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수다방

작은이야기, 몸살과 고양이 그리고 불친절한 이웃

반응형



토요일 부터 몸이 조금 안좋았습니다.
낮잠도 자고 약도 먹었습니다. 일요일에 중요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서 였습니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잠을 청했는데 낮에 잠깐 졸았던 것 때문이었는지 꿈나라가 아직도 멀리 있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몇시간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고 다음날 눈을 떠보니....오전 11시.

어제보다 컨디션이 더 안좋았습니다.
피부도 거칠게 보였고, 목과 머리도 아프고 몸도 더 무거웠습니다. 천천히 일어나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세수를 하고 준비를 해서 약속장소에 나갔습니다. 비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다행히 날씨가 너무 좋더군요.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거리에 많았습니다. 평화로운 휴일에 햇빛을 받으니 기분이 조금 풀리더군요. 무사히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우리집 고양이(양순이)가 사라졌다며 어머니가 무척 걱정을 하시더군요. 사고뭉치 녀석이었지만 애교도 있고, 우리 가족에게 웃음을 선물했던 녀석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가끔 밉다고 생각했어도 막상 소리도 없이 사라지니 눈물날 것 처럼 서운하다 하셨습니다. 저는 순간 마음이 몹시 안좋아졌습니다. 아픈 머리도 더 아픈 것 같았습니다.

저는 옷을 갈아입고 양순이를 찾았습니다.
1~2달 전부터 발정이 난 것 같은 행동을 보이더니 기어코 창문을 통해 밖으로 간 모양입니다. 다행히 녀석의 이름을 몇번 부르니 소리를 내더군요. 녀석은 집과 집사이를 돌아다니며 다른 고양이를 찾는 것 같았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손끝까지만 오고 잡히려고 하지는 않더군요. 어릴때부터 사람 손에 커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집고양이는 밖에 나가면 위험하니까요. 어쨌든 분위기를 보니 집에서 멀리 갈 것 같지 않아서 저녁 때 다시 데려올 생각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도 안심하셨죠.

저녁밥을 먹고 어머니와 함께 TV를 보다가 데려와서 밥을 줄 생각으로 어머니와 함께 내려갔습니다. 우리 두사람은 집과 집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둘러보니 담벼락 아래쪽에 얌전히 앉아 있더군요. 계속 그 근처만 왔다갔다 했나 봅니다. 어머니가 양순이 이름을 부르며 올라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을 때 옆집 창문에서 누군가 부르더군요.

이웃 > "저기요. 고양이 찾는 분"

나 > "네"

이웃 > "고양이 때문에 시끄러워 죽겠네요. 얘기 좀 합시다. "

나 > "네? 처음 집 밖으로 나온 건데요."

이웃 > "그 고양이 때문에 다른 고양이들이 더 그런 것 같아서요."


약간 시비조로 말하는 듯하여 저도 순간 '욱'하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이웃 >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전화로 얘기하든지 합시다"

어머니 > "그게 아니라 한눈 판 사이에 집밖으로 처음 나왔다니까요.
             이 근처에 고양이가 얼마나 많은데 그래요. 그리고 우리 고양이는 조용해요."

이웃 > "직접 얘기할까요? 나갈까요?"

나 > "나오세요"


어머니는 내가 조금 화가 난 것을 눈치채시고 서둘러서 올라가라고 하시더군요.
별일도 아니었지만 분명 그 사람과 만나면 목소리가 높아질 것 같아서 올라왔습니다. 
일단 집에 올라가서 그 사람이 나오는지 지켜봤습니다. 제가 내려가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그런데 그 사람도 안나오더군요. 어머니도 다른데 가신 것 같고요.

방으로 돌아와서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았습니다.
몸도 안좋고 양순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되는데, 옆집 사람때문에 괜히 속도 상하고,
그래서 중요한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할 기분도 안되고 하니까 괜히 서글프지 뭡니까. ㅠ.ㅠ


새벽 1시. 양순이 아직 안들어왔습니다. 
나를 엄마처럼 생각해서 한시도 나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던 놈인데 신기할 만큼 조용합니다. 내가 뭐만 먹으면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거나 같이 놀자고 발목에 매달리던 모습이 자꾸 생각나는군요. 다음에는 정말 안키울 생각입니다. 개든 고양이든 마음을 주면 너무 신경이 쓰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듯이 사람과 동물간에도 교감을 합니다. 부모님과도 다퉈가면서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마음 먹은 놈인데....제발 별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 이웃분....너무 그러지 마세요.
오래 전부터 새벽에 고양이들이 서로 싸워서 가끔 시끄럽기도 하지만 솔직히 주변 술집들과 취객들 소리가 더 시끄러운 곳이라는 거 잘 알잖아요. 별다른 피해도 주지 않는 고양이때문에 사람끼리 얼굴 붉히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