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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상문

구해줘! 기욤뮈소의 생크림 같은 프랑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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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꽤 사이버틱하다. 소설 <구해줘>를 읽어봤다면 왜 내가 저런 이미지를 선택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궁금하다면? 읽어보도록. ^^ 이 소설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사랑과 이별을 그린 로맨스 소설이지만 판타지 요소가 레몬즙처럼 뿌려져 있다. 달콤하면서 상큼한 맛. 85주 연속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의 <구해줘>는 그런 소설이다. (스포일러 없음)







 그 남자와 그 여자, 1초가 운명을 바꾸다


29살의 프랑스 여자, 줄리에트 보몽.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로 뉴욕을 왔지만 현실의 벽은 참으로 높고 험했다. 가져왔던 돈은 모두 떨어져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패배감에 사로잡힌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한다. 그 시간, 같은 하늘 아래에 있는 또 한명의 남자. 오래전 사랑하는 아내가 자살하고, 그 죄책감과 허망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소아과 의사 샘 갤러웨이. 끝이라고 생각할 때 또 다른 길은 열리는 법이라 했던가. 샘과 줄리에트는 평소와 조금 감정상태를 갖게 되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게 된다. 항로를 벗어난 두 배는 우연히 보물섬을 발견한다. 그렇게 새로운 인생은 시작되는 듯 했다.



두 사람은 첫 눈에 서로에게 반한다. 한편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불안정한 부분을 감추기위해 절반의 마음만 연다.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랑은 그런 걸까. 갖고 싶지만 미안하고, 말하고 싶지만 두렵다. 누구라도 반만 열리는 문으로는 반대편으로 쉽게 들어갈 수 없는 법. 짧은 만남 동안 뜨겁게 사랑했던 두 사람은 각자의 처지가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것으로 생각하고 이별을 결심한다. 이제 사랑은 죽음의 경계선과 가까워지고 10년 전 죽었던 형사가 지상으로 내려와서 임무를 하게되는데...


우리의 역사는 바로 그 1초에서 비롯되었죠.

단지 그 1초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당신 얼굴을 영원히 보지 못했을거예요.

그 짧은 1초가 아니었더라면 당신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을 테죠.

그 짧은 1초가 아니었더라면 당신은 그 비행기에서 내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1초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죽었겠지.

줄리에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프랑스 작가 VS 미국 작가


처음 이 책을 구입하게 된 동기는 문화와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소설을 맛보고 싶어서였다. 조금 색다른 느낌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죽음의 사자'가 등장했을 때는 '오~'하는 탄성이 나오기도 했지만, <구해줘>를 한 줄로 평가하자면 '생크림 같은 소설'이다.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많이 먹으면 질린다. 내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아마도 기욤이 작중인물의 감정상태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 독서 취향에서는 그 부분이 오히려 감정이입에 방해가 되었다. 다분히 개인적인 평가이므로 기욤의 팬들은 이해하시라.



       vs     



왼쪽은 영국에서 활동중인 미국 소설가 더글라스케네디, 오른쪽은 <구해줘>의 작가 기욤 뮈소다. 둘 다 프랑스에서는 인기가 많다. 유치한 생각이라고 핀잔을 주겠지만, 나는 둘 중에서 프랑스 독자들에게 누가 더 인기가 많은지 너무나 궁금하다. 왜냐하면 내가 비록 두 작가의 책을 한권씩만 읽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글라스 케네디


- 단문이 상당히 많아서 읽기가 편함.

- 은유법, 비유법이 적어서 문장 이해가 빠름.

- 담백한 표현력과 전달 능력이 우수.

- 인물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감.

- 전체적으로 정제된 느낌(차분 & 차가운 느낌)을 준다.


 기욤 뮈소


- 인물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많음.

- 비유법이 많아서 오히려 종종 감정이 괴리됨.

- 인물과 사건에 대한 비중을 비슷하게 다룸.

- 전체적으로 낭만적이고 따듯한 느낌이 강함.


적어도 내가 볼 때 한 명의 독자가 두 사람 모두의 진정한 팬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내 취향에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문체와 구성 등이 더 마음에 든다. 물론 더 많은 작품을 읽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옳겠지만, 작품마다 작가의 개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가 없기 때문에 내 생각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이웃 중에 프랑스 출판계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다면 꼭 좀 물어봐주시라. 과연 누가 더 인기가 많은지. 부탁한다.




 <구해줘>는 사랑에 목숨거는 사람들의 이야기




<구해줘>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샘과 줄리에트, 그레이스와 루텔리, 두 쌍의 커플이 등장한다. 모든 이야기는 그들이 만들어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상대에 대한 '사랑'이 <구해줘>의 모든 것이다. 즉, 사랑을 전부로 설정하고 쓴 소설이다. 이것은 기욤 뮈소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는 '인생은 곧 사랑, 그 자체'라고 말하는듯 하다.


나는 사랑 이야기가 없는 작품을 상상할 수 없다. 

사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사랑 혹은 사랑의 결핍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는가.    - 기욤 뮈소 -


이런 소설이 프랑스에서 인기를 얻었다는 것은 프랑스인들이 사랑에 목말라 있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낭만파들만 모여있는 국가라는 뜻일까? 솔직히 말해서 기욤이 한국의 신인작가였다면 이 소설이 출판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사랑에 목숨거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자연적인 현상이 데코레이션된 소설을 한국 출판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한국인들이 책을 지독하게도 안 읽기 때문이기도하지만, 이슈나 유명세 없는 작가는 종이책으로 찍어내기 힘들다. 생각해보라. 먹고살기 힘들고, 전쟁 걱정이나 해야되는 나라에서 신인작가의 괴상한 사랑타령을 누가 책으로 내주겠는가. 나는 이런 책이 잘 팔리는 프랑스가 부럽다.



 나는 기욤뮈소(Guillaume Musso)의 프로필을 보고 정말 놀랐는데, 출판하는 작품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서 6연속 밀리언셀러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것도 이제 마흔살이 된 남성 작가가 말이다. 더군다나 그는 고등학교 선생님이다(지금도 교편을 잡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문학적으로 대단한 소설은 아니다. 다만, 작가에 대한 설명에 있는 것 처럼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삶, 상처, 오해, 단절, 죽음 그리고 치유와 사랑. 기욤은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이 '사랑'이고, 그것이 소설로 증명되었음을 재차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의 글쓰기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기욤의 스타일을 생각했었다. 진짜다. ㅎㅎㅎ 현실과 판타지가 적절하게 조화된 유니크한 소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배웠다. 또 하나, 프랑스 국민은 정말 로맨틱하다는 것도 배웠다. 나에게 <구해줘>는 2% 아쉬운 소설이었지만, 배움은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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