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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다방

옷 먹는 고양이, 살옷마...대화로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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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긋한 귀, 야무진 입술, 초롱초롱 눈동자.


너의 그 착하고 순결하던(?)  심성은 어디가고....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니.
가족들의 온갖 잔소리를 들어가며 강력한 저항군처럼 너를 지켜냈는데..

너는...생명의 은인인 나를 아빠처럼 엄마처럼 따르고 있다. 귀찮을만큼;;;
그 만큼 나를 신뢰한다는 뜻이겠지.




그런만큼 이제 우리...대화로 풀어보자.
양순이 너도 인간과 산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몇마디 정도는 알거 아냐.
가끔 인간들 언어에 놀랍게 반응하는 너를 볼때마다 어머니는 '저 능청스러운 놈이 알면서 모른척한다'고 하셨지. 넌 들킨거야. 비밀 보장할께. 약속해. 그러니까 단 둘이 있을때 말을 해. 불만이 있으면...말을...말을......


말을 하라고!!!!





<1시간 동안 저지른 범행의 증거들!!!>


 

가을 겨울에 입는 그 질긴 청바지에 구멍을 내면서
너는 무슨 생각을 했니.
너와 자주 못놀아준 나를 원망했니
아니면
외로운 노총각의 나처럼
암고양이가 그리워 허벅지 꼬집는 심정이었니

대체 왜...



 

참으로 아름답게 구멍을 냈구나...-_-;;;

이거 내가 참 아끼는 조끼였어.
추운 겨울 하얀 와이셔츠 위에 입으면
은은하게 빛이나서 에쁘면서 따듯했지.
내 마음까지 훈훈해졌던 조끼였어.
소중했던 사람에게 받은 선물이었거든.

지나간 추억 모두 잊으라고
이제 그만 아파하라고...
내게 허락도 없이 사정없이 구멍을 낸거지? 
그치?

이 쥐길넘아...ㅠ.ㅠ




 

겨울등산바지...
비싼 바지는 아니었지만
가격대비 참으로 맘에 들었던 옷이었는데...

눈 덮인 북한산의 정기가 서린 바지에
무릎, 허벅지, 엉덩이쪽에 골고루 시원한 구멍을 냈더구나.
밑단만 그랬으면 어떻게든 살려냈을텐데. ㅠ.ㅠ

등산바지를 돌려가며 재밌게 구멍내면서
네 기분은 어땠니?

너....
북한산에서 외롭게 떨어보고 싶니? 응?




 
겨울 스웨터.
오래전 친구에게 받은 선물이었지.
짙은 곤색의 두툼한 천이 참으로 좋은 옷이었어.
6년 넘게 입어도 잘 늘어나지도 않고
색상도 예뻐서 내가 평소 즐겨입었었지.

그런데...
양순이 네가 옆구리, 배, 겨드랑이 쪽에
큰 상처를 남겼더구나.
그렇게 6년의 생을 마감했다. 이 옷은.

....


그 많은 옷들 중에서 어떻게 내가 아끼는 것만
골라서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니. 응? 왜??
으으...!


이 살옷마야!!!!!


나도 사생활 좀 가져보자고...
네가 좋아하는 내방에서 편히 한숨자라고...
특별히 배려(?)했는데, 어떻게 네가 나를 배신하니.
한 시간동안 참 부지런하게 씹어댔구나. ㅠ.ㅠ

어린 시절 어미를 잃고 정상적으로 젖떼기를 못해서 옷이나 신발끈 또는 자신의
발을 빠는 고양이가 바로 너 인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잘해주고 싶었다.
특정 고양이는 면의 냄새에 반응하기도 하고, 섬유질이 부족해서 옷을 먹는 고양이가
있기도 한다지만...하지만 넌....현미밥 먹는 럭셔리 고양이잖아. 그 비싼 현미밥!
(참고로 저는 사료를 주지 않습니다. 오리지널 생선과 현미밥을 같이 먹어요.
어릴때 고양이 키우던 그대로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심한 태클은 사양합니다. -_-;;;)


양순아, 고양이풀(cat grass)도 키워서 네 간식으로 줄테니...
이제 양말이나 옷 좀 그만먹어. 너 때문에 한 여름에도 문을 못열겠다고 난리다. ㅠ.ㅠ

그리고....
너도 다 컸는데...잠 좀 따로 자자.
침대는 인간용이지 고양이용이 아니라구!
새벽마다 여자가 침대로 들어와도 잠깨면 짜증날 것 같은데
넌 어쩌면 그렇게 지고지순하게 나와 합방을 하려고 하니. ㅠ.ㅠ

양순아! 쫌!!!


 


[관련 포스트]
고양이 키워보니 부모 심정 알겠다?
우리집 양순이를 소개합니다(부제: 개보다 고양이가 좋은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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