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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눈덩이’인데 손 뗄 수도 없고…KT, 공중전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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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눈덩이’인데 손 뗄 수도 없고…KT, 공중전화 딜레마

세계일보|기사입력 2007-12-06 11:02


공중전화 사업이 갈수록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만성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써봤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고 되레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 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등의 극약 처방까지 좌절돼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게다가 공중전화는 공익사업이다 보니 수익이 안 난다는 이유로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해법 찾기가 더욱 어려운 형국이다.

◆애물단지로 전락=5일 KT에 따르면 지난해 공중전화로 벌어들인 수입은 총 784억원. 이 기간 공중전화 관리에 들어간 비용이 1530억원이었으니 영업손익을 따지면 746억원 적자다. 2006년 공중전화 보급대수가 21만7748대였음을 감안하면 공중전화 1대당 연간 약 34만원씩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런 상황은 어제오늘 벌어진 게 아니다. 2004년엔 634억원(연간 1대당 19만원), 2005년에도 738억원(〃 27만원)의 손실을 보는 등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는 추세다. 2001년 이후 6년간 이런 식으로 쌓인 누적 적자액은 4831억원에 달한다.

공중전화 사업이 만성적자에 빠진 이유는 휴대전화에 밀려 사용량이 많이 줄어든 때문이다. KT에 따르면 연간 공중전화 사용시간은 2004년 11억1900만분이었지만 지난해엔 5억7000만분으로 2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공중전화 사용시간은 2001년 이후 매년 30%씩 줄어드는 추세다. 이처럼 쓰는 사람이 없다 보니 공중전화는 자연스레 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공중전화 보급대수는 2001년 49만9566대에서 올해 6월 현재 20만7059대로 6년 새 절반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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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은 없나=상황이 이처럼 나쁘다고 해도 공중전화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이 사업의 공익적 성격 때문이다. 지난 2월 온라인 마케팅 업체 엠브레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중전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무려 60.3%에 달했다.


이런 딜레마 속에 KT는 지난해 말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공중전화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1만대의 신형 공중전화기를 기차역과 공공기관 등 이용객이 많은 지역에 순차적으로 설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KT가 올해 전국에 보급한 신형 전화기는 고작 120여대에 불과하다. 내년 역시 1만대 설치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얼마 전에는 국민의 비난여론에도 공중전화 통화 요금을 3분당 70원(시내기준)에서 1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까지 추진했으나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3분당 시내통화요금 평균이 301원으로 우리나라도 요금 인상의 여지가 있다는 게 KT의 주장이었지만, 서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당국이 허가해 주지 않았다.

사업자인 KT는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고민에 빠져 있다. KT 관계자는 “누적된 적자로 적극 투자에 나설 수 없는 형편이지만 공익사업인지라 상황을 외면할 수도 없어 난감한 지경”이라며 “공중전화에 여러 가지 부가 서비스 기능을 다는 등 수익 다변화를 시도할 예정인데, 이런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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