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볼만하지만 허망함도 보았다.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를 감상했습니다.
김지운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에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만의 결론을 말씀드리면 '볼만하지만, 남는 것은 없는 영화'라고나 할까요. 절반의 성공이라고 봐야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기도 하구요.

1. 악마를보았다.mp3

이 영화는 무척 잔인하고, 선정적인 영상에 눈물겨운 사연으로 덧칠을 한 씁쓸한 복수극입니다. 눈요기할 것이 많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할테지만, 내용이 부실할수록  자극적 영상이 블랙홀이 되는 것도 사실이죠. 마치 아슬아슬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막 내려왔을 때  잠깐 멍해진 느낌으로 '내가 이걸 왜 탄거지?'라고 중얼거리리는 것 처럼 말입니다. 김지운은 무엇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저의 평가가 그가 의도했던 것이라면 감독으로서는 성공이겠지만, 영화로서는 과연 어떨까요? 물론, 모든 영화에 반드시 '메세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에 100% 동의합니다. 하지만 좋은영화라고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분명하든 분명하지 않든 메세지가 있어야하는 것도 맞습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보여줘던 것 처럼 말입니다.

최민식과 이병헌은 역시 대단하더군요.
두사람 모두 배우로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저는 그들의 연기를 볼때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존경심마져 듭니다. 약혼녀를 잃은 이병헌(수현 역)의 분노와 슬픔의 연기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최민식(경철 역) 연기는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입니다. 이병헌은 김지운의 '달콤한 인생'에서 보여줬던 냉철한 카리스마가 더 날카롭게 빛나더군요. 최민식은 '주먹이 운다'에서 보여줬던 거칠고 악착스러운 오기가 떠올랐구요. 역할에 적당한 배우 선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최고 배우의 연기를 한 영화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행운이라 할수있겠지요.

두 사람 외에도 상당히 매력있는 여배우들이 나오는데 제가 주목한 배우는 오산하(수현 약혼녀 주연 역)와 윤채영(간호사 역)입니다. 특히 윤채영은 짧은 씬에도 불구하고 검색어 서제스트에도 등록될 만큼 인기가 있더군요. 그런 것을 보면 남자들의 여자에 대한 호기심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오산하는 '웰메이드스타엠' 소속으로 가수이기도 하더군요. '하와이언 송'이 대표곡이라는데...들어보니 저는 처음 들어본 곡이었습니다. 윤채영은 '와이비엔터테인먼트'소속의 배우로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에 출연했다는데 그 영화도 제가 못봤습니다. 윤채영은 이번 역할을 위해 6kg을 살찌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도 촬영씬보다 편집된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영화중 감정과 본능에 가장 충실한 영화라는 김지운 감독.
그런 점에서 보면 '사이코패스'와 '피해자의 응징'은 적절한 코드겠죠.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자문을 해볼수도 있을테고요. 영화를 보면서 상당히 몰입해서 봤던 것은 사실입니다. 자극적인 영상은 그 자체로서 인간의 내재된 감정을 흥분시키니까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영화'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영화가 복수 자체에 함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쾌한 복수가 아니라 씁쓸한 복수라고나 할까요.

김지운의 말 그대로 '감정과 본능'에 충실했기에 이런 영화가 나왔겠지만, 카타르시스가 없는 복수라서 그런지 허망함과 찝찝한 기분만 남았습니다. 수현의 광기도 천사의 모습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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