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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20대의 20%, 1/5을 투자해서 만드는 것이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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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비노기 홈페이지에서 퍼온 김동건 님 (나크) 의 개발자 컬럼입니다. 감동적이네요...
내 젊은 날을 부어서 만들 게임... 정말 노력해서 잘 만들어봐야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나크입니다.
 
컬럼형식으로 쓰기로 했는데 스크린샷 때랑 전혀 다를게 없어서 아에 구분을 하기로 했습니다.
스크린샷도 이 게시판을 통해 올리겠습니다.
 
"스크롤에 압빡"이라고 코멘트 달릴게 눈에 선합니다. (라고 쓰면 더 확실히 쓸 것도 선합니다)
 
서비스 산업에 적응하기
 
오픈베타 초기까지는 모든 글을 다 모니터링했습니다.  게시판 글이 큰 하나의 텍스트 파일로 만들어져서 매일 전송되지요.그런데 하루에 글이 만개가 넘게 올라오는 상황이 되자 글을 모니터링하는데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GM분들이 분업해서 모니터링하고 주요 글을 이슈트래킹이라는 제목의 정리된 메일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누는 것은 글을 읽는데 드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감성적 필터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타 게임에 비해 커뮤니티 수준이 높고 유저 여러분들도 호의적이지만, 꽤나 뻔뻔한 저도 역시 게시물을 30분 정도만 읽고 있어도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특히 버그 리포트는 심한 욕설이 담겨있기도 하고 글의 감정표현 수위가 꽤나 높지요.  남들 노는 시간에 욕먹으며 개발하는 것은 그리 힘나는 일은 아닙니다.   남들 다 쉬는 휴일에 밤까지 일하는데 "패치는 남들 자는 새벽에 해야지. 정신이 있는거냐? 데브캣" 같은 글을 보면 괜히 읽기 시작했다 싶은 기분이 들죠.  
 
읽으면 뭐하냐 왜 대답하지 않느냐?  유저와 타협하지 않고 맘대로 결정하느냐?
보통은 왜 내가 원하는 답을 말하지 않느냐? 쪽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불만을 가지고 폭발적인 게시물로 커뮤니티를 선동중인 상태에는 뭐라고 이유를 설명해도 "영자가 이따위로 말했다"로 밖에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검토하겠다"라고 답해도 "하겠다"로 받아들여집니다. "검토하겠다고 해놓고 왜 아직도 안하냐?"  라든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도 개발일정이나 다른 변수를 고려하기 전에는 답해서는 안되죠.  "말해놓고 안지킨다."  "이렇게 써놓고 이게 뭐냐?"  "약속도 안지키는 데빌캣"     예... 물론 답하지 않으면 무시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1. 의견을 받아들여 일정을 수정하기 -> 일정이 늦어진다는 질책을 받습니다.
2.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 유저의 의견을 무시한다. 듣는 척만 한다.
3. 답을 하지 않기 -> 무시한다.
 
그 외에도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1. 책임자가 답변하기(나크) ->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2. 담당자를 정해서 답변하기 -> 형식적인 답을 한다는 질책.
 
서비스를 제공해서 돈을 버는 산업 모두가 이런 고객응대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겠습니다만, 게임은 본래 서비스 산업이라기보다는 제조업에 속했던 것이라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욕은 먹는 상황을 종사자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원인이기도합니다.   이런 업계인줄 알고 온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요.   (속인건 아니예요.)
 
국내 게임 산업 자체는 제조업에서 점점 서비스 산업으로 이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조업을 기대한 개발자들은 운영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지요.
 
개발자와 유저
 
개발자는 자신이 만든 게임을 알아주는 사람,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 자신의 작품이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업계에 뛰어듭니다.   개발자의 생각대로 만든 작품을 유저가 찾는 구조를 꿈꾸고 있습니다.  게임이라는 제품을 작품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개발단계에서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고려해본 적이 없습니다.   "드라마의 결말을 시청자 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라고 생각하는 자존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의 유저분들은 철저하게 서비스로 생각을 합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의 입맛에 맞추어 서비스를 즉각 변경하기를 요구하지요. 월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온라인 게임이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이대로 안해주면 다같이 떠나겠다"와 같은 과도한 권리 요구가 많아졌습니다만, 적어도 런칭 이후라면 근본적으로 고객의 이러한 요구는 정당합니다.
 
온라인 게임의 사업 방식을 보자면 분명히 서비스임에도, 각 게임이 차별화하는 요소는 창조성과 개발자의 통찰에 의한 선택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적정선을 유지해야만 생명력있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선은 '새로운 것을 만들 것이냐, 입맛에 맞는 제품을 출시할 것이냐'와 같이 제작사나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서도 결정되지요.  
 
