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전력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암릉은 등산의 꽃으로 불린다. 그래서 웬만큼 산행에 이력이 붓고 나면 암릉 종주에 욕심을 낸다. 암릉의 매력은 암벽에 비해 배우기도 그리 어렵지 않고 짧은 암릉에서도 성취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력자들의 암릉 종주가 쉬워 보인다고 초보자가 섣부르게 따라했다가는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으므로 마음만 앞세우지 말고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암릉은 사소한 사고에서부터 날씨 변화와 시간 소요 등 의외의 변수가 많으므로 반드시 도시근교의 암릉에서 충분한 등반을 한 뒤에 높은 산에 가는게 좋다.
힘과 담력
자기 체중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암릉 등반에 있어 힘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암벽처럼 바위턱을 잡고 몸을 끌어올려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므로 지레 겁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암릉을 타는데 팔이 없어 바위턱을 오르지 못한다면 체중을 줄이던지 팔심을 기르는 노력을 하면 된다.
초보자들 대부분이 가파른 바위벽에 서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몸을 바짝 바위에 붙인다. 미끄러질까봐 겁을 먹기 때문인데 이렇게 되면 발바닥과 바위의 각도가 죽어 더 잘 미끄러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위와 내 몸의 마찰력을 높이려면 몸이 뒤로 자빠지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 각도를 키워 줘야 한다. 또 바위와 몸 사이에 거리를 둬야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손잡이나 발디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낼 수 있다.
암릉을 탈 때 주의할 것은 밑에서 보기에 만만해 보인다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쉽게 보여도 예기치 않은 실수에 따른 추락 거리나 탈출로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면서 시도할 일이다. 암릉은 같은 구간이라도 오르기보다 내려가기가 몇 배 이상 어렵다. 뒷걸음치며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발디딤 등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리가 될 때는 다음기회로 미루어야 하고 절대 혼자 나 서지 말라는 것이다. 반드시 경험자나 전문가와 함께 해야 한다.
기술
암릉을 탈 때 다리를 11자형으로 세워주는 것은 마찰력을 얻는 발바닥 면적이 넓은 것도 있지만, 미끄러지더라도 계속 발바닥이 바위면을 훑으면서 떨어지므로 중간에 멈출 수가 있다. 때문에 발을 11자형으로 하고 나면 무릎을 곧게 펴주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발 못지 않게 손놀림도 기술이 필요하다. 바위턱을 잡을 때는 손가락들을 벌리지 말고 서로 붙여야 한다. 손가락을 벌려 잡으면 힘이 약하지만 붙여 잡을 때는 서로 지지력을 얻어 배의 힘이 나온다. 큰 바위 턱을 잡을 땐 엄지는 떨어지게 되지만, 작은 돌기를 잡을 때는 언제나 엄지를 둘째손가락 옆에 꼭 갖다 붙이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한다. 비탈에선 발은 반듯하게 11자로 딛고 무릎을 굽히지 말고 곧게 펴 체중을 정확히 옮겨야 한다. 손가락은 바위 면의 돌기를 엄지까지 붙여 손가락을 모아 잡아야 힘을 제대로 쓴다. 오를 때는 네 손발 중 하나만 옮겨야 나머지 셋이 3지점을 이뤄 몸 균형이 유지된다. 그리고 바위 날개를 잡고 밀고 당기기를 할 때는 손과 발이 너무 떨어지면 힘을 못 쓰고, 중간에 잠시 쉴 때는 매달린 팔은 곧게 죽 펴서 근육이 아니라 뼈로 매달리면 힘 소모가 훨씬 적다. 바위틈에선 발을 넣어 비틀어 쐐기처럼 하면 안빠지고 손은 틈의 크기에 따라 손가락을 끼거나 손바닥을 부풀리고 주먹도 쥐어 넣어 돌리면 단단히 박혀 몸을 끌어올릴 수가 있다.
확보법
암릉을 탈 때 자일을 써야 할 때가 많다. 이때는 선등자와 후등자가 상대방이 등반을 하는 동안에 자일을 잡아 줘 추락할 경우 피해를 줄여야 한다. 하강기를 이용할 땐 안전벨트나 확보물의 카라비나에 하강기를 끼어서 확보를 본다. 하지만 비교적 쉬운 곳에서는 자일을 어깨에 둘러 확보를 보는 게 편하다. 상대방 쪽의 줄을 왼손으로 잡고서 그 뒷 부분 자일을 오른쪽 어깨 위로 돌려 가슴 앞에서 잡는다. 거꾸로 상대방으로 향한 자일을 어깨 위로하게 되면 상대가 추락했을 경우 그 충격이 어깨에 바로 전달돼 몸의 중심이 흐트러지게 돼 위험하다.
