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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상문

설득의 논리학, 2% 부족했지만 끝까지 읽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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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조금 낚시 같은 느낌이 있다. 나는 처음 서평을 읽고 꽤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설득'은 '생존'과 밀접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 받으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면서 한두가지라도 '설득을 잘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냥 '논리학에 대한 교양서적'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논리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은 분명 지루하게 읽을 수 밖에 없다. 글은 읽었지만 많은 것이 마음에 남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각보다는 빠르게 마지막 장까지 읽었는데, 그 이유는 글 중간 중간의 예시가 깨소금처럼 고소하고 맛있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보듯이 '말과 글을 단련하는 10가지 논리도구'가 이 책의 부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말과 글이 세련되어지고, 설득력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책은 거짓말을 말한 것일까. 그건 아니다. 이 책에 기록된 것들은 꽤 흥미롭다. 우리가 현자라고 불리는 오래전 사람들의 재밌는 논쟁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일단 목차를 보자.

1장 소크라테스의 광고 전략 - 수사학과 예증법
설득은 논증이다 | 논증이란 무엇인가 | 아홉 개의 설명보다 한 개의 예를 | 토피카를 만들어라! | 소크라테스가 광고를 만들었다면

2장 셰익스피어 씨! 논리학 좀 아세요? - 삼단논법의 세 가지 변형
셰익스피어의 수사법 | 셰익스피어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 | 진부한 것은 가라 생략삼단논법 | 조목조목 증거를 대라 대증식 | 꼬리에 꼬리를 물어라 연쇄삼단논법 | 아리스토텔레스의 사다리를 딛고

3장 아리스토텔레스가 논술문을 쓴다면 - 배열법과 yes-but 논법
논증과의 숨바꼭질 | 바버라 민토는 못하는 것 |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썼다 | yes-but 논법

4장 베이컨을 좋아하세요? - 귀납법과 과학의 수사학
코끼리를 탐구하는 법 | 장님의 눈을 뜨게 하는 비결 | 과학에도 설득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 베이컨의 귀납법과 베이컨의 회화

5장 셜록 홈스의 추리 비법 - 가추법과 가설연역법
이 콩들은 이 주머니에서 나왔다 | 탐정과 과학자 | 이 명화는 모조품이오 | 퍼스 씨, 그건 좀 너무 하군요

6장 비트겐슈타인과 야생마 길들이기 - 연역법과 자연언어
논리학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플라톤의 변증법에 숨겨진 것들 | 아리스토텔레스 방식 | 비트겐슈타인의 꿈 | 돌아온 해리 포터

7장 파스칼, 내기를 하다 - 설득의 심리학과 의사결정의 논리학
우리는 파블로프의 개인가 | 신은 믿고, 적포도주를 가져가라 | 합리성을 넘어서 | 결혼하고 후회하자

8장 쇼펜하우어의 뻔뻔한 토론 전략 - 토론술과 논쟁술
토론을 위한 기술들 | 연역법을 이용한 공격과 방어 | 귀납법을 이용한 공격과 방어 | 무사시의 검술과 쇼펜하우어의 논쟁술 | 논쟁을 위한 술수들 | 뻔뻔하라, 그리고 승리하라

9장 플라톤의 빨간 사과 - 이치논리와 퍼지 논리
동일률과 모순율 | 서양철학사상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 | 프로메테우스의 두 번째 선물 | 피타고라스의 신비한 열쇠 | 이치논리와 다치논리 | 공학과 퍼지 논리 | 플라톤 시스템

10장 진리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 진리론
있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것이 진리라고? | 아인슈타인이 옳았다 | 모순만 없으면 진리라고? | 포스트모던한 진리 | 다시 빌라도의 법정에서

어떤가. 꽤 재밌을 것 같지 않은가. 저자 김용규는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 책은 초보자가 읽기에 그리 쉬운 책은 아니다. 그것은 평소 우리가 자주 접하지 못하는 용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고, 그 용어설명 조차도 단 몇줄로 개념을 잡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논리 증명'을 위한 '언어적 표현의 과학화(객관화/세분화) 노력'을 포괄적으로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연역법, 귀납법 그리고 가추법?!

