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는 어제 작성했던 '일부 안철수 지지자들에 대한 궁금증'에 남겨진 댓글에 답하는 글입니다. 그냥 답글로 끝낼까 하다가 저 역시 못다한 이야기가 있어서 포스트로 발행합니다. 비밀댓글로 남기지 않으셨기에 저역시 공개적으로 쓰는 답글이니 양해바랍니다.
작성자 P님에게 말씀드립니다.
글에서 분노가 충분히 느껴지는군요. 그런데 님께서 착각하고 계신게 있습니다.
다수의 사람들도 저와 비슷하겠지만... 민주당이 예뻐서 지지하는 줄 아십니까?
님께서 믿으시든 아니든 저도 민주당이 맘에 안들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을 지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민주당에게 작은 희망을 걸고 있는것이죠.
이 주장은 흔한게 들어보셨겠지만, 이것이 보통의 민주당 지지자들 진짜 마음입니다.
혹시 노무현 지지하셨습니까? 지지하셨다면 왜 하셨습니까?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혁명이라도 일어날 것 처럼
흥분했었습니다. 그러나 집권 1년 정도 후부터 지지자들로 부터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다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무슨 이유로 지지하십니까?
혹시 안철수는 강직함의 노무현도 넘지못했던 거대한 벽을 가볍게 넘어서서
진짜 제대로 정치 혁명이라도 일으키리라 믿고 계신 건 아닙니까?
그렇게 믿으신다면 '노무현의 죽음' 이후에도 아직 깨닫지 못하시는 것입니다.
정치는 혁명적으로 한순간에 바뀌지 않습니다.
안철수도 그렇게 말을 했죠. 근본적인 것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고.
부동층이 늘어나는게 야당에 분노하는 국민의 뜻을 보여주는 거라고요?
그 분노의 끝은 대체 어딘가요? 박근혜 정권의 탄생인가요?
안철수 지지자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민주당이 정신차리기를 바라는건가요?
제가 장담하죠. 만약 문재인에 대한 안철수의 진심어리고 전폭적인 지원이
없어서 박근혜 정권이 탄생했다는 국민들의 평가가 나오면...
미우나 고우나 그나마 서민을 대변했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던 민주당은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것입니다. 다른 군소정당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이건 민주주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님의 기대와 달리 안철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겁니다. 그것은 진보 세력간의 분열과 책임공방에서 안철수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국 짝퉁 보수가 판치는 대한민국에서
정치인 안철수의 목소리는 매우 약화될 것 입니다.
현실 정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세요.
노무현을 기억하시고, 박원순을 기억하세요.
조직과 세력이 없는 정치인은 꿈을 펼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미운 자식이라도 밥은 먹이면서 회초리를 드는 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안타까운 것은 님의 글에서 '독선'이 보입니다.
민주당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안철수만이 희망이라는 독선.
만약 안철수 지지자들 대부분이 님과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면..
훗날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해도 노무현이 느꼈던 현실 정치에서의
그 절망감을 다시 느끼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말입니다.
이런 역사의 반복을 되살리고 싶으십니까.
정말 안철수가 희망이라고 믿고 계신다면 잊지마세요.
'노무현을 죽인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라고 울부짖던 지난 날을.
새누리당이 사라지고, 민주당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정치인 안철수가
더욱 성장하도록 우리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분노와 슬픔을 잘 추스리길 바랍니다.
덧.
저는 민주당과 문재인만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민주세력 지지자 입니다.
그래서 안철수는 기본이고 이정희, 노회찬, 유시민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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