이런 견해의 차이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히 개발자가 서비스를 안하는 것입니다.  개발자가 개발과 운영 모두에 프로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다 만든 다음에 출시하고 라이브팀이 운영(GM업무와 런칭후의 추가 개발을 포함)하는게 사실은 정답입니다. 개발과 운영 각 방면의 프로가 필요한거죠.   하지만 운영의 프로를 찾기, 육성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욕먹는 일상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원하는 것이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예초에 다 만들어서 출시할 수 없는 수 많은 이유들이 있으며, 특히 한국에는 더 많습니다.


 
젊은 산업 그리고 생계
 
저는 92년 PC 게임의 태동기에 업계에 뛰어든 1세대 게임 제작자입니다.  그럼에도 30살 밖에 되지 않았으니 대부분 게임 업계의 종사자들은 20대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산업을 지탱하는 인력자체가 젊다는 것은 좋습니다.   수개월 이상 몇 시간씩 자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젊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정말로 초인적인 업무량을 견뎌냅니다.   주 7일에 하루 16시간 일하는 것이 대단한 일이 아닐 정도입니다.(월급은 주5일제 8시간 분) 
저는 라면 먹고 맨날 지저분하게 틀어박혀서 게임을 만든다라고 헝그리한 면을 강조하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습니다.(정말로 그랬지만)   업계자체가 발전하고 인력시장에서의 인식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그런 극단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는 사라져야 하고, 설령 고생하고 있는 현실이더라도 어려움에 대한 동정보다는 노력과 성취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 바램이 있습니다.   '고생이 로망'이라고 생각을 21세기까지 하는건 곤란하겠지요.
 
보통 게임은 개발하는데 2년에서 3년 정도 기간이 걸립니다.   MMORPG는 초기 발전기 동안 개발서포트를 계속하기 때문에 4~5년 정도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짧게 2년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이는 20대의 20%나 됩니다.   소중한 20대의 20%, 1/5을 투자해서 만드는 것이 게임입니다. 
 
게임 업계에 들어오는 사람 중에 부모님이 시켜서 들어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스스로 그 선택이 가치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사자 각각의 열정이 높고, 그만큼 자존심도, 결과에 대한 현시욕도 강합니다.   그렇기에 앞서 말씀드린 고객의 서비스에 대한 요구와 심리적 충돌도 생겨나고 회사의 관리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업계를 뜨기도합니다.  휴학을 하고 업계에 뛰어들었다가 복학으로 그만두는 케이스도 무시 못할 정도로 많습니다.(이런 것은 다른 업계에서 보면 웃음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거나 모두가 자기가 원하고 자기가 선택해서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고 소중한 젊음을 바칩니다. 이는 산업보다는 종교의 그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열정이 있음에도 10개 중의 9개는 완성되지 못하며 완성된 것 중 20개 중 19개는 실패하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닌 세계적인 현실입니다.
 
게임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매력있는 일이기 때문에 높은 실패율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뛰어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젊은이가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적인 경제력을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가능할지조차 아직 한국에서는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40대까지 실무를 하는 게임 개발자가 나온 적이 없을 정도로 업계 자체의 역사가 짧은 상황이지요.
 
게임업계로
 
저는 업계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일(業)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도 분명히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일은 취미와 일의 경계가 매우 불명확합니다.   놀이로 하던 것이 일이 되어 정작 쉬어야할 시간에도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자로 먹고 살정도의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일을 하지 않으면 밥을 굶게 됩니다.  재미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안해도 되는 자유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더 해도 되는 자유는 확실합니다;;;)
 
"아니 왜 저렇게 밖에 못하는거지?"
"영자양반. 나라면 이렇게 하겠소."
 
하는데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업계로 발을 담그기 시작하는 듯합니다.
 
과거의 사람들이 '나도 이러이러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하는 계기에서 출발한 세대라면 그 후는 '나라면 이렇게 할텐데...'하는 계기로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가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는 세대가 되었달까요.
 
마비노기의 예를 들어도
마비노기는 이미 3년전의 기획으로 제작된 게임입니다.  
3년전의 기획이라고 하니 마치 먼곳의 별빛이 도달하는 것 같은 느낌이군요.

 
지금 즐기고 있지만 오래된 기획이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아이디어를 실체화하는데는 긴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즐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마비노기에 영향을 받아 떠오른 여러분의 새로운 아이디어, 개선점, 더 재미있는 요소들을 담은 게임이 3년뒤에 출시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마비노기 혹은 다른 게임에 대한 애정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새로운 창조와 업계의 발전으로 이어졌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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