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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니 어제 마음 속에 바람이 불었는지 저녁 8시가 넘어서 바람을 쏘이고 싶더군요.
저녁에 먹은 식사가 불편했던 것도 아니고 심심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우리 양순이 털이 소복소복~ 묻어있는 무릎나온 청색 츄리닝에 회색 후드티하나
걸치고 아무 생각없이 집을 나섰습니다.
동네가 동네다 보니 젊은 청춘들이 여기저기서 염장을 지르고 있고
9시 전에 벌써 술 젖어 비틀거리는 청춘들을 보니...
부럽기도 하지만 몇일 전 수많은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기사가 멀건 소주잔에 동동 떠있는 것 같더군요.
'젠장! 반값 등록금 공약으로 젊은애들 병신만들어 놓고
이제는 나 몰라라. 인상이라도하지 말던가!'
술 때문에 즐거워 보인다는 생각 대신에 거짓말로 일관하는
이 정부에 대한 분노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젊다는 것은 좋은 것이라며 마음 속으로 화이팅을 보냈죠.
그리고 다시 천천히 걸었습니다.
'나도 저 나이때 저렇게 지냈던가? 아...난 군대있었구나!'
문득 알고 지내던 여자들, 결혼할 뻔 했던 여자들...
나의 잘못으로 보낸 여자들의 얼굴이 몇명 떠오르더군요.
해가 지고 거리에 술냄새가 풍기니 자연스럽게 추억이 떠오른 것이지요.
'다들 잘 지내고 있겠지...'
외로움이 슬그머니 팔짱을 끼더군요.
그때!
저 앞에서 어디서 많이 본듯한 여자가
저와 마주보며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늘 환한 미소와
밝지만 진지했던 목소리 그리고 날씬한 몸매...
나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 피할까? 잠깐 내가 왜?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래도 서로 어색할 것 같은데...
나를 알아보는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
바로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를 못알아 볼지 몰라.
좀 멀긴하지만 돌아서 집으로 가면
아무일 없던 것처럼 그냥 지낼 수 있어.
어째 기분이 좀 이상하다 했다...텔레파시였나....
그나저나 어떻게 해야하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고
저는 그냥 당당하게 지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녀가 나를 모르고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좀더 가까워지자 제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저를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도 않고 정면으로 걸어오더군요.
조금 당황한 나와 다르게 전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가운 척을 할 것 같은 기세....
'늘 자신감있던 예전 모습 그대로구나. 여자들은 참 대단해..'
드라마에서 나올 것 같은 짧고 멋진 인삿말만 하고
빠르게 지나갈 것이라 다짐했었지만
막상 코 앞에 그녀의 얼굴이 다가오자 말문이 막히더군요.
그리고 그녀의 말에 저는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 아직 도에 관심 없으세요?"
ㅠ.ㅠ
몇 개월 전에 10분 간 얘기 좀 들어줬는데 용케도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그녀. 제발...이제 다시는 만나지 말자구.
우린 인연이 아니야....;;;;;
[관련 포스트] [나의 수다방] - 나의 꿈 나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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