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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상문

인문학 입문서 추천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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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책 보기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찾아오는 시기가 있습니다. 볼수록 읽을수록 뭔가 허전한 기분. 마음에 뭔가 느껴지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수 없다는 답답함. 뭐 대충 그런 비슷한 감정들이 발견되는 시기 말입니다. 바로 그때가 '인문학'이라는 영양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많이 들어보셨죠? 인문학이라고. ^^








 인문학 [人文學] 이란 무엇일까?



먼저 '인문학'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는게 좋겠습니다. 나는 '인문학'을 정의하는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들이었습니다. 모두 다른 말이었지만 사실상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말하면 '인문학에 대해 정의내리는 일' 또한 인문학스러웠던 것입니다. 내가 정의하는 인문학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문학이란, 인간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한 학문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핵심은 저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인간을 잘 이해하기 위한 학문. 굉장히 포괄적인 설명이지만 실제로 인문학이라는 분야는 상당히 넓습니다. 문학, 예술, 정치, 경제, 사회, 철학, 종교 등등...거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입니다.


인문학을 지식, 상식, 교양 정도로 이해하는 것도 별로 적당하지는 않습니다. 지식, 상식, 교양 이라는 단어에는 벌써 '정답'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읽혀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인생에 정답이 어딨냐'라는 말처럼 '인문학'은 어떤 정답을 찾기 위한 학문은 아닌 것이죠. 인문학은 '인간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 '깊고 풍부한 사유의 실마리'를 제공할 뿐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위한 더 좋은 그 무엇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가장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목차 살펴보기





1장 현대사회 철학을 만나다
01.‘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가짜의 세계 ―장 보드리야르
02. 권력은 어디에나 있다. 세련되고 숨겨진 형태로 ―미셸 푸코
03. 그래도 이성은 죽지 않았다 ―위르겐 하버마스
04. 위험사회와 성찰적 근대화 ―울리히 벡
05. 악의 평범성, ‘사유 불능성’의 죄 ―한나 아렌트
06. 존재가 본질에 앞선다 ―사르트르
덤&덤 앤디 워홀과 보드리야르
워터게이트 사건과 하이퍼리얼리티 전략
보드리야르 왈,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후기 구조주의
원형감옥과 정보화사회
하버마스 식 철학하기
하버마스, 촛불문화제에 어떤 입장을 취할까?
우리나라 ‘공론장’의 한계―대학의 예
사르트르는 왜 노벨 문학상을 거부했을까?
사르트르 옆의 사람들
확인하고 넘어가기

2장 현대사회 문화를 보다
07.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조지 리처
08. 이제는 ‘문명의 충돌’이다 ―새뮤얼 헌팅턴
09. 문명은 공존할 수 있어! ―하랄트 뮐러
10. 동양에 대한 관념, 오리엔탈리즘 ―에드워드 사이드
11.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성찰 ―제인 구달
12. 오래된 미래와의 만남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덤&덤 포드주의와 그 한계
새뮤얼 헌팅턴과 올린재단
이라크전쟁, 헌팅턴과 뮐러는 어떤 입장을 취할까?
동남아인에 대한 사고와 오리엔탈리즘
서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 옥시덴탈리즘
확인하고 넘어가기



목차를 보시면 한번쯤 들어본 단어들도 있고, 생소한 이름이나 용어들도 보일겁니다. 그래도 겁먹지 마세요. 생각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저자 최진기씨가 비교적 쉽게 설명하려고 많이 노력했더군요.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이 책이 많이 팔리지 못했을 겁니다. 부록으로 동영상 CD도 있어서 복습하기도 좋습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최진기씨는 꽤 유명강사입니다. 강사계의 김제동 정도 될까요? 재밌는 분이죠. ^^





 인문학으로 본 민주주의 사회 구현 방법은?


책에 너무나 많은 내용이 있어서 전부 소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2014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 중 한가지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해서 인문학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고 이해되도록 해보겠습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민주주의 후퇴다, 역행이다, 라는 말이 나오고 한 발 더 나아가 '독재정권', '유신회귀'라는 지성인들의 비판까지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국내외에서 이런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을 우리는 '소통의 부재'라고 압축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진단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위르게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 입니다. 그는 독일철학자, 사회학자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중 한명입니다. 하버마스 철학의 핵심은 '공론장 이론'과 '의사소통 행위이론'입니다. 제가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것을 간략하게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진실성과 정당성을 가진 말(주장, 토론)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공론장의 회복이

역사의 발전이며 그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현실은 어떻습니까. 공론장의 가장 핵심인 언론의 기능이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이명박 정부 탄생 이후 지금까지  언론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멈췄습니다. 오히려 권력자들이 언론을 이용해 정권 비판자들을 빨갱이, 종북주의자로 몰아가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입니다.


수 년간 9시 뉴스가 얼마나 황당하게 변했는지 아십니까? 그 나라의 가장 중요한 데일리 TV뉴스 시간에 동물, 날씨, 생활정보들이 넘쳐 납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아주 뒤쪽에 단신 처리로 끝내거나 아예 보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뉴스를 보겠지만 정말 심각한 상황인 것입니다. 그나마 남아있던 인터넷 공론장도 겁주기와 여론 조작을 통해 지속적으로 무력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도서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하버마스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미디어의 공론기능의 부재 ▶ 시민적 공론장의 쇠퇴 ▶ 여론형성 부재 ▶ 엘리트 그룹과 국가의 일방성


이렇듯 인문학은 지성인들의 비판이 정당한 것인지, 평범한 국민들의 '뭔가 잘못되고 있다'라는 느낌이 정말 합리적인 감정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철학자 강신주는 최근에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소통'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립니다.





소통은 비우는 것이다. 다른 것이 담겨야 소통이 된다.

비우지 않으면 소통은 불가능하다.

원칙을 앞세우는 것은 소통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인문학의 필요성과 역할, 목적 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이 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진기의 '인문의 바다에 빠져라'는 고등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역사 왜곡 교과서로 시끄려운 요즘 자녀들에게 이 책을 꼭 선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떤 선물보다 가치있는 선물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저는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의 교육 과정에도 '철학 교육'이 필수과목으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 조건에는 인문학적 소양을 테스트하는 과정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논리'가 다른 모든 분야를 썩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문학까지도 저 논리에 휘둘릴 지경입니다. 비록 이것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민주주의의 기본틀은 지켜지는 선진국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급속도록 황폐화되어 가는 중이며, 그것은 '인문학이 죽어버린 국가'를 의미한다고 해도 지나친 해석이 아닙니다.


이 책이 무언가를 당장 해결해주는 것은 아닙니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설책도 좋지만 앞으로는 인문학 서적에도 관심 주기를 소망합니다.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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