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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상문

카산드라의 거울, 그녀와 베르나르만의 미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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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읽어보리라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근 작품을 어제서야 다 읽었습니다.
어제서야 다 읽었다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인류와 카산드라에 대한 지루한 탐구여행' 입니다.  이 소설을 재밌게 읽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시간이 아까울 만큼 정말 재미없었습니다. 아씨~ 돈 아까워 ㅠ.ㅠ  [스포일러 없음]




책이나 영화를 보는 사람은 '재밌다 or 재미없다'라고 이분법적으로 평가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독자나 관객의 몫입니다. '카산드라의 거울'에 담겨져 있는 어떤 메세지가 아무리 밝고 거창한 희망을 노래하고 인류애를 담고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에 보여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지식과 상상력에 대한 면은 칭찬할 수 있을지언정 소설로서의 재미는...없었습니다. 주연급으로 나온 한국인 '김예빈'도 저의 실망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 난감하네요.


카산드라의 비밀과 인류 구원의 따로국밥...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지?


이 소설을 재미없게 읽은 이유는 제가 리뷰했던 영화 '심야의FM'과 흡사합니다.
카산드라는 미래를 보지만 자신의 과거는 모르는 소녀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카산드라가 방황을 하면서 만나는 현실과 꿈속의 사람들로 부터 어떤 깨달음을 얻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 안에 자신의 성장 비밀이 있고, 인류 구원에 대한 가능성이 중대한 문제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2명의 카산드라로 착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성장 비밀을 알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카산드라가 보이고, 또 어느 순간에는 파괴되는 인류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현대인들을 향한 그녀의 분노가 보이거나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해 절망하는 카산드라고 보입니다. 그러면서 1,2권 모두 카산드라의 뒤죽박죽 상념으로 도배가 되어있습니다. 실망하고, 느끼고, 알게되고, 무시하고, 화가나고, 궁금하고, 농담하고, 슬프고, 예상하고, 깨우치고, 절실하고, 결심하는 등의 상념들. 그리고 그와 다른 또다른 상념들의 반복. 아...정말 피곤합니다.

대화가 아닌 '상념'으로 진행되는 것은 그녀가 다른 인물들과의 연결고리를 형성하는데 상당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도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속마음이 100% 노출되는 것은 독자를 집중시키기도 하지만 예측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준다는 점에서 쉽게 흥미를 상실할 위험성도 내포한다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더 큰 문제는 수많은 상념들이 조금의 예측가능한 정보도 되지 못하는 독백(중얼거림) 수준이었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관찰하고 상념해서 결심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이었다면 차라리 나을지 몰랐습니다. 자폐적인 소녀로 성장했다는 특이성을 고려했다고 변명하고 싶겠지만, 독자에게 그녀는 소설 속 모든 인물들 중에서 가장 '활자화된 수다쟁이'였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하겠죠.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바꿀 수 있겠냐고?
차라리 암울한 미래를 희망찬 미래로 바꿔달라고!

이 책의 큰 주제는 <미래> 입니다. 아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인간이 현실에 안주하면서 상대의 겉모습과 지위에 순응할 때 진실은 가려지게 됩니다. 카산드라는 그것에 분노합니다. 미래를 보는 그녀의 비밀은 2권이 거의 끝나갈 무렵까지 미스터리로 남다가 그녀가 다니던 학교 교장에게서 일순간에 해소가 됩니다. 그리고 카산드라는 무엇인가(?)를 깨닫습니다. 무엇을 깨달았는지도 뿌연 유리창 너머의 세상처럼 희미합니다. 흠...소설이든 영화든 말로서 설명하기 보다는 인물의 행동으로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거나 특별한 사건이 재설정이 되면서 이야기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인데.....이건 좀 아니잖아요. 그래서 소설의 결말은 이런류의 글이 줄 수 있는 평범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요? 그래서 뭘 어쩌란 말인가요?? 전 세계인들이여, 아직 희망이 있으니 좀 제대로 삽시다!??

차라리 1권에서 황폐화된 지구를 만들고, 2권에서 예지자의 고난을 통해 작은 깨달음 정도만 남겼다면? 그러다가 자신의 출생과 성장의 비밀을 자연스럽게 알게되었다면? 그게 더 자연스럽고 흥미롭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930페이지 내내 분위기 잡고 뜬구름 잡다가 끝나버린 허무한 결말보다는 재밌지 않았을까요?


어느 독자는 그의 작품 중 '파라다이스'를 넘어선 최고의 졸작이라고 평을 하더군요.
아마도 그분은 저와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마지막 장을 덮었나 봅니다. 그래도 저같은 독자보다는 재밌게 본 사람들이 더 많은 듯 하니 불행 중 다행이다 싶습니다만...적어도 저는 이 소설이 작가가 어떤 강렬한 영감을 받아서 창조된 이야기라기 보다는 카산드라를 통해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에 꿰어맞추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 것이 보였습니다. 독자에게 카산드라를 완벽하게 빙의시키지 못하고 어거지로 내용을 만들어갔다는 것이죠. 물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실제 체험에 의한 영감으로 쓰여졌다고 했지만...그것은 순수한 '아이디어'차원은 아니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스릴도 있고, 액션도 있고, 사랑도 있다는 이 소설.
주제도 상당히 진중합니다. 주제는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다음 소설부터는 좀 더 선명한 구조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고통과 혼돈 상태가 독자에게는 궁금증과 연민으로 다가서야지  그들과 똑같은 감정으로 읽혀지면 안될 것 같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참! 카산드라가 현실 속 인간들은 제대로 파악했더군요.

'자기와 비슷하지 않은 것은 모조리 파괴해 버리도록 교육받은 인간.
쥐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인간.' 
- 2권 408page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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