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오전 9시. 박근혜 후보는 역사관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했다.
나는 TV를 틀고 입장 모습부터 내용을 말하는 그녀의 표정까지 살펴봤다.
표정만큼은 진지하고 진정성을 갖고 발표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용은 기존 '정반대의 두가지 판결' 수준이었다.
기자회견도 아닌 입장 표명의 방점은 '사과'보다는 '부탁'에 가까웠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말을 소시민들의 언어로 풀어보면 이렇다.
"아버지가 죽어가는 대한민국 살리려고 헌법을 약간 무시해서 18년 장기집권을 했지만,
지금의 발전된 대한민국은 아버지의 진정성 어린 노력으로 기초를 닦아놓은 덕분이잖아요.
그 와중에 아버지의 지시로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는 일로 비난 받는건 조금 억울해요.
그래도 아버지 시절에 많은 분들에게 고통을 경험하게 했던 부분은 도의적으로 사과드립니다.
더이상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을 수는 없어요. 딸로서 말이에요. 이해하시죠?
까놓고 말해서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어요. 공과가 다 있는거지.
우리 아버지 박정희는 독재자가 아니에요. 어쩌면 희생자에 가까웠죠.
훗날 욕먹을 것을 알면서도 보릿고개 대한민국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북한때문에 안보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부작용도 그래서 생긴거죠.
어쨌든 고통당했던 분들도 이제 저와 함께 미래로 가요. 지난 얘기 그만하고요.
아버지가 전직 대통령이어서 저도 잘할수 있어요. 듣고 보고 자랐으니까요.
앞으로 저는 더 잘할테니 저를 지지해주세요. 부탁합니다."
기자회견이지만 질문은 생략되었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박근혜는 우리나라 현대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 박정희 시절에 있었던 5.16유신과 인혁당 사건으로
헌법가치가 훼손되었고,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건 아버지의 잘못이 지금의 눈으로 보면 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가난 극복을 위해 어쩔수
없었다는 기존 발언의 연장선위에 있었다. 즉, 구테타가 아닌 혁명이었고, 정치는 후퇴했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했다는 앵무새 인식의 재탕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일본군 장교와 남로당 당원을 오고가던 박정희가 군권력을 이용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한 후 '국가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행했던 인권 유린을 '법정신과 정치발전'의 문제로
축소하는 것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을 박근혜는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있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앞으로도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힘들다는 것을 예고한 셈이다.
이번 기자회견을 앞두고 언론들은 중대 결단을 한 것 같다고 떠벌렸지만...
결국 박근혜의 한계를 확인 하는것에 그치고 말았다.
평소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인혁당'을 '민혁당'으로 말해서 다시 구설수에 오를까.
대다수 국민들은 알겠지. 표를 의식한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미 인혁당 유족들도 내용에 진정성이 없다면서 분노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박근혜 대선후보에게 진짜 묻고 싶다.
"박근혜 후보님,
독재면 독재지 '좋은 독재', '어쩔수 없는 독재'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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