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20분. 절반의 국민은 환호를, 나머지는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국 투표율이 76%에 육박했지만 기대했던 문재인의 득표율은 48%에서 멈춘 것이다. 서울에서 박후보가 기대 이상의 표를 얻은 것이 승패의 갈림길이라고 분석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별로 중요치 않은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손
어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이 처한 현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인정해야 할까. 문재인보다 박근혜의 지나온 삶이 아름다웠다는 점? 문재인보다 박근혜의 서민생활 이해가 높다는 점? 문재인보다 박근혜의 정책이 재벌개혁이나 서민경제를 살리는데 적격이라는 점? 문재인보다 박근혜가 지식이 많아서 TV토론을 더 잘했다는 점?? 마음이 단 1cm도 움직일 것 같지 않은 저런 것들을 입술을 깨물며 머리에 쑤셔 넣으면, 박근혜 지지자들의 선택이 객관적으로 옳았음을 인정할수 있을까. 지금 나는 폭행 당하고 있다. 검정색을 잘 보면 곳곳에 하얀색도 많이 숨어있다는 폭언을 들으면서.
모두가 알고 있는 비밀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부자가 이명박 찍고, 박근혜 찍는 것은 이해한다고. 그런데 매달 생활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학연? 지연? 박정희 향수? 그런 측면도 있겠지.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한국인의 '애정결핍' 때문이다. 고가의 명품으로 계속 치장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허전한 여자의 마음 같은 것이 지금의 한국인들이다. 저런 사람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의존적인 심리상태가 되고, 나중엔 강력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영웅'을 기다리게 한다. 언론이 만든 '영웅'이든 '진짜 영웅'이든 그런 건 중요치 않다. 박정희 브랜드에 더해진 '불쌍한 여자'라는 감성은 '영웅'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선량해질 필요성'을 간절히 느끼게 해서 결국 '묻지마 투표'로 이어지게 된다. 인물론? 정책선거? 그런건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감히 말하건데 나는 노무현과 박근혜의 당선 이유가 거의 같다고 본다.
무의식이 알려준 경고장
박근혜 당선이 확실시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들이 있다. 문재인이 아니라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이 3사람이다. 이 사람들 외에도 최근 표창원 교수나 정봉주, 탁현민, 이은미, 김여진, 유창선, 조국 같은 분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곧 두려움은 서글픔으로 변해갔다. 나의 무의식은 아직도 이명박 정권의 각종 선진화 작업에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데 새로운 정권을 앞두고도 나의 정신상태는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아! 이 순간 대통령을 욕할 수 없는 나라는 당분간 ing라고 무의식이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나에겐 '영웅'이 아니라 '의사가' 필요한 것 같다.
프리허그가 필요한 시점
내가 서글픈 이유는 또 하나가 있다. 대한민국 5060 세대들 때문이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현실에 조금의 죄책감도 없다는 것이 투표를 통해 드러났다. 참으로 뻔뻔하다. 그들도 피해자라는 소리는 하지 말자. 그건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니까.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진짜 영웅'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다. 그들이 다치지 않도록, 만약 다치면 옆에서 간호해주는 사람이 되자.
마지막으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축하한다. 알다싶이 형식적인 축하다. 그러나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도 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는 하지만 나는 당신이 불행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통령이 불행해진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꼭두각시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라. 당신의 눈과 귀와 코를 막고 악취를 풍기면서 배를 채우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또한 당신이 불행해지기 않기 위해서라도 나꼼수 멤버나 야권성향 지식인들을 탄압하는 일이 있어서 안된다. 그들은 당신의 권리를 위해서도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일본, 북한과의 관계는 야당과 아주 긴밀하게 논의해서 진행하기 바란다. 잘되어도 당신 공으로 돌릴테니 무엇이든 10번이고 100번이고 대화를 통해서 결정하기 바란다. 당신이 불통이라는 정보가 틀렸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 5년 동안 나라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잘 지켜보겠다. 새로운 대한민국도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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