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수다방

한국축구 일본에 석패라고?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반응형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축구에 실망을 넘어서 화가 날 지경입니다.
저는 스포츠 경기를 승패 떠나서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라서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했다는 것이 분한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제가 볼때는 경기 전후반 모두 조직력이나 전체적인 흐름은 일본이 훨씬 좋았습니다. 중간 중간 골 주도권을 우리가 가지고 공격을 퍼부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짜임새있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극적으로 후반 연장전이 끝나기 1분전에 혼전 속에서 황재원선수가 동점골을 넣어서 승부차기까지 갔습니다. 운도 실력이라고 열심히 뛰어준 대가로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젊은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있게 경기에 임했다는 것, 변함없는 아시아 축구강국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경기였다는 것에 대해서도 애국심을 발휘해서 모두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데....


승부차기에서 내리 3명이 한골도 못넣은 것에 대해서는 정말 화가 납니다!



어떻게 져도 이렇게 질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차리리 연장전에서 패했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순서대로 구자철(제주), 이용래(수원), 홍정호(제주)선수가 승부차기에서 한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2번째 키커를 제외하고는 3명이 모두 골을 성공했습니다. 대체 저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어리다고는 하지만 A매치 승부차기에서 선수 3명이 한골도 못넣은 경우는 없었다고하니 더욱 화가 납니다.

역대전적에서는 40승 21무 12패로 우리가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파 랭킹은 일본이 29위, 한국이 39위 입니다. 아시안컵 우승횟수만 봐도 일본은 이번에 4번째 우승을 노리게 되었고, 우리는 1956년과 1960년 두번이 끝이었습니다. 51년만에 그것도 숙적 일본을 만나서 지더라도 멋진 승부를 보여주었어야 했는데...허무한 승부차기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승부차기 순서에 대해서 말들이 좀 있는 것 같은데 홍명보, 황선홍, 안정환, 유상철 같은 고참들도 승부차기에서는 심장이 떨린다고 하는데 젊은선수들은 오죽했겠습니까. 그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박지성은 분명 마지막 키커로 배치되었을 것 같고 나머지 선수들은 국제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었겠지만 포지션을 떠나서  슛팅능력있고 나름 대범한 선수를 기용했을 것입니다. 감독과 코치도 아시안컵을 준비하면서 승부차기를 위한 선수 리스트를 사전에 만들어 놓고 그 중에서 선발했을 것이고요. 물론 연습도 해왔었겠죠.


제 생각은 우승을 노렸다면 애초에 승부차기까지 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란전 연장에서 이미 체력적인 부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전에서는 90분으로 승부를 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패배의 원인을 본다면 단조로웠던 패스가 문제였습니다. 경기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일본은 전후반에서 놀라울 정도로 날카롭고 정확한 패스를 자주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에 비해 우리는 밀집된 곳에서 2대1 패스를 시도하다 상대팀 발에 차단되거나 부정확한 크로스와 한번에 길게 찔러주는 패스를 자주 사용하면서 체력과 기회를 쉽게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요? 차라리 그런 이유라면 다행이겠습니다만....


골을 못넣은 선수는 저보다 더 많이 자신에게 화가 났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저는 선수들 원망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원망스럽네요. 3명 중 한명만이라도 골을 넣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 한골은 자존심을 지키는 최소한의 골이었을테니까요. 이번 기회에 좀 더 성장하는 한국축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의 승리를 축하하지만 우승까지 바란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습니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