손쓰기
손모양은 잡아야 할 바위의 생김새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바뀐다. 뾰족한 바위 끝이나 둥글게 솟아오른 바위, 작은 틈새를 벌리고 있는 바위 등 그때마다 손 모양을 달리해 잡는 방 법을 터득하면 훨씬 수월하게 암벽을 오를 수 있다.
①손잡이 감싸 잡기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바위면이 크거나 둥글 때 손가락으로 감싸는 방법이다. 잘 잡힌다고 아무렇게나 잡을 게 아니라 이리저리 몇 번 더듬고 보고 나서 조금이라도 편한 곳을 찾아내 야 힘을 절약할 수 있다. 손의 힘은 금방 빠지므로 조금이라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자연스럽게 감싸야 한다.
②세워 잡기
세워 잡기는 손가락 끝을 이용하는 만큼 힘도 많이 들고 아프기도 하다. 작은 바위 턱을 손가락의 첫째와 둘째 마디를 구부려 당긴다.
③당겨 잡기
작은 바위 턱이나 끝이 모난 곳을 손가락의 둘째 마디를 구부려 매달리듯 하는 방법이다. 엄지 손가락을 검지 옆에 붙일 수 있으면 훨씬 힘이 덜 든다.
④집어 잡기
집어 잡기는 버티는 힘이 약해 얼른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야 안전하다. 바위면 중 툭 튀어 나온 부위를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으로 쥔다. 마치 책꽂이에 꽂힌 책을 뽑아내는 듯이 하면 된다.
발쓰기
손이 잡고 지나간 손잡이는 바로 발디딤이 된다. 가장 흔한 발 쓰임새는 마찰 딛기로 울퉁 불퉁하거나 오목한 곳을 앞바닥으로 딛고 오른다. 뒤꿈치를 들면 더 많은 마찰력을 얻을 수 있다. 가 딛기는 신발 모서리로 바위의 각진 곳을 딛는다. 보통 엄지발가락 부분의 안쪽 모 서리를 바위에 대게 되지만, 때에 따라서는 바깥쪽이나 발끝을 딛기도 한다. 바위 틈새에선 손처럼 발도 집어 넣어 끼우기를 하면 된다. 그냥 발을 넣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비틀어 줘 야 빠지지 않고 꽉 박힌다.
몸쓰기
날개처럼 갈라져 있는 바위를 잡고 오를 때나 손발 끼우기가 잘 안되는 틈새에서는 레이백 이라는 밀고 당기기를 한다. 손으로 바위 날개를 잡아 당기고 발로는 바위 벽을 밀어내면 된 다. 주의할 것은 손과 발과의 거리가 너무 멀면 발이 빠지기 쉽고 너무 가까우면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 움직이기가 불편하다. 실제로 해보면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온몸이 다 들어가는 넓은 바위 틈새는 굴뚝(침니)이라고 하는데 등을 붙이고 발과 손을 두 면에 하나씩 번갈아 대며 내리거나 오른다. 위에 소개한 장비와 기술말고도 많은 것이 있지만 기본적인 기술을 알고 있으면 그때그때 응용할 수가 있다.
종주에 필요한 장비
개인장비
암벽화
암릉 종주를 할 때는 반드시 암벽화를 신도록 한다. 그러나 암릉 종주를 할 때 신을 암벽화를 고를 때는 암벽 등반을 위한 신발과는 달리 생각해야 한다. 암벽 등반을 하려면 아주 작은 돌기에도 앞굼치로 딛고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발가락이 굽어질 정도로 꽉 끼는 것을 신지만 긴 거리를 걸어야 하는 암릉 종주 때에는 그런 신발을 신으면 발이 너무 아프게 된다. 양 말을 신고 발에 약간의 여유가 있으면 된다.
안전벨트
상하단으로 되어 있는 벨트가 착용하기가 번거롭긴 하지만 만일의 경우 추락하더라도 몸이 거꾸로 뒤집히지 않아 안전하다. 상하단으로 된 벨트를 구할 수 없을 때는 하단만으로 된 안전벨트를 사용하는데 이때는 상단이 없는 대신 몸에 착 달라붙도록 잘 차야 한다. 특히 허리 앞 쪽에 있는 버클에 끈을 낀 다음 반드시 다시 한번 썩어 거꾸로 통과시켜 주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한다. 그러지 않으면 추락했을 경우 버클에서 끈이 빠져 벨트가 몸에서 벗겨질 수 있으니 목숨과 관계되는 일이다.
임시로 벨트를 만드는 방법은 폭이 1.5센티미터쯤 되는 테이프 슬링을 이용하여 허리에 둘러 카라비나를 끼우면 된다. 헐렁하면 쉽게 벗겨지니 끼일 정도로 매야 안전하다. 이때 슬링 이 긴 것으로 한번에 다리와 허리를 두르는 방법과 짧은 슬링 두 개를 이용해 다리와 허리에 각각 끼는 방법이 있다.
