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동초와 바보

인동초와 바보

반응형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10점
오연호 지음/오마이뉴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중 일부 입니다.

사실 요즘 '잃어버린 10년'의 그리움을 책으로 달래고픈 마음인데, 읽어볼 책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직 책으로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네, 유치한 핑계죠...
더 솔직히 말하면 여유롭게 책을 읽기가 많이 힘듭니다. 일종의 무력감 같은 것을 느껴서요.
그냥...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소개글이었으면 합니다.



대통령 준비 "역사적 안목 기르고 있다"

그렇다면 그때 민주당 국회의원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누구를 거울 삼아 '역사적 안목'을 기르고 있었을까? 해외 인물로는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이었다고 정치인 노무현은 나중에 밝혔다. 그렇다면 국내 인물 가운데는? 아마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었을 것이다.
대통령 노무현은 2006년 2월 26일 출입기자들과 취임 3주년 기념 등산을 한 후 점심식사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사적 안목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지난 1971년 DJ가 내놓은 4대국 보장론이나 통일정책은 아주 파격적입니다. 우리는 DJ를 최근의 정치인으로 보지만 그가 정치권에 등장해서 1970년에 대선후보가 되어 1971년 대선 때 제시했던 정책방향을 그 시대 속에서 보면 아주 천재적인 것들입니다. 그가 당시의 세계정세를 나름대로 읽고 내놓은 외교 통일정책들을 보면 그가 매우 뛰어난 안목을 가진 정치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치의 천재, 정책의 천재" 김대중의 천재성 탐구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와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하는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퇴임 5년이 지난 지금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내가 청와대에 들어와서 보니 이 정부의 구석구석에 김대중 대통령의 발자취가 남아있었습니다. 내가 창조적인 것이라고, 내가 처음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들어가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발자취가 있더란 말입니다. 그런 것이 한두 개가 아니고 상당히 많습니다. 정부 혁신 부분에도 그런 것이 있고,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모든 것을."

머리를 빌려서 하는 지도자와는 다르다고 했다.
"아까 곳곳에 그분의 발자취가 남아있다고 내가 말했는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분 스스로 비전, 전략, 정책에서 역시 탁월한 대통령이었기 때문입니다. 대강대강 주변의 학자들이 적어준 것이 아니라, 머리를 빌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입니다. 한 수준을 뛰어넘는 거죠. 머리를 빌려서 하는 지도자와는 다릅니다. 말하자면 철학과 가치, 전략, 정책 모두 탁월한 정치인입니다."
 
"국민의 정부 덕분에 열매 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어달리기 게임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솔직했다.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도 그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국민의 정부 덕분에 참여정부가 열매를 따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책의 성과가 성장률로 나타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돼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먹고 살고 있는 반도체, 휴대폰, 그밖에 여러 가지 수준 높은 기술들은 우리 정부에서 만든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 수출 3000억 불을 초과 달성한 것도 다 이전 정부에서 준비하고 성장시켜온 것들을, 저희 정부에서 열매를 따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 이어달리기에 질투는 없다


인간인 이상 질투를 느낄 만할 것이다. 보수언론으로부터 준비 안 된 대통령이라는 말을 밥먹듯 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고 노벨평화상을 받을 정도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어찌 질투심이 없겠는가? 형제간에도 그런 것이 있을진대.

그러나 전임 대통령을 평가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표정과 말투에서 나는 그것을 조금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질투보다 공부를 택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퇴임 직전에도 계속 대통령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2000년 대권도전선언 인터뷰를 하기 위해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마주앉았을 때 그가 대통령을 하기 위해 "역사적 안목을 기르고 있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역사적 안목을 갖춘 두 사람은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두 정치인은 한 팀이었다. 역사의 이어달리기에서 자기 시대에 다가온 책무와 도전을 회피하지 않았다. 국민의 염원을 안고 한 방향으로 달렸다. 김대중은 정권교체, 평화통일의 염원을 안고, 노무현은 특권 없는 사회, 지역주의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달렸다.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한 길 위에서였다. 두 사람은 역사와 대결에서 한 몸이었다.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바보 노무현의 죽음을 접하고 "내 몸의 반이 무너진 심정"이라고 한 것은 과장이 아니었다....
 
---------------------------------------------------------------------------------------------------------

다시봐도 두분의 각별한 애정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인간으로서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이제 다시 볼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인터뷰의 마지막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 저 역시 동의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노무현은 김대중을 공부했다. 이제 살아남은 자 누군가가 노무현을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 오마이뉴스 오연호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