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닐 때 막걸리를 많이 마셨죠. 그런데 그때만 해도 제가 막걸리를 연구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막걸리 없는 제 삶을 상상할 수 없죠.”
분자유전학을 전공한 국순당연구소 부소장 신우창(41) 박사는 전공을 살려 유전학 관련 일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우연히 국순당 배상면 회장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고, 배 회장의 열정에 반해 1999년 국순당에 입사하면서 막걸리와 인연을 맺었다.
“우리나라에 막걸리 제조업체가 7백여 곳에 달해요. 지역에 따라 그 맛이 모두 다르죠. 그래서 개발 초기에는 하루에 수십 종류의 막걸리를 마셨어요.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일이었던 셈이죠.”
그때부터 신 박사는 막걸리 예찬론자가 됐다. 그는 막걸리가 좋은 이유로 몸에 이롭다는 사실을 먼저 든다. 막걸리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효모와 유산균 같은 미생물이 항암작용을 하는 것은 물론, 노화방지 효과까지 있다는 것이다. 막걸리 속의 비소화성 식이섬유는 변비를 예방하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막걸리의 다이어트 효과가 알려지면서 이웃나라 일본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 막걸리의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 11년 동안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를 연구해온 신 박사는 생막걸리의 탄산압을 유지하는 특허기술을 개발한 주역이기도 하다. 막걸리는 원래 생막걸리가 기본이라고 한다. 살균 막걸리에 비해 생막걸리는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 있어 맛도 영양도 월등하다. 다만 냉장을 해도 유통기한이 보통 7~10일에 그친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는 탄산압을 유지하는 방법을 개발해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을 한 달 정도로 늘렸다.
신 박사는 무엇보다 막걸리는 한국인의 유전자에 각인된 술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소주라고 말하죠. 저는 이 사실이 참 안타까워요. 물론 소주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죠. 하지만 6백 년 된 소주보다는 5천 년 전통을 지닌 막걸리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술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의 DNA에는 5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막걸리의 맛에 대한 기억이 들어 있고, 그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막걸리를 한 번만 마셔도 금방 익숙해지죠.”
간혹 막걸리를 마시면 다음 날 머리가 아프다는 등 소위 ‘뒤끝이 안 좋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신 박사는 막걸리에 대한 오해라며 안타까워한다.
“1975년 막걸리의 인기는 최고였죠. 전체 주류시장의 60~70퍼센트가 막걸리였고, 전국적으로 1백40만 킬로리터가 생산됐으니까요. 그 시절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어요. 그러다 보니 막걸리 제조업자들이 조기 숙성을 시키느라 카바이드 같은 화학물질을 공공연히 사용했어요. 그 때문에 막걸리를 마시면 다음 날 머리가 아프다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죠. 막걸리 자체가 그런 부작용을 일으키는 건 아니에요. 요즘 만들어지는 막걸리는 그런 일이 절대 없죠.”
1975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막걸리는 1980년대 들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런 막걸리가 부활하고 있다. 국순당만 해도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성장했을 정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정부가 쌀 소비 촉진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의 파고에 맞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방법의 하나로 쌀 가공식품 활성화를 누누이 강조해왔고, 그중 하나가 쌀막걸리다. 심지어 내년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 때의 만찬주로 쌀막걸리를 제안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막걸리 바람이 다시 부니 기분 좋죠. 좀 더 욕심을 내본다면 소비자들이 막걸리의 참 가치를 인정해줬으면 합니다. 현재 7백50밀리리터 용량의 막걸리가 보통 1천원 정도 합니다. 생수보다도 싸죠.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안 사먹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좋은 재료를 쓰거나 좋은 패키지를 사용하는 게 어려운 실정이죠. 제조업자들도 품질 관리와 개발에 노력하겠지만, 소비자들도 ‘막걸리=싼 술’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막걸리의 고급화, 세계화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술을 연구하는 신 박사의 아내는 유전학자다. 얼마 전 그의 아내는 당근 색소를 첨가해 황금쌀을 만들어냈다. 신 박사는 이 황금쌀을 이용해 황금 막걸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이나 일본의 사케처럼 막걸리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주로 만들기 위해 그는 오늘도 막걸리를 마신다.
글 : 위클리공감 백경선 객원기자 / 사진 : 조영철 기자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대한민국 정책 정보지 위클리공감(2009.9.2)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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