나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소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가 학창시절에 한번쯤 들어봤을만한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는 '연역법', '귀납법'을 들어봤다. 저것들은 어떤 논리적 형식을 띄고 있을까.

연역법 대표적인 예시
모든 사람은 죽는다 →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연역법은 대전제(大前提)로 출발하여 소전제(小-前提)를 이끌어내면서 결론이 되는 지식(법칙)을 추정하는 방법이고, 일반적으로 '삼단논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논증 방법이다. 이해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위 예시를 현대적으로 바꿔보자.

연역법의 현대적 예시
검찰은 공명정대하다 → 검찰은 곽노현 불법 돈거래를 포착했다  → 실제 돈을 건낸 곽노현은 범법자다

연역법의 단점은 대전제에 오류가 있을 경우 '결론이 되는 지식(법칙)'이 진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며, 새로운 지식을 도출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검찰을 포함한 모든 공권력은 신뢰를 상실했다. 실제로 검찰과 보수 언론이 환상의 짝꿍이 되어서 현 정권에 반하는 집회나 주장에 대해서는 '불법'내지는 '친북좌파'라고 언플(언론플레이)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국민들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공명정대'하다는 대전제는 오직 검찰 내부에서만 인정되는 구호다.

귀납법은 연역법과 반대되는 개념을 가지고 있어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지식(법칙)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이것 역시 예시를 보면 이해가 빠르다.

귀납법의 현대적 예시
검찰은 곽노현 불법 돈거래를 포착했다 → 실제 돈을 건낸 곽노현은 범법자다 → 검찰은 공명정대하다

귀납법의 단점은 결론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식(법칙)을 이끌어내는 것은 탁월하지만, 수집될 수 있는 사례 자체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추법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가설(지식 or 법칙)'을 정해 놓고 '제외와 배제'를 통해서 '가설'을 '참'으로 논증하는 방식이다. 일단 '현대적 예시'를 보자.

가추법의 현대적 예시
검찰은 공명정대하다 → 실제 돈을 건낸 곽노현은 범법자다 → 그래서 검찰은 곽노현 불법 돈거래를 포착했다

이번에는 책에 있는 예시로 '가추법'의 의미를 가늠해보자. 미국 인기작가 코난도일에 의해 탄생한 '셜록 홈즈'와 1839년 수학교수 출신으로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였던 '찰스 샌더스 퍼스'의 가상 대화다.

"홈즈 씨, 저기 저편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한번 보시지요. 당신은 그들에게서 무엇을 알아낼 수 있습니까?"
"당구장 계수인과 또 한사람 말인가요, 퍼스 씨?"
"예, 바로 그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데 둘 줄 한 사람이 당구장 계수인인 것은 어떻게 금방 알았습니까?"
"그야, 양복 조끼에 당구장 계수인들이 사용하는 분필 자국이 묻어 있기 때문이지요. 그건 추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관찰이지요."
홈즈가 잘난 척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나 퍼스가 시큰둥하게 대꾸하며 다시 물었다.
"아, 그런가요. 그럼, 또 한 사람에 대해서는 뭘 알아냈지요? 홈즈씨"
"내가 보기에는 늙은 군인이군요."
이번에도 홈즈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러자 퍼스도 이제 홈즈에게 더 잘난척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듯 응수했다.
"그런데 아주 최근에 제대했군요. 홈즈 씨"
"또 인도에서 근무한 것 같습니다. 퍼스 씨"
"그리고 하사관 출신이군요."
"왕립 포병대 출신 같은데요."
"아내가 죽었군요."
"그런데  아이가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퍼스 씨"
"아하, 홈즈씨, 아이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지요."
"퍼스씨, 그건 좀 너무하는군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어렵지 않지요. 저런 몸가짐과 권위 그리고 햇볕에 그을린 피부를 보면 저 사병이 상이군인이고, 인도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지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제대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은 저 사람이 아직도 군화를 신고 있는 걸 보고 알았지요."
"그랬겠지요, 퍼스 씨. 다음은 제가 설명해볼까요. 저 사람은 기병대 출신처럼 걷지 않지요. 그런데 얼굴이 한쪽만 탄 것을 보면 모자를 한쪽으로 비스듬히 썼던 것 같군요. 몸집을 보니 공병은 아니고요. 그러니 포병출신이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상복을 차려입고 있으니, 아마 소중한 사람이 죽었나 봅니다. 직접 장을 본 걸 보면, 아내가 죽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홈즈씨도 보았겠지만 저 사람은 그림책을 팔에 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하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홈즈 씨가 놓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구니 저 안쪽에 아이의 장난감이 하나 있군요. 조그만 딸랑이 말입니다. 그림책을 보는 아이 말고 그보다 어린 아이가 하나 더 있다는 뜻이지요. 아마 아내가 아기를 낳다가 죽은 것 같습니다."

