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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3대 일러스트레이터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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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일러스트레이터' 3인방.
게임 이전에 이미 우리가 있었다!


 
좌로부터 정준호, 김형태, 강우호 작가

  21세기 젊은 문화의 중심은 이제 온라인 게임이다. 게임업체들은 온라인 게임시장으로 속속 진출하며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발표한 <2002 대한민국 게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게임 규모는 2천 680억 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게임시장 규모 1조원대의 27%로 지난해보다 42%가 늘어난 수치라 한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시장이 급팽창을 보이는 것은 다른 장르의 게임보다 수익성이 뛰어나다는 판단 때문. 일반적으로 온라인게임은 매출 대비 50% 이상 순익이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거대한 게임산업이 있기 위해서는 그 기초가 되는 일러스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게임이 좋든 나쁘든 우선 사용자들이 처음 대하게 되는 것은 그 게임의 이미지나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게임 산업 성패의 절반이상은 캐릭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얄팍한 손재주만으로 일러스트를 하는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이다. 작금의 시대는 IQ와 EQ 그리고 뛰어난 창의력과 따라잡을 수 없는 상상력으로 몇 천 억대 시장의 게임 일러스트를 창조해 내기 때문. 게임관련 분야는 이제 젊은이들이 가장 열망하는 직업이며 놀이문화로 변모하였다. ‘Enjoy’자체가 ‘Job’으로 연결되며 그러한 것들을 선호하는 지금의 시대에 이런 류의 ‘희열’이란, 디지털시대로 들어선 지금, 단지 소비하고 마는 일시적 문화가 아닌, 진보적이며 발전적인 ‘Young-Culture’의 최일선에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이런 21세기의 문화를 이끌어갈 젊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디지털일러스트와 만화>전시회(5.31.-6.7일)와 작품 경매(6.8일)가 서울 옥션 청담점에서 열려 세인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21세기 젊은 문화의 중심에 선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3인방
  정준호(엔씨소프트. 26), 김형태(소프트맥스. 24), 강우호(프리랜서. 26)이들 세 명의 작가들이 바로 젊은이들이 밤을 새우며 열광하는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단지 캐릭터뿐 아니라 게임기획에도 참여하며 게임의 전반적인 개발 작업을 함께한다. 그만큼 일러스트는 중요한 것. 

  현재 올 여름에 공개되는 ‘리니지2’의 캐릭터를 작업중인 정준호 작가는 마치 작품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멋지고 개성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전시회장에 들른 많은 팬들에게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과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만화가를 지망하다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환한 이유가 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 “장점이 많습니다. 좀더 진보된 장르거든요. 게임은 만화보다 적극적인 면이 많습니다. 수동적 감상이 직접적인 체험보다 낫진 않으니까요. 게임은 실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죠. 또다른 이유를 들자면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것도 있습니다. 출판시장이 붕괴되고 책을 멀리하는 풍토가 강해진 환경요인이죠. 물론 아직도 만화에 애착이 있긴 합니다.(웃음)”
  “<매트릭스>나 <스타워즈> 등 헐리웃 영화에 오리엔탈리즘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게임 쪽은 어떠한지요?” “마찬가지입니다. 변화의 문제죠. 고정 장르는 이제 안됩니다. 요즘의 세계적 흐름은 퓨전이예요. 대중은 보지 못했던 걸 보길 원하고, 물론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찾아 보여주길 원하는 것 또한 우리가 하고싶은 일입니다. 때문에 영화에서 보여지듯 게임에도 복합적인 사상이 표현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경매를 진지하게 관람하고 있는 작가들. 경매대에 올려진 정준호 작가의 작품 'Virtuous'가 보인다.
  김형태 작가는 ‘템페스트’, ‘마그나카르타’등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캐릭터를 그려왔다. 냉철한 말투와 달리 순수한 모습에서 풍기는 카리스마는 또다른 그의 매력. 그는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해 할말이 많은 듯 보였다. “6월 8일 있을 경매에 세점씩 출품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일러스트레이터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만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 순수한 목적입니다. 게임, 만화, 등 세부 장르로 나뉘는 게 아니라 단지 ‘일러스트레이션’ 자체로 평가되고 소비되었으면 하는 겁니다. 우린 아직 그게 모자라요. 굳이 동화, 게임, 만화를 나눠서 경중을 매기려는 이들이 있거든요. 일러스트는 일러스트 그 자체여야 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는 김형태 작가의 말에 기자도 한표.
 



