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케네디의 '빅픽쳐'. 재밌다. 너무 재밌다. 소설을 아껴서 읽었던 경험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너무 화가 나고, 한숨도 자꾸 나오고, 연민의 감정이 사라지질 않는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 원한다. 당장 읽지 않더라도 반드시 사놓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러면 언젠가는 이 소설을 읽게 될 것이고, 미리 구매해 놓은 것을 다행이라고 여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당장 서점을 방문하자. 장르? 글쎄다.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고, 스릴러 소설이기도 하다. 뭐 장르가 중요한가. 소설의 결말을 두려워 하며 읽어야 한다는 뉴욕타임스의 광고가 허풍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스포일러 없음)
벤과 베스의 좌절된 꿈 | ||
벤 브래드포드.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변호사.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돌보는 가장. 중상류층이 모여사는 깨끗한 동네에서 고급차와 고급술을 즐기는 남자. 이웃들 역시 수천달러짜리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벤이 여기까지 올라오는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다. 그는 사진작가의 꿈을 위해 오랜 시간 아버지에게 저항하며, 꿈을 향해 달려갔지만 현실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결국 아버지의 소원대로 법률공부를 시작하고,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얻게 된다.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고급 카메라 수집가로 변질되고 만다. 그냥 이대로 살았어도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다. 그러나 신은 그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아내 베스와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아내는 결혼과 함께 임신을 하게 되고, 자신의 꿈에 투자하는 시간만큼 육아에도 매진해야 했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 마다 퇴짜를 맞자 화살은 남편 벤에게 돌아간다. 이제 부부는 대화도 줄어들고, 서로에게 따듯한 눈빛을 보내지 않는다. 벤은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만, 아내는 박탈감과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점점 빠져들게 된다. 베스의 피해의식은 물처럼 차갑고, 불처럼 뜨겁게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 한 때는 너무나 사랑했던 남편 벤에게는 가장 치명적으로.
참을 수 없는 분노 | ||
책을 읽으면서 벤의 아내에게 미친듯이 분노가 일었다. 책을 읽다가 잠시 덮어 놓고, 큰 숨을 몰아쉬어 진정 시키기를 여러번 했다. 짜증이 났고, 평소 이해심 많다는 나의 인내력에 한계를 느꼈다. 대체 남편 벤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말인가. 그에게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죄 밖에 없다. 적어도 책 속에서는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엉뚱하게도 '이래서 여자를 잘 만나야 한다'라는 교훈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마치 그것이 이 책의 전부인 것 처럼 말이다. 한편으론 그것이 <빅픽처>의 힘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저자 더글라스케네디에게는 인물의 디테일한 심리를 심플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죽고 못살만큼 사랑하는 사이라도 어떻게 서서히 무너질 수 있는지 비참한 심정으로 제1장의 마지막을 덮었다. 나는 그녀를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분노했고, 찝찝했고, 두려웠다.
결혼을 하자고 한 사람은 당신이야. 이사하자고 한 사람도 당신, 일을 포기하고 소설에 전념하라고 부추긴 사람도 당신이야. 당신이 바라던대로 다 됐는데 더 이상 얘기할게 뭐 있어? - 베스 -
살인자의 행복을 기원하다 | ||
벤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의 죄값을 '도망자'로 선택한다. 평소 우리는 자신은 못해도 제3자에 대해서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습관적으로 요구한다. 나 역시 그렇다. 평소같으면 당당하게 경찰서로 걸어가라고 말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제발 그가 잡히지 않기를 바랬다. 남아 있는 인생은 제대로 살아주기 바랬다. 새로운 여자를 만나서 알콩달콩 살지는 못할지라도 죄책감에 시달리며 알콜중독자로 죽어간다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막다른 길에 다다른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더글라스케네디는 독자의 그런 심정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벤이 도망자 신세로 어떤 상황, 어떤 사람과 마주하더라도 가장 적잘한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 사람들의 공감을 충분히 살 것이며, 무서운 몰입도를 만든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벤의 치밀한 도주 계획에 빠진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는 벤이 되어 있었다.
나의 행동 유형이 정해졌다. 낮에는 고속도로, 밤에는 모텔, 오직 현금만쓰기. 대화는 절대로 나누지 않기. 몇 마디만 계속쓰고 또 썼다. 그 어디에서도 하룻밤 이상 머물지 않았다. - 벤 -
더글라스 케네디의 두번째 책을 구매하며 | ||
<빅픽처>는 프랑스에서 영화화되어 상영되었다. 예고편 동영상을 올릴까 하다가 가시적인 영상이 상상력에 방해가 될까봐 생각을 접었다. 미국 작가이면서도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작가라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어느 정도일까? 2006년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고, 유명 신문인 '피가로'지에서 수여하는 그랑프리상을 받았단다. 나는 기본적으로 '광고'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돈만을 요구할 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소설은 '밀리언셀러'다. 그것도 더글라스케네디의 대표작 중 하나란다. 내가 인터넷 서점에서 소설분야를 기웃거릴 때 마다 추천 목록에 올라왔었는데, 왜 이제야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맞어, 맞어'를 연신 외쳤다.
뉴욕 타임스 :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마지막 페이지가 다가오는 게 두려울 만큼 흥미진진하다!
더 타임스 (Times) : 손바닥이 따끔거리는 긴장…… 더할 수 없이 매혹적이다.
데일리 메일 : 계속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무서운 우화!
인디펜던트 (미국) : 굉장한 스토리, 세련되고 재미있는 스릴러!
익스프레스 : 밀리언셀러를 바라는 출판인에게는 꿈같은 작품. 전개가 빠른 스릴러이며 현대사회를 깊이 있게 통찰해 스릴러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은 소설.
컴퍼니 : 마지막 장까지 계속 빨리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다.
리터러리 리뷰 : 멋지게 노골적이다.
선데이 텔레그래프 : 뛰어나게 현실적인 심리적 통찰!
선데이 타임스 : 케네디는 강약과 긴장을 조절하는 데 매우 뛰어난 감각을 지닌 작가다.
에스콰이어 :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재주 덕분에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 내달리지 않을 수 없다.
오혜진 : 영화를 책으로
선데이 인디펜던트 : 뛰어난 이야기, 빼어난 문체.
선데이 트리뷴 : 최근 출간된 서스펜스 소설 중 《빅 픽처》보다 뛰어난 작품을 아직 보지 못했다.
GQ : 얽히고설켜서 눈을 뗄 수 없는 스릴러!
<빅픽처>는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과 살인, 현실과 꿈, 욕망과 번민에 점철된 '벤 브래드포드'를 통해 인생의 기막힌 반전과 운명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 남과 달라야 살 수 있다는 강요된 상식 속에서 제법 있을 법한 내용으로 빨려들게 만들었던 소설, <빅픽처>. 아주 인상깊게 읽었던 소설 <렛미인>이 아이들의 성장소설이라면, <빅픽처>는 꿈을 잃은 성인들을 위한 성장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누구나 꿈꾸었던 삶을 이루지는 못한다. 그렇다고해서 시궁창에 쳐박혀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삶의 의미와 희노애락을 갖고 서서히 끝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자 순리인 것이다. 대문호 세익스피어는 말했다. '경험이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얻은 값진 보물'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얻게되는 수 많은 경험들은 당신이 파국에 이르지 못하도록 하는 브레이크와 같지만, 인간은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으므로 언제든지 파국의 중심에 서 있을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 그것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벤 브래드포드'의 운명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미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빅픽처>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알려하기 보다는, 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며 살면 안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간이다. 그 전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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