-'설득의 논리학' 163page-

가추법은 추리소설이나 실제 과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논증방법이다. 왜 그럴까. 범인을 잡아야 하고, 과학적 증명을 해야하는 입장에서는 맞든 틀리든 '기본 전제'를 필요로 한다. 하얀 백지에서는 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본 전제'를 뒷바침 해주는 '긍정적인 요소'와 기본 전제가 틀리다는 '부정적인 요소'를 찾아내서 종합적인 결론을 내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알리바이가 있는 모든 사람을 제외 하고 남는 단 한사람, 그가 범인이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추법에도 문제는 있다. 결론의 불확실성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끼워 맞춘다'라는 표현이 있다는데, '가추법'은 그것과 흡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연역법, 귀납법, 가추법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연역법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사실'을 알려주고, 귀납법은 '개연적으로 일어날 사실'을 알려준다. 그런데 가추법은 '이미 일어났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실'을 알려준다. (중략)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죽고 A가 사람이라면, 'A는 필연적으로 죽는다'는 것은 연역법은 알려준다. 그리고 귀납법은 A, B, C, D...가 죽고 그들이 사람이라면, '아마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가추법은 다르다. 사람은 모두 죽는데 A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죽었다는 'A는 아마 사람일 것이다'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렇듯 이미 일어난 일을 밝힌다.

-147page-



완전하지 못한 논증법이라고 해서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진리 탐구'로 가는 과정에서 신이 아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들 중 몇가지일 뿐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그렇다면 '진리'란 무엇일까. 2300년간 군림해 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진리론은 이렇다. '있는 것을 있다고 하고, 없는 것을 없다고 하는 것이 진리'.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진리론이 가지고 있는 내용 중 한가지는 이렇다.

'참'과 '거짓'이 될 수 있는 것은 사물이나 사실이 아니고 우리의 사고다.

논리학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가장 오래된 진리론 '대응설'의 한 형태라고 했다. 책상을 보고 '책상'이라고 말하면 '참'이요, '컵'이라고 말하면 '거짓'이라는 것이 대응설이다. 인간의 태생적 한계때문일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그 문제점은 당신이 직접 찾아보기 바란다. 


나는 위 내용이 기술된 책의 마지막 part를 읽을 때 쯤 모든 논증법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완벽하고 완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그 과정에서 새로운 학설과 논쟁만이 제기될 뿐이다. 비유를 하자면 술자리에서 친구를 위로한답시고 건냈던 '인생에 정답이 어딨냐'라는 '하나마나 한 소리'가 '정답(진리)'일지도 모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논리학은 민주적'이다. 권위와 힘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 추구'를 위한 끝없는 논쟁이 허용되는 학문이다. 어쩌면 그 논쟁 속 '진정성'이 '진짜 진리'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사고 안에서는 '책상'이 '컵'이 될수도 있으니까.

설득의 논리학 
김용규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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