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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라는 한국식 제목과 달리 잔잔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로빈 윌리암스가 악역으로 나오는 보기드문 영화이기도 하고요. '악역'이기는 하지만 평소 영화에서 보였던 그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플롯을 가지고 있다보니 자극적인 영상이나 거친 말들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드라마에 가까운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영화가 좋은 느낌으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20대까지는 필름을 넣는 카메라를 사용해 본 경험이 없을 것입니다.
어디 여행을 가거나, 생일 잔치를 벌이거나 할 때는 과거에도 사진기가 항상 등장했었습니다. 지금이야 액정을 통해서 미리 결과를 확인할 수도 있고, 눈이라도 감았을까 서너번씩 같은 모습을 찍지만 과거에는 사진작가가 아니라면 그런 일은 흔하지 않았습니다.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필름값이 부담스러웠으니까요. 어쩔 때는 필름 교환을 잘못해서 한장도 제대로 못찍은 것을 나중에 알고는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일도 빈번했었죠. 변하지 않은게 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진기만 갖다 대면 손가락으로 'V(브이)'자를 그린다는 것.
지금은 길거리에서 사진 현상소를 보기가 거의 힘들지만, 제 기억으로....1997년까지만 해도 빛 바랜 졸업사진과 연예인 사진으로 꾸며진 사진 현상소가 거리에 드문 드문 살아있었습니다. 현상소는 추억을 만드는 공간이었죠. 멈춰진 시간을 잡아두는 마법같은 곳이기도 하구요.
영화 속 싸이(로빈 윌리암스)가 말하듯 사진에는 늘 즐거움만 있고, 웃음만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울고 있거나, 괴로워 하거나, 고통스러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은 지우고 싶은 것이지 남기고 기억해야 할 모습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즐거웠던 현실과 '그 현실'을 찍은 사진의 본질은 항상 같지 같습니다. 싸이는 그것에 분노하고, 교정하려고 애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스토커'라는 한국식 제목에는 묘한 슬픔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관객을 모으기 위해 싸이를 무섭고, 파렴치한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조금 색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스릴러와 드라마의 중간쯤 있을 이 영화는 싸이의 범죄 행위 보다는 고독하고 외로운 그의 인생이 더 부각되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범죄자인 그가 조금도 미워보이지 않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 나왔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는 천사인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 행복을 부여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천사가 악마를 싫어하는 것을 범죄라고 하기에는 너무 냉정한 판단이고요.
정말 문제많은 가정이라면 이런 스토커가 한번쯤 출동하는 것도 사회에 경종을
울릴만한 사건이 될 것 같다는 상상을 해봅니다만......너무 많은 스토커가 양산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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