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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상문

문장강화, 이태준의 소설 쓰기 기본적인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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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강화』에 대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 책이 지금으로 부터 대략 70년 전에 쓰여졌다는 사실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정말 놀랐습니다. 정확히 1939년 부터 『문장』 이라는 문학 잡지에 연재되었다가 단행본으로 발행되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개정되어 현재까지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1939년. 그때는 일제강점기입니다. 그 당시 우리 글도 많이 없었을 것이며, 우리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배우기도 쉽지 않았을 시기인데 어떻게 이런 글이 나왔는지 신기하고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문장강화

-이태준-

 

 

 


우선 책 제목을 살펴보면 '문장을 강화시킨다', '문장 수준을 올린다'라는 의미로 이해가 됩니다. 완전히 틀리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정확한 의미는 아닙니다. 책 제목은 '문장 이야기' 정도가 됩니다. 한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전자는 강화[强化]이고 후자는 강화[講話]입니다. 저도 한자에는 무식쟁이라 직접 찾아 보고 알았습니다.

 


'소설 쓰기 기본적인 가르침'이라는 제목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이 도서는 소설 작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플롯'에 대한 이야기도 없습니다. 대화, 인물, 사건 등에 대한 가르침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현대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글 제목을 저렇게 정한 이유는 이 책이 단순히 '문장'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소설가 지망생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다른 글쓰기 책에서 보지 못한 가르침과 철학이 많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목차를 살펴보겠습니다.

 


 

 

제1강 문장작법의 새 의의
1. 문장작법이란 것
2. 이미 있어온 문장작법
3. 새로 있을 문장작법

 

제2강 문장과 언어의 제문제
1. 한 언어의 범위
2. 언어의 표현 가능성과 불가능성
3. 방언과 표준어와 문장
4. 담화와 문장
5. 의음어, 의태어와 문장
6. 한자어와 문장
7. 신어, 외래어와 문장
8. 평어, 경어와 문장
9. 일체용어와 문장

 

제3강 운문과 산문
1. 운문과 산문은 다른 것
2. 운문
3. 산문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설 쓰기에 필요한 테크니컬한 기법보다는 문장의 종류와 성격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차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태준의 보석같은 조언들이 책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에 이제 막 소설 쓰기에 관심을 갖은 분이라면 큰 가르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도 '글쓰기'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지만 밑 줄 그어가면서 읽은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의 할 것은 나중에 책을 사보더라도 가장 최근에 개정된 것을 읽어야 한다는 것. 아무래도 오래된 책이다 보니 부분적으로 현대식 표현으로 바뀐 것을 보지 않으면 가르침을 놓칠 수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저자 이태준이 어떤 식으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지 극히 일부 예를 드는 것으로 소개글을 마칠까 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저의 말'로서 이 책의 가치를 전달하기 보다는 직접 체험하시는 것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자 이태준도 천재가 아니라면 글쓰는 기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론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 책도 그런 그의 생각을 담아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그 당시 기준으로) 창의적인 문장 보다는 한문체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개성없는 문장들이 많았고, 그런 감정이 배제된 수사법들은 잘못된 문장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책 내용의 일부를 그대로 소개한 것입니다.



 난초를 그리는 데 법이 있어도 안 되고, 법이 없어도 안 된다. - 김정희 -

  


 새로운 문장 작법 3가지 기준 


첫째, 말을 짓기로 해야 한다.

....중략....'말 곧 마음'이라는 말에 입각해 최단거리에서 표현을 계획해야 한다.....중량....글은 죽이더라도 먼저 말을 살리는 데, 감정을 살려놓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자신만의 문장이어야 한다.

...중략...현대는 문화 만반에서 개성을 강렬히 요구한다....중략....감정과 사상을 교환하는 수단으로 문장처럼 편리한 것이 없을 것이니, 개인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은 현대 문장 연구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 생각한다.

 

셋째, 새로운 문장을 위한 작법이어야 한다.

'물론 나도 완전한, 전통적인, 그리고 고전적인 프랑스어로 무엇이고 쓰고 싶기는 하다. 그러나 무엇이고 그런 것을 쓰기 전에 먼저 나에겐 나로서 말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 나로서 말하고 싶은 그런 것은, 유감이지만 재래의 전통적인, 그리고 고전적인 프랑스어로는 도저히 표현해낼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기 때문이다.'[각주:1]

 

 담화[각주:2]의 표현 효과


- 담화의 필요성

1) 인물의 의지, 감정, 성격의 실면모를 드러내기 위함

2) 사건을 쉽게 발전시키기 위함

3) 담화 그 자체에 흥미가 있기 때문에

 

...중략...인물들의 심리는 곧 인물들의 행동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심리를 단정시키는 담화는 곧 행동가지 단정시킬 수 있어 담화 한두 마디로 행동, 사건을 긴축 및 비약 시킬 수가 있다....중략...구구한 설명보다 오히려 선명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이다....중략....담화를 적게 넣고 많이 넣고 해서 표현을 효과적이게...

 

 평어, 경어와 문장


...중략...평어는 공공연하고 경어는 사적인 어감이다. 그래서 '~습니다 문장'은 읽은 사람이 더 개인적인 호의와 친절을 느끼게 한다. 호의와 친절은 독자를 훨씬 빠르게 이해시키고 감동시킨다...중략...경어는 일인칭(나)으로 쓰는 데 적당하고 내용을 독자에게 자세하고 찬찬하게 호소할 필요가 있는 회고류, 정한류와 권격류에 적당하다.

 

 말을 많이 알아야 할 것


...말의 공부 방법으로는 듣는 것, 읽는 것, 만드는 것 이 세 길일 것이다. 듣는 것과 읽는 것을 졸업할 정도가 되어야 만들어 쓰는 데 비로소 짐작이 날 것이다.

 

 인물의 표현


글에 나오는 필요한 말과 행동, 사건을 써나가는 속에서 그 인물의 성격적인 것을 독자는 모르는 새에 한 점, 한 획씩 가벼이 터치해나가 읽고 나면 은근히 그 인물이 두르러지게 해야 가장 자연스럽다.

 

 


어떻습니까. 이 책에 대해서 감이 조금 오시는지요. 『문장강화』에는 많은 예문이 실려있습니다만 아쉽게도 고전과 근대 소설의 내용을 인용하여 요즘의 독자들이 읽기에는 그 깊이를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시대적으로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글에 대한 그의 통찰력과 필력은 사람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만 봐도 예상이 가능합니다. '한국의 모파상[각주:3]'. 과연 그의 단편 소설에서는 어떤 향기가 나는지 꼭 찾아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문장강화』를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1. 이태준은 프랑스 작가 Paul morand의 주장을 인용하였다. [본문으로]
  2. 대화 [본문으로]
  3. 모파상 :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연주의 작가 (1850~189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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