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인 어제 첫번째 대통령 후보 TV토론회가 있었다. 정치적 이념 공방이 예상되는 정치, 외교, 안보, 통일 분야에 한정된 시간이었기에 흥미진진한 토론이 되리라 기대했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의 내용으로 채워진 2시간이었다. 이유는 경직된 토론 형식 때문이었는데, 형평성 문제보다는 국민의 알권리가 먼저 고려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모든 것은 국민이 판단하는 것인데도 무엇때문에 이렇게 딱딱하고 재미없는 토론 시간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선관위에서 '재질문, 재반론' 금지라는 전대미문의 희한한 토론 규칙을 내놨을때 부터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토론의 목적이 상실되는 규칙을 선관위가 만든 것이다. 어쨌든 첫번째 토론의 결론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정글이라는 대선 정국 속에서 이정희는 무섭게 달려드는 호랑이였고, 문재인은 조금은 지루할 정도로 점잖게 할 말만 하는 거북이 같았고, 박근혜는 머릿속만 복잡한 금붕어 같았다. 결국 거북이와 금붕어가 주인인 물속에서 호랑이의 포효만 메아리처럼 울리는 형국이었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이정희 후보와 함께 박근혜 후보를 몰아세울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단일화 토론때보다도 싱거운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문재인과 박근혜, 두 사람만 놓고 봤을때는 거기서 거기였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평가다. 재밌었던 한가지. 박후보가 이정희 후보에게 질문을 하면서 '김석기, 이재연 의원'을 언급했었는데, 그 부분을 웃음을 참는듯한 얼굴로 지적해주는 이정희 후보때문에 빵~ 터졌었다. 왜냐하면 '이석기, 김재연'이 정확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순간 박근혜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사과를 해야했다. 그 부분을 직접 들어보자.
토론자리에서 호랑이만 보였다. 어쩌면 잃을게 없는 1%라는 지지율이 이정희를 더욱 사납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진정으로 국민을 대변해주는 후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느껴졌다. 오히려 내가 한표 찍어줄 문재인은 이미지와 표를 위해 강약 조절을 했지만 이정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이정희 후보도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글에는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을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동물도 많으며, 결국 하이에나를 초대하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 호랑이의 목적은 하나다. 금붕어를 작은 어항으로 돌려보내는 것. 즉, 박근혜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내가 어찌되든 그건 나중 일이다. 나는 거북이를 등에 태워서 무사히 바다를 건너도록 하겠다. 이것이 이정희 후보의 마음인듯 하다. 나는 그녀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정책의 차이점을 본 포스트에서 논하고 싶었으나, 재질문과 재반론도 없는 토론 자리에서 정책적 차이점을 드러내기에는 후보들에게도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궁금한 분들은 후보들 홈페이지 확인이 더 빠를 것이다. 남아있는 2번의 토론도 구체적인 정책 차이점 보다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성을 재확인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점에서 과연 누가 서민을 위해 '불통과 불공정의 기득권'과 싸워줄 것인지 마음으로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문재인은 이정희 후보의 태도를 조금만 배웠으면 좋겠다. 점잖은 것과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양립할 수 없는 사항이 아니니까.
흔하게 듣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을 알고 싶거든 그 사람이 지금 하는 말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라는 말. 이정희 후보는 지금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국민의 45%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친일 독재의 후예라고 TV에서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 대한민국에 과연 몇명이나 될까. 나는 간절히 바란다. 정치인 이정희의 '이유있는 분노'와 '변화의 열망'이 부디 식지 않기를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먼 훗날 '이정희 대통령'은 못될지라도 대한민국 역사에 그녀의 진심은 반드시 기록될 것이기 때문에. 이 순간 안개 속에서 안철수가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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