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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적으로 봤을 때 리니지2는 고마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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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는 한국 MMORPG 시장을 열어준 존재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온갖 천편일률적인 Hack & Slash(쌈박질만 하는거...) 쓰레기 온라인 게임을 양산케 한 도화선이다. 이때문에 한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에는 그래픽만 바뀐 리니지 짝퉁이 활개를 쳤고, 이런 현상에 대해 개발자들은 내심 '제2의 아타리 쇼크가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주 : 아타리 쇼크 - 옛날 전세계 게임기 시장을 미국의 Atari 가 독점하고 있을 때, 독점상황만 믿고 저열한 게임을 양산하다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아서 결국 엄청나게 큰 손실을 입고 망해버려서 한동안 게임업계를 불모지로 만들었던 사건)

그러나 바로 그러한 불안을 없애준 장본인이 리니지2 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안감은 리니지2의 아버지 격인 리니지가 만든 것이지만 말이다. 리니지2가 한국 게임업체에 끼친 영향은 쉽게 말하면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이 정도 퀄리티 나올 정도로 돈 부을 생각 아니면 MMORPG 만들지 마라', 다른 하나는 '유저의 눈은 내가 높여 놓았다'라는 것. 쉽게 말해서 MMORPG 시장의 진입장벽을 확 끌어올려서 대부분의 쓰레기들이 정리되게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을 막아주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금전적인 진입장벽이 높아지니 다른 게임 회사들은 좋든 싫든 리니지2와의 정면승부를 피해야 했다. 당연히 핵앤슬래시 MMORPG 이외의 게임을 연구하고, 만들게 된다. 이것은 게임 시장 내 컨텐츠의 다양성에 대단히 도움이 되는 일이다. 또 유저의 눈이 높아지니 그저 그런 허접한 게임들은 죄다 시장에서 사장된다. 유저들이 MMORPG 라는 장르 자체에 대해서 실망해가고 있었다는건 현역 개발자라면 다 아는 일이다. 그 주된 이유는 바로 천편일률적인 저수준 모방품의 난립이었는데, 이것을 리니지2가 쓸어버린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아주 환영할만한 일인 것이다.

리니지2가 이렇게 교통정리를 해준 덕에 마비노기같은 게임도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마비노기 처음 봤을 때 가장 걱정했던건 '너무 많은 온라인 게임 사이에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다'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리니지2가 나오자 대부분의 유저들은 '어차피 핵앤슬래쉬 스타일을 할거면 리니지2를 하고, 다른 게임은 볼 필요도 없다.'라고 생각했고, 그 후 다른 스타일을 찾는 유저들이 리니지 짝퉁게임들에 발목 잡히지 않고 마비노기나 팡야같은 게임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겉보기에 비슷비슷한 수준의 게임이 아주 많았던 2001 년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마비노기가 아무리 새로운 시스템을 들고 나왔어도 묻혀버렸을 공산이 컸었다는건 주지의 사실.

리니지를 욕하면서 리니지2까지 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전술한 그대로이며, 더 나아가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는 경쟁자인 중국을 따돌릴 수 있는 카드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이런 기대는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보고 더욱 커지고 있다. 

ps:그러니까 지금 리니지 짝퉁인 핵앤슬래쉬 MMORPG 기획은 하지 마라. 만들고 있던거라면 그래픽이라도 좀 다르게 & 뽀샤시하게 만들어서 내놓고. 시장에서 똑같은 리니지2와 똑같은 포지션이라면 KIN 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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