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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상문

장하준의 23가지는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 23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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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이 너무 감상적이다.
주류 경제학자의 경제논리를 생뚱맞게 비판하는 장하준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장하준 스타일의 글제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책을 읽고 느낀 몇가지를 함축해 보니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정리를 해도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충격적이었다'라는 느낌은 받지는 못했습니다. 경제의 'ㄱ'자도 모르는 무지에도 인터넷 뉴스나 TV 등을 통해서 '세상이, 사회가 뭔가 잘못되고 있다'라는 것을 흐릿하게나마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의 감상적인 성향에는 책의 문맥 사이사이 숨겨져있는 그의 진심을 느꼈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나온 23가지 주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가치에는 '진정한 부(富)' 이전에 '사람'이 있었습니다.





우선 그의 책에 자주 등장하는 몇개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자유시장경제(신자유주의)
개인(or 개인이 지배하는 기업)의 경제활동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며, 정부의 간섭은 최소화하려는 경제사상

개발도상국
1차 산업(농업, 어업, 임업, 목축업 등)에 의존하는 저개발 국가

국내총생산(GDP)
GNP(국민총생산)에서 해외로부터의 순소득을 뺀 것이며, 어느 한 나라의 순전한 국내경제활동의 지표로 쓰여진다. 한 나라의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 동안에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부가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여 합계한 것으로 각 부문의 생산활동은 물론 소비, 투자, 수출 등 수요동향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종합적인 지표.

1인당 국민소득
국민총 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것. 국민 한사람의 평균 소득.


책표지에도 있듯이 장하준 교수는 더 나은 자본주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교수는 자본주의가 가장 좋은 경제시스템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안의 '자유시장경제'라는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류(기득권자)들이 만들어놓은 '경제시스템'에 대한 지적을 하게 되고, 그 지적들 속에는 '자유시장경제'라는 무기를 마음껏 휘둘렀던 특정 선진국들과 그것에 큰 혜택을 입고 있는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지적의 이면에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여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 눈에는 보이더라 이 말입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 주주들을 위한 경영을 해야 기업 이윤이 극대화 되고, 사회적 기여를 극대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장하준은 말합니다.
"기업은 단기적 투자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투자, 임금에 대한 삭감으로 손쉽게 수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위축시켜 기업의 생존자체를 위협하게 된다."


그들은 말합니다.
"지식이 부의 원천이다. 고등교육은 번영의 열쇠이다."

장하준은 말합니다.
"한 나라의 번영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교육 수준이 아니라 생산성 높은 산업 활동에 개인들을 조직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사회 전체의 능력이다."


그들은 말합니다.
"기업에 좋은 것은 나라에도 좋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최대한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장하준은 말합니다.
"모든 규제가 기업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규제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내용이지 양이 아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부자에게 높은 세금 부과는 포퓰리즘 정치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야 파이가 더 커지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파이도 점점 커질 것이다."


장하준은 말합니다.
"30년 세월 동안 성장 가속화는 실패했다. 부가 아래로 흘러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스며든다는 트리클다운 현상은 시장에 맡겨두면 그 효과는 미미하다."




# 첫번째 주장에 대해서 소액주주에 대한 평가절하는 잘못된 시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소액주주가 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기능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과 힘없는 한국의 소액주주 특성의 몰이해에 대한 지적도 나름 일리가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글로벌 폴리스인 미국의 오바마까지 한국의 교육을 배워야 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요즘이지만 장하준이 지적하는 것은 이것 입니다. 한국의 불안한 고용시장을 극복하기 위한 지나친 교육열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종으로 몰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고 그것은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인 스위스의 대학진학율은 1996년도까지 놀랍게도 16%에 그쳤습니다. 또한 스위스보다 훨씬 못사는 한국, 그리스, 리투아니아 등의 대학진학율은 76~96%라는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니 고등교육 자체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근거라는 것입니다. 저는 장교수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일단 동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공을 살리지도 못하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무슨 이유로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내가면서 아득바득 대학을 가는지가 제게도 그동안 미스터리였으니까요. 왼쪽표에서 8위 밑으로 있을 수많은 선진국들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 기술도 좋아지고 수출도 잘되고 있다는데 기업들은 수익구조 개선과 경쟁력 강화 등의 이유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매번 강조하고 덕분에 고용불안이 사회문제로 커지는 요즘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대기업들의 투자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투자해야 고용이 늘어간다는 생각에서겠죠.

그래서 MB는 지난 24일에도 이건희 삼성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회장 등 30대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번이 5번째 회동이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5번이나 대기업 총수들을 모아놓고 혜택을 약속하며 투자 압박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기업 총수들이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지도 의문이고요. 그런데 관련 인터넷 기사를 한번 보실까요?



