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개발자는 불쌍하다.
- GameSpot KOREA 김찬준
"한국 개발자는 불쌍해 보여요." 이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의 게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와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런 충격적인 말을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다음 두 가지였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지? 그럼 너희들은 과연 어떤데?"
나는 기자 업무상 게임회사를 방문할 일이 많다. 개발사와 유통사 그리고 개발자에서부터 운영자, CEO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회사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상황에 따라 그리고 시대에 따라 이들의 모습은 달라졌다. 게임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게임회사들은 비즈니스 여건도 좋아졌으며 대우도 좋아졌다.
1990년대, 게임회사들의 환경은 정말 열악했다. 월급도 제대로 못 받아가며 좁은 단칸방에서 라면을 주식으로 하고 불철주야 게임만 개발하던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내가 했던 생각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이 사람들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나는 이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건방진 생각이었지만 나는 이들을 최대한 기사화 해주어 좋은 결과를 갖게 해주리라 생각했었다. 그만큼 내 눈에도 그들이 힘들어 보였다.
2004년 현재, 게임회사들의 환경은 실로 엄청나게 좋아졌다. 강남 최고의 임대료를 자랑한다는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에 입주했으며, 대우도 좋아졌다. 주 5일제 근무와 예전에는 없던 사원복지도 누린다. 무엇보다도 게임을 오락거리로 치부하던 예전의 곱지 않은 눈길이 이제는 게임을 21세기 디지털 문화 산업의 역군으로까지 바라볼 정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게임개발자는 불쌍하다. 엔씨소프트, 웹젠, NHN, 그라비티 등 한해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임 기업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게임 회사들의 개발자들의 사회적 위치와 대우는 해외 선진 개발사와 동떨어져 있다.
취재 차 해외 게임회사들을 방문했을 때 놀라는 점 중의 하나는 개발자에 대한 대우였다. 주차장에 있는 BMW, 포르셰, 벤츠들은 대부분 개발자들의 소유였다. 개발자는 사장에서부터 부사장, 이사, 등 임원으로서 회사의 실질적인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그들은 야근도 하지 않았다. 철야 등의 섣부른 힘의 소비는 능률을 떨어뜨리고 창조력을 저해한다고 믿고있었다.
메탈 기어 솔리드를 만든 히데오 코지마는 코나미의 부사장이며, 파이널 판타지의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스퀘어의 사장이다. 둠과 퀘이크의 존 카멕은 id 소프트웨어의 사장이며, 심 시리즈의 윌 라이트, 블랙앤화이트의 피터 몰리뉴 역시 사장이다. 내가 너무 스타급을 논의했나? 내가 본 외국의 게임 회사에서 개발자들이 임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는 너무 흔히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가? 개발자 출신의 임원은 보기 힘들다. 조금 성공해서 돈이 모이기 시작하면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이 영입되며, 개발자는 기껏해야 형식적인 종이 이사 자리를 갖기 일쑤다. 회사가 커질수록 개발과 관련 없는 사람들은 더더욱 늘어나게 된다. 심지어 개발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주식과 돈의 숫자 놀음을 거치며 회사 주인이 예상외의 사람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는 와중에 돈과 수에 밝은 사람들은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의 이익을 챙기게 된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챙기는 셈이다.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겠다. 그에게 왜 한국게임개발자들이 불쌍해 보이냐고 묻자 외국 게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 회사와 미팅을 해봤는데 개발자를 대하는 사장의 태도와, 눈치를 살피는 개발자들의 표정을 통해 한국 개발자들의 사회적 위치를 볼 수 있었다. 게임 개발사의 꽃은 개발자다. 성공은 이들에게 달려있는데 가장 높은 목소리를 내어야할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적어도 내가 기대했던 온라인 게임 강국을 만든 한국 개발자들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 외국인이 다소 오바 내지는 오해했다고도 생각된다. 아직 한국 게임 산업이 걸음마단계여서 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게임 개발사라면 개발자들이 기를 펴고 활개를 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사에서 목소리가 가장 커야할 사람, 대우가 가장 좋아야할 사람은 개발자여야 한다.
'씨뿌린 사람이 잘 가꾸어서 열매를 따먹는' 상식이 통해야 한다. '씨 뿌리는 사람'과 '열매를 따 가는 사람'이 다르다면 게임 산업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게임 강국 코리아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개발자들을 당당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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