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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다방

연극 광수생각, 추억의 열병을 앓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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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는 많이 웃었고, 집에서는 많이 울었습니다.


지난 토요일(11일) 연극 '광수생각'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집과 가깝기도 하고, 6개월 전쯤 '연탄길'이라는 연극을 본 것이 마지막이라 위드블로그 캠페인에 리뷰어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을 때 기뻤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전국 20만명이 관람했다는 국민연극 '광수생각'의 관람평을 적어볼까 합니다.

아, 프롤로그 차원에서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고 시작해야겠네요.
집 근처인데도 이 놈의 고지식한 성격데로 공연시작 30분전에 도착하고보니 할일이 없었습니다. 소극장이라서 대기할 곳도 마땅히 없었고요. 그래서 편의점에 갔습니다. 담배 한갑을 사고 나오려는데, 어떤 이쁜 여자분이 문을 열고 들어오시다가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는 눈으로 서로가 인사를 나눈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서로 쳐다봤다고 해야 될 것 같네요. 어쨌든 그러려니 하고 있다가 시간이 되어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무대에 그녀가 출연하더군요. 마치 '인연'과 '우연'의 차이를 설명하려는 것 처럼. 






만화의 감동을 연극에서

이 연극은 여러분들이 모두 알고 있는 만화 '광수생각'을 연극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1997년부터 2000년도 말까지 사람들에게 주었던 눈물과 웃음 그리고 감동을 연극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연극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으면서 꾸준하게 앙코르 공연을 하고 있으니까 만화의 감동을 연극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제 말이 맞겠지요? ^^


평범해서 특별한 이야기

연극 '광수생각'은 조금도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만화도 그랬어요. 다만, 우리가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들과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들을 깨닫게 해주었지요.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면서 우리 모두의 가슴 속 언저리에서 빙글빙글 방황하던 그 무엇들. 그것을 무대 위로 초대한 것이 바로 연극 '광수생각'입니다.





'사랑'에 대한 우리들의 이야기


짝사랑하던 여자애에게 말한마디 못걸었던 초등학생 시절의 우리들...
부자집 친구와 비교되면서 어린나이에도 상처받았던 시절들...
여자애들을 곧잘 울렸지만 마음만은 따듯했던 장난꾸러기 친구들..

어른이 되면서 알게되는 부모님의 소중함, 삶의 무게 그리고 사랑과 이별...




추억의 티켓 '광수생각'

연극을 보고 집에 들어오니 '외롭다'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냉장고를 뒤져서 소주한병을 찾아냈습니다.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안줏거리도 있었구요. 한잔 또 한잔 마실때마다 빗소리는 조금씩 멀어졌습니다. 저는 어느새 연극 속 바보같은 '광수'가 되어서 과거로의 여행을 다시 떠나고 있었어요. 그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바보'였다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나쁜 바보'는 아니었습니다. 믿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알고 있었고, 난 그대로 했을 뿐이었으니까. 울고나니까 속이 후려해지고 좋았습니다. 끝까지 잘 참았던 내 자신에게 칭찬도 해줬구요. 뭘 참았냐고요? 쉿! 그건 비밀.





가족이 봐도 좋을 진정한 국민연극

자녀분이 8세 이상이라면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족분들도 계셨구요. 아이들 눈에는 과연 어떻게 이 연극이 어떻게 비춰졌을지 사뭇 궁금하네요. 연극 '광수생각'의 배우들은 대부분 1인 2역을 했습니다. 그들의 개성있는 연기는 아주 감칠맛이 있었고, 연극이 끝나고 보여주었던 재밌는 자기 소개는 끝까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대학로 신연아트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교통편도 좋고, 찾기도 쉬어요. 요즘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날에는 잃어 버렸던 또는 잊고 있었던 자신의 감수성을 찾아보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꽤 즐거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인과 함께 보면 더욱 좋겠구요. 작은 용기만 있으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애인에게 선물을 줄 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가서 보시면 알게 되세요. ^^


공연문의 : 퍼니쇼컴퍼니 070-8270-3336~7



궁금한게 있어요!

눈이 마주쳤다는 배우가 누구였냐구요? 별걸 다 궁금해하시네요. ^^;;; 흠.......에필로그가 되겠군요. 일단 저 도끼병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으니까요. 연극이 완전히 끝나면 배우들과 사진을 찍는 시간이 있습니다. 저는 혼자라서 조금 뻘쭘했지만, 이상하게 발걸음이 무대로 향하더군요. 원래  그렇게 용기(?)있는 사람은 아닌데 말이죠.

무대에 올라갈 때 까지만 해도 배우들이 서있는 위치는 정말 몰랐습니다. 배우들에게 둘려쌓여 혼자 사진을 찍고 나서 저는 비스듬히 뒤로 돌아서 인사를 했는데 그녀와 다시 눈이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었지 뭐에요. 그 눈빛은 분명 '나, 당신 알아'라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녀는 연극배우 민수진씨였습니다. 궁금증이 풀리셨나요? ^^

대학로에 자주 오실테니 어디에서든 다시 보게 되겠지요.
'광수'와 '지현'이 결국 다시 만난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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