30대 기업 올해 113조 투자, 12,2% 늘어 '사상최대'
<한국경제 2011-01-25 >


30대 그룹, 올해 113조 투자, 11만 8,000명 고용
< YTN 2011-01-24>


재계의 화답 '올해 투자 100조, 채용 9만 여명"
<헤럴드경제 2011-01-24>


(그래프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서 재계는 수도권에 신성장동력산업을 위한 R&D센터 설립 지원을 요청했고, MB는 적극 지원한다고 했답니다.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장기적으로 연구개발분야는 대체 경쟁제품이 없으므로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용효과와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요. 그러나 나머지 비용에 대한 투자는 어디에 할지 알수가 없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대기업이 투자하는 분야가 중소기업이나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라면 그것은 진정한 투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마트 같은 유통업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세요. 최근에는 동네슈퍼까지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넘보는 것이 대기업 아닙니까? 예전에 MB가 상인들의 주변 대형마트에 대한 하소연에 뭐라고했습니까?



MB정부 들어선 후 대형마트와 SSM 증가율을 보세요.


일단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면서...도표이야기를 잠깐 해야겠습니다.
전경련에서 만들었다는 '매년 늘고 있는 30대 그룹의 투자와 고용'이라는 그래프말입니다. MB가 R&D설립을 적극지원하다니까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이런 말을 합니다.


"재계가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을 만나 투자를 약속해왔음에도 현금 보유고만 늘어날 뿐 투자는 늘지 않았다"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해 법인세 감면을 추진해왔는데 계속 이런 식이라면 법인세 감면을 취소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투자 확대를 대통령과의 약속이 아닌 국민과의 약속으로 생각하고 지켜달라"
<출처링크>


이상하죠?
전경련에 따르면 매년 투자와 고용이 양호한 편인데 이대표는 왜 저런 말을 했을까요? 지금의 저는 뉴스를 대체로 믿지 않고 있습니다. 친기업 및 친정부 단체는 물론이고  정부기관들 발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투자와 고용에 대한 경실련 소식을 보시죠.


총자산액 순위 15위 재벌의 5개년간
순이익, 사내요보금, 고용, 투자추이 분석결과 (2005~2009)
-5년 간 당기순이익 13.7%(4조697억원) 증가, 사내유보금 20.3%(6조5,385억원) 증가에 반해
고용은 0.83%(4,407명) 증가, 투자금액은 8.4%(2조7,196억원) 증가로 고용과 투자부진-

5년간 연속 상장 계열 기업중심으로 15대 재벌전체의 고용추이를 보면 2005년(53만397명)부터 2009년(53만4,804명)까지 4,407명만 증가함. 이는 2005년 전체고용수인 530,397명 대비 0.83%에 지나지 않음. 8개 재벌이 감소하여 감소의 폭이 큼. 
 - 5년간 고용이 가장 크게 증대된 그룹은 삼성(9,720명, 6.9% 증가), 현대자동차(8,104명, 8.3% 증가), LG(5,114명, 8% 증가) 순이며, 숫자별 가장 많이 감소한 그룹은 롯데(7,243명 감소, -24% 감소), 케이티(6,935명 감소, -18%감소), LS(2769명 감소, -35.75%감소) 순임.

 - 5년 간 재벌집단별 고용의 추이를 볼 때 2005년에 비해 2009년 말 현재 고용이 감소한 기업집단이 8개(SK,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진, 케이티, 두산, LS)나 되어 고용이 부진함을 볼 수 있음.
5대 재벌 전체 5년간 연속 상장 계열기업들의 투자액을 보면 2009년 말 34조 9,600억원으로 2005년 32조 2,404억원에 비해 2조7,196억원, 8.4%만 증가함. 투자액에 대해서는 연도별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2009년은 전년 2008년과 비교해 1조 8,289억원이 감소하였음.
 - 5년간 투자액 증가 순위를 보면 현대자동차가((+)2조5,085억원) 1위이며, 이어 한진((+)1조6,713억원), 포스코((+)1조1,264억원), 현대중공업((+)7,016억원) 순임. 삼성의 경우 5년전 보다 4조992억원이 감소하여 최하위를 기록함. 

 - 개별그룹의 투자추이를 보면 2009년에는 15대 재벌 중 9개의 재벌이 전년대비 투자액이 감소한 것을 볼 수 있음. 삼성(4조992억원 감소), LG(4,649억원 감소), GS(443억원 감소)의 경우에는 2009년 투자액이 2005년 보다 감소하였음. 반면 매년 꾸준히 증가한 그룹은 한진 밖에 없음.

<출처링크>


분명 고용과 투자에 대한 조사기준이 완전히 달랐을 것입니다.
언뜻봐도 두가지 내용이 많이 다른 것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서민경제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전경련과 경실련의 발표 중 어느쪽에 좀더 신뢰를 보내게 될까요?  흠...가슴이 답답하니까 이쯤에서 정리하겠습니다.


장하준은 진보도 보수도 아닙니다. 박정희 경제정책에 대해 호감을 갖고있는 경제학자죠. 그러면서도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것이야 말로 잘사는 나라가 되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그런 모호함때문에 더욱 관심을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장하준 교수의 주장 중 일부는 반론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여러가지 평가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뭐냐고요?

잘사는 나라, 공정한 사회, 행복한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가던
길을 멈추고 새로운 길로 과감히 돌아서야 한다는 경제학자로서의 충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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