하강기
암릉에도 바위 꼭대기에 박아 놓은 볼트가 있어 자일로 하강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8자, 로봇, 튜브 등 여러 종류의 하강기가 있는데 8자 하강기가 널리 쓰인다. 하강을 할 때는 몸을 바위에 직각이 되도록 완전히 뒤로 눕혀야 한다. 어정쩡하게 몸을 세우면 자일이 잘 안 빠질뿐더러 여자 같은 경우 머리가 하강기에 끼일 수도 있다.
하강기가 없을 때는 카라비나를 써서 대용하고 이것도 없을 때는 고전적인 기술을 사용한다. 자일을 오른 다리에 걸친 다음 오른쪽 가닥을 왼쪽 어깨 위로 가로질러 둘러 잡는다. 이때 오른 다리 허벅지 뒤쪽에서 오른손으로 잡은 자일은 절대 놓치면 안되고, 발 또한 줄곧 자일이 걸린 오른발을 아래로 한 채로 뒷걸음질 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몸이 빠져 버리거나 뒤집힌다.
하강이란 하강기를 쓰던 몸을 쓰던지 간에 자일을 꺾이게 하거나 스치게 하여 마찰력을 높여 주는 것이 기본 원리다.
자기 확보줄
5∼6미리미터 굵기의 둥근(코드)슬링 2m 정도로 하여 양끝을 매거나 푸르지크 매듭을 써 만든다. 이것은 아주 좁은 바위 턱 등에 머물 때 안전을 위하여 나무 등 확보물에 몸을 매 어 두거나 나무 등 확보물에 몸을 매어 두거나, 하강준비할 때 피톤에 거는 것으로 항상 안 전 벨트에 달고 다닌다.
카라비나
카라비나는 여러 경우에 요긴하게 쓰인다. 우선 안전벨트, 자기 확보줄엔 하나씩 필요하고 비상시에 하강기 대용 등으로 쓰게끔 3-4개는 예비용으로 준비한다.
산행책임자가 준비해야 할 장비
근교의 암릉에선 9-11미리미터 굵기의 40-50미터 짜리 줄(자일)한동이면 여러 명이 서도 대부분 할 수 있다. 간혹 긴 하강 코스를 대비하여 여분으로 한동 더 준비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아주 쉬운 코스를 갈 때에는 그 보다 간단하게 6-8미리미터 굵기의 보조 자일 30-40미터 만 있어도 무리없이 산행할 수 있다
암릉은 인수봉이나 선인봉 등 암벽등반 코스처럼 확보용 볼트가 제대로 박혀있지 않다. 확보물을 설치하거나 하강을 할 때 주로 나무나 암각 등에 슬링을 걸어야 하므로 여유있게 챙기도록 한다.
그밖에 확보 장비로 프렌드나 카라비나, 퀵드로 등을 준비하면 책임자로서는 한결 편하게 일행을 인솔할 수 있을 것이다.
매듭법
자일이나 슬링, 카라비나를 여러 가지 용도로 이용할 때마다 거기에 맞는 매듭을 써야 한다. 모든 매듭은 눈감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집에서 연습을 해 둬야 한다. 암릉 종주를 할 때 막 상 매듭을 처리하려고 하면 경황이 없어 집에서 잘 되던 매듭도 헷갈리는 게 대부분인 데다 가 날이 어두워지거나 비바람이 불 때 재빨리 안전하게 매듭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8자매듭 자일을 자신의 안전벨트 카라비나에 낄 때 쓴다. 보통 매듭보다 한번 더 돌려 매면 8자 모 양으로 되는데 이것을 쓰는 이유는 강도가 높을뿐더러 풀 때도 훨씬 쉽기 때문이다.
선등자 매듭 보우라인 매듭이라고도 하는 이것은 보통 선등자가 카라비나가 아니라 허리에 자일을 직접 맬 때쓴다. 후등자도 안전 벨트가 없다면 이 매듭으로 자일을 묶어야 한다. 그런데 이 매듭은 자기가 직접 매는 것은 비교적 쉬운데 다른 사람에게 매주는 것은 전혀 다른 매듭처럼 아주 어려워 미리 해보지 않으면 도저히 할 수 없다. 끝을 조금 남겨 보통의 옭매듭으로 안전을 확실히 하는 것을 잊지 말자
까베스통(클러브 히치)매듭 자일을 카라비나나 나무에 고정시킬 때 쓴다. 나뭇가지에 이 매듭을 하려면 자일을 밖으로 돌릴 수 가 없는 만큼 카라비나에 걸 때와는 판이하므로 별도의 연습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