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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상문

필사로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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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라는 주제로 포스팅을 작성할 때 마다 긴장감이 듭니다. 읽는이를 가르쳐보겠다는 마음가짐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맨 얼굴로 집 밖을 나서야 하는 여자의 마음 같다고나 할까요. 몇 개월 전에 사두었던 책을 어제 다 읽었습니다. 하루만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었지만 다른 책에 한눈을 팔다가 늦어졌습니다. 저자 명로진이 발행한 책 제목은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이하 글쓰기책) 입니다. 오늘은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제 기준에서 볼 때 이 책은 '초보자용'이지만 아니기도 합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은 결코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고, 큰 글씨와 중간 중간 웃음 나오는 코멘트가 있어서 편하게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루는 범위가 좀 넓습니다. '글쓰기 입문자'에게는 한 문장 만드는 것도 어려운 시기라서 저자의 가르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 같더군요. 그렇다면 초보자가 얻어갈 것이 없다는 소리일까? 그건 아닙니다. 글쓰기를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궁극의 비법은 바로 '베껴쓰기(필사)'라고 저자는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끈기만 있다면 누구라도 가능한 일이라서 초보자에게 도움되지 않을까요?

 

[관련글] 초보자용은 아니지만 문장의 기본을 알려주는 추천 도서 - <좋은문장 나쁜문장>

 

 

 

 

 실제로 작가 지망생들은 필사를 많이 합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비교적 최근에 알았습니다. 저의 자만심 때문이었습니다. 더 자주, 더 고민하면서 글을 쓰다보면 실력이 늘게된다고 믿고 있었거든요. 저자의 주장을 들어보시죠.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베껴쓰기다. 나보다 글을 더 잘 쓰는 사람의 글을 베껴 쓰면 된다. 왕도는 없다. 오늘 당장 소설가 김훈의 책을 모두 사서,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매일 세 쪽씩 베껴 써 보라. 1년 뒤, 당신은 김훈처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김훈 같은 소설가가 된다는 보장은 못 한다.)

 

 아쉬운 점은 '어떻게 베껴 써야하는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필사하기에 좋은 글이 한 두쪽 실려있기는 합니다. 심산, 이철환, 정혜윤, 박종호, 박범신, 김어준, 공지영, 성석제, 홍세화 등이 이미 써놓았던 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김어준의 글이 포함되었다는게 좀 놀랍네요. ^^)

 

 

 

 

 사실이 그렇다면 이 책은 가장 중요한 핵심을 빼먹은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글쓰기책>에서 알려주지 못한 '베껴 쓰는 방법'에 대해 감히 말해볼까 합니다. 지금부터 말하려고 하는 방법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방법과 그동안 제가 글을 써오면서 깨달은 것들이 적절히 녹아있습니다. 절대적으로 믿을 필요는 없지만,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 주는데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특정 작가를 고집하지 말 것

제가 위에 저자가 한 말을 인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김훈처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도 말했듯이 여러분은 '김훈'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어서도 결코 안됩니다. 그러나 특정 작가의 글만 필사하다보면 닮아가기 마련입니다. 가급적 다양한 문체와 문장을 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를 것

다양한 글을 필사한다고해서 지겨움을 억지로 참고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작가가 있고 그들마다 개성과 매력이 있습니다. 유명한 작품이라서해서 무조건 선택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필사에도 노력이 필요한 것인데 기왕이면 즐겁게 할 수 있는 도서를 고르시길 바랍니다.

 

 가급적 국내 작가를 먼저

옮긴이가 있는 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그 미묘한 이질감을 아실 겁니다. 번역본은 온전한 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번역은 새로운 책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죠. 가급적 한국 작가의 작품을 먼저 선택하시고, 나중에 번역본으로도 훌륭하다고 검증받은 책들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저도 아직 못찾았네요. 장르는 상관 없습니다.

 

 컴퓨터 보다는 원고지나 노트에

컴퓨터의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면 자칫 '베끼기를 위한 베끼기'가 돼버립니다. 그건 필사의 목적이 아닙니다. 작가의 문장력, 구성, 맥락 속의 숨겨진 의미, 글 전반에 흐르는 주제의식 등을 새롭게 느끼고 배우자는 것이 목적입니다. 원고지에 쓰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쓴다면 필사 노트에 쓰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필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습관 되었다면 그때는 컴퓨터를 이용하세요. 그때는 맞춤법 확인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추천 사이트]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반드시 한번은 정독

필사할 책을 고르셨다면 한번은 정독하시고,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 하세요. 자신이 읽었던 책을 일주일 후 필사를 통해서 다시 읽으면 조금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작품 속 인물에 더욱 밀착되면서 처음에는 몰랐던 것들이 반드시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죠. ^^

 

 부분 보다는 전체를

눈과 손으로 다시 읽는 것이기 때문에 책의 부분보다는 전체를 필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기성 작가들도 좋은 문장은 반드시 메모를 했다가 자기만의 문장으로 살려낸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작가가 아닙니다. 문장만 배우고자 한다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우리의 목적이 그것뿐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부부만 쓰면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 경우가 많더군요. ^^

 

 필사 추천 도서는?

저도 아직 읽지 못한 책들입니다. 그러나 필사를 하시는 분들에게 널리 알려진 책 3권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순전히 참고용으로만 이해해주세요. (클릭하시면 해당 도서 소개를 볼 수 있습니다.)

 

 오정희 - 불의 강 외

 김승옥 - 무진기행 외

 조세희 - 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 외

 

 

 어떠세요? 이제 글 잘쓰는 방법을 찾은 것 같으신가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얘기는 아직 안했습니다. 그것은 '필사는 필사고, 자기만의 글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짧더라도 가급적 매일이요. 일기를 쓰셔도 좋고, 블로그를 개설해서 일상의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기만의 글쓰는 시간을 낼 수 없다면 필사할 시간에 다른 것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소설가든 드라마 작가든 시나리오 작가든 모든 글쓰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고 '죽은 글'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좋은 글', '나쁜 글'은 있어도 '죽은 글'은 없습니다. 실망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멋진 글을 쓰겠다는 욕심,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시고, 말하듯이 편하게 쓰시면 됩니다. 어떻게? 친구와 수다 떨듯이. 애인에게 사랑 고백하듯이. 그 애인에게 화를 내듯이. 건필하세요. ^^

 

 

하버드 대학교의 우수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기자들이 물었다.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가장 많은 대답은 놀랍게도 '돈을 잘 버는 사람'도 '유명한 사람'도 아닌, '지금보다 글을 좀 더 잘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였다.

 

- 박하식의 <이젠 세계인으로 키워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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