다.
그것을 실제로 경험하고, 자신 안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까지 막연히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처음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하겠구나 싶은 느낌을 받았습니다.그림으로 받은 돈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 방세를 낼 수 있겠구나, 하고 말입니다.'그 후 테라다 카츠야는 학교의 선생님이나 선배들(후에 같이 일을 하게 되는 아마미야 케이타(일러스트레이터/영화감독), 카츠라 마사카즈(만화가) 등이 있다)을 통해 일을 소개받아, 여러가지 일을 소화해내게 된다.
10년간은 어쨌든 뭐든지 하자
졸업하고 프리가 된 어느 날, 미술학교 시절의 선생님으로부터 '이번에 자신이 아트디렉터를 하게 된 새로운 만화잡지가 만화가를 찾고 있다' 는 얘기를 듣고, 졸업작품으로 직접 제작했던 만화잡지를 들고 찾아갔다. 그래서 바로 16페이지 짜리 만화를 그리게 되었고, 그게 첫 만화의 일이 되었다.
'오는 일은 뭐든지 받아들이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어쨌든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10년동안은 군소리 말고 하자. 처음부터 여러가지 장르를 할 작정은 아니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그 안에 만화가 있고, 영화가 있고 삽화가 있고, 캐릭터 디자인이 있고, 그러다 정신이 들어보니, 게임과 영화, 만화, 일러스트레이션의 흐름이 생겨나 있었습니다.'처음 들어왔었던 너댓개의 일의 루트에서, 이상한 인연이 있어 서서히 일이 넓어져 갔다.
그리고 10년째에 '버쳐파이터 2'를 만나게 되었다.
미술학교 시절의 선배인 아마미야 케이타와 영화 일을 했었던 스탭이었던 사람이 세가(SEGA)로 옮겨, 일을 의뢰해 온 것이다. '당시엔 게임 자체가 세상에 널리 선전되었던 시기로, 그 중에서도 에폭크 메이킹한 게임이었으니까요, 그런 의미로 좋은 일을 주셨었지요.' 이 일로 일약 지명도가 높아져, 이름과 그림을 같이 기억해주게끔 되었고, 일의 수도 비약적으로 불어났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를 메인으로 일을 해 가자하고, 꼭 10년 째가 되어 처음으로 그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싶은 느낌입니다.'
디지털로 이행하다
지금은 디지털로 제작을 합니다만, 디지털로 옮겨온 것은, '버쳐2'로부터 1년후. '버쳐파이터'를 만화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와, 거의 같은 시기에 '대원왕'의 연재도 시작이 되었었지요. 이 두 개의 만화가, 테라다 카츠야의 디지털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이 되었다. 컴퓨터는 그 2년 쯤 전부터 쓰기 시작하고 있었다. '디지털로도 괜찮겠다 싶었던 것은, 주변(출판사 등)에서 파일로도 OK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달라붙지 않고, 주변의 상황을 보면서 천천히 들어갔기 때문에, 디지털로의 이행은 그리 힘들지 않았지요. '화구의 하나'로써 위화감없이 부드럽게 옮겨갈 수 있었습니다.'
본 적이 없는 세계를 그려보고 싶다
자신이 그리는 세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 이라고 정의한다.
'실제로는 없는 것,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좋아합니다. 그걸 어떻게 상대방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느냐' 하는 것. 어릴 때부터 SF를 좋아해서, 중학교 3학년 때에 창간된 SF비쥬얼잡지 '스타로그'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
당시엔 지금처럼 정보가 흔치 않던 시절이라, 늘 정보에 굶주려 있었던 때에 그런 것을 만나게 되어, 방향성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 때까지 SF적인 것을 발표할 무대가 적었습니다. 만화라던가 프라모델의 껍데기 정도였지요. 그렇게 엄청나게 적은 곳에, 영화라던가, 게임, 애니메이션으로 그런 세계가 일로 넘쳐왔다.가장 커다란 것은 역시 게임이었지요. 엄청나게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자질에 맞는 것을 그릴 수 있는 시절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 그 경계선상에 있는 것
99년에 작품집 '테라타 카츠야 전부'를 간행했다.
'화집을 내자는 이야기는 전부터 있었지만, 아직 내기에는 그림이 너무 부족하다 싶어 내내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코단샤(講談社)에서 화집 얘기가 들어왔을 때, 마침 시간적으로도 어지간히 작품들이 갖추어졌을 때였지요. 10년간의 총결산이란 의미도 약간 있어, 내심 떨리는 가슴으로 간행을 찬성했습니다.
자신의 본분은 낙서에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싶었던 것도 있어, 결과적으로 그런 자신의 본질을 확인하는 작업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집은, 그 때까지의 일을 총망라하는 것으로, 새로 그린 그림도 다수 있고, 흑백 페이지에는 소묘와 낙서적인 작품도 들어 있다. '자신의 그림을 그다지 고상한 것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그런 참에 뭔가 드라마가 있는 그림의 세계가,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의 경계선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요. 그것을 찾는 의미도 있어, 낙서도 넣어 이런 책으로 하자, 하고 제가 말을 했던 것입니다.' 한 장의 그림으로 승부를 거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스토리가 있는 만화로는, 단지 출력형태가 다를 뿐으로, 생각하는 머리는 같다고 한다.
'그림 한장에도, 그 그림을 받쳐줄 수 있는 세계가 있어, 결국 뿌리는 같은 것입니다, 제 속에서는요. 그림 한장이라도 막연하게 스토리를 생각하지요 그야말로 그 경계에 뭐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거든요. 그림 한장에 뭔가 엔터테인먼트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자신도 실은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그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단지, 그것이 낙서를 원류로 하여 태어날 것임은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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