  가장 마지막에 만난 강우호 작가는 프리랜서로 활약하며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는 또한 가수 ‘이가희’의 뮤직비디오 캐릭터 디자인을 하기도 했단다. 실제로도 순정 만화속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외모와 말투로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열심히 해야죠.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해서 그것만 보면 안됩니다. 모든 분야를 이해하고, 보고, 느끼고 자기 것으로 표출시켜야 해요. 무엇이든 일단 즐겁게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르에 상관 없이요. 매번 같은 코드만 답습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시작해야 하는 거죠. ‘기초와 이해’ 그게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말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세 작가는 모두 아직은 배우는 중이라며 어느 한곳에 얽매이기보다 여러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태 작가는 대중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대중이다’라는 생각으로 벽을 쌓지 않는 열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정준호 작가는 대중들이 자신의 그림을 봤을 때 어떤 ‘드라마’를 느꼈으면 하는게 바람이란다. 그저 멋지다, 잘했다 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게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그 무엇’을 강조하였다. 또한 두 작가보다 좀더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들고 있는 강우호 작가는 지금의 그림들은 단지 과정에서 나오는 이미지 정도이며 아직 색깔을 찾고 있는 단계지만 어떤 분위기라도 맞출 수 있는 ‘전천후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들 세 작가가 한국을 넘어 세계문화코드의 중추적 인물로 나아갈수 있다는 확신을 느낄수 있었다. 

  정준호, 김형태, 강우호. 이 3인의 작가는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1세대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들이다.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언어는 바로 ‘그림’. 그중 이들은 ‘게임 일러스트’라는 새로운 언어를 익히며 대중과 소통해가고 있는 중이다. 어느 소설가는 나쁜 글이 나오든 좋은 글이 나오든 쓰고 있는 그 행위만으로 만족감을 느낀다 했다. 뭔가 끊임없이 쓰는 것이야말로 작가 자신에게 살아있음을 확인시키는 존재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테니까. 이 3인의 작가들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그들도 자신들만의 언어로 나름의 존재감을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들은 그림이란 결국 자기만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보는 이에게 자신의 생각과 내면을 투영시켜 표출하는 ‘또 하나의 세계’라 말한다. 때문에 이로 인해 대중들은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고 나름의 세계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리라. 이렇듯 세 작가의 마지막 목표는 결국 시작과 같은 ‘그린다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대중과의 ‘진정한 소통’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지난 6월 8일에 있었던 '디지털일러스트와 만화' 경매포스트 (사진제공)
<디지털일러스트와 만화> 경매 열려
  
경매의 역사는 18세기에 시작된 소더비의 서적과 크리스티의 미술품 경매로부터 시작하였고 현재까지 가장 권위 있는 경매 역시 그것들이다. 이렇듯 경매라 하면 일반적으로 ‘소더비’ 경매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으나 21세기에 들어서 그 품목과 정책이 다양해지며 이색 경매들이 많이 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디지털일러스트와 만화>경매. 청담동에 위치한 경매장을 가득 매운 세대와 국가를 넘어선 사람들의 모습이 몹시 색다르게 비쳤다. 

  이번 경매에서는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정준호, 김형태, 강우호 세 작가 외에도 ‘힙합’으로 유명한 만화가 김수용씨의 작품과 나예리의 원화 등 20여점의 작품들이 경매에 들어갔다. 또한 작가들의 작품 포스터와 화보집, 액션 피규어도 전시, 판매하며, 창작 애니메이션 영화 상영도 함께 진행되어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작가들은 모든 작품에 에디션을 달고 작품의 희소성을 위해 석점만 출력하기로 하였으며 더 이상의 유통생산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였단다. 그러므로 이번 경매에서 낙찰된 작품을 가져간 행운아들은 다시는 볼 수 없는 단 하나의 작품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라 할 수 있다. 경매에 참가한 작가들은 진지한 자세로 지켜보면서 자신의 작품이 호가될 때에는 긴장한 듯이 보였다. 몇몇 유찰된 것들 외에 출품된 작품들은 거의가 낙찰되어 이번 전시와 경매를 통해 ‘일러스트레이션’ 이라는 장르에 좀더 폭넓은 이해와 깊은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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