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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다방

1박 2일 휴가에서 얻은 재밌고 오싹했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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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야외 나가서 머리 좀 식히고 왔습니다.
남양주의 '물소리 유원지'라는 곳인데, 생각보다 작은 곳이더군요.



오랜만에 야외로 나가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워야 하지만 사실 첫 출발은 그렇게 즐겁지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머리가 좀 아픈 일도 있고,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이 좀처럼 저를 놔주지 않더군요. 그래도 기왕 나왔으니 '일'에 대한 것은 모두 잊기로 내 자신과 약속을 한 후에야 조금 편해졌습니다.

일단 이곳을 조금 소개해드릴께요.
저희는 일찍 예약을 해서 가격에 비해 시설면에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른 5명과 초등학생 2명이 잘만한 크기의 황토방도 괜찮았구요, 작지만 에어컨과 TV, 냉장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은 따로 없었지만 문 앞에 우리만의 평상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어떤 할머님이 우리가 빌린 곳의 가격을 알아내려고 계속 유도심문 하시는데 끝까지 대답을 안해줬습니다. 배아프실 것 같아서...ㅋ


누워계시는 아버지가 보이네요~


아쉬운 것이 있다면 물이 생각보다 깨끗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물소리 유원지'라는 이름이 무색하지요. ㅎㅎㅎㅎ 그렇다고 물에서 냄새가 나거나 이물질이 많다는 뜻은 아니구요, 축령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논과 밭 사이를 지나면서 흙이 같이 내려오다보니 탁한 느낌이었습니다. 서해안이 뻘 때문에 맑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여튼 물은 꽤 차가웠고, 아주 작은 치어들이 물속에 많이 있었습니다. 물이 깊지는 않아서 아이들도 안전하게 놀수가 있구요.




덕분에 조카랑 같이 곤충채집망으로 치어를 잡아서 채집통에 모아두면서 놀았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물가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쉴 생각을 하지 않더군요. ^^ 하여튼 그렇게 놀다보니 일요일 오후가 조금씩 저물고 있었는데, 어머니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고모가 오신다는군요. 고모부도. 작은 어머니도. 사촌 동생도. ㅎ;;;;;

일요일 일찍부터 차타고 가다가 집에 들리라고 계속 전화가 오시더니, 우리가 못가게되니 결국 직접 오신답니다. 줄 것도 있고, 할 일(?)도 있고...하시면서.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휴가와서 김치담궜습니다. ㅎ;;;;;;;;;;;;;




엄청나게 부지런하신 고모와 고모부가 암사동쪽에서 일을 하시면서 틈틈히 텃밭을 가꾸시는데 그곳에서 각종 야채와 채소들이 무공해로 자라고 있어서 매년 우리집에 공수되어 옵니다. 덕분에 안전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매년 먹고 있습니다만....휴가지까지 오셔서....이렇게 다정하게 일거리를 내놓으시다니...-_-;;;;;; 하여튼 마트가서 장을보고 와서 결국 열무김치를 만들어서 그날 저녁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ㅎㅎㅎㅎ

저희 집 식구들은 술을 못마십니다. 제가 그나마 잘 마시는 편인데, 저도 소주한병이 주량이다보니 식구들끼리 모여도 사실 그다지 재밌지는 않습니다. 술뿐만 아니라 고스톱도 못치구요. 그래서 우리집 식구들은 놀러가면 먹고 사진찍는 일이 전부죠. ^^
그런데 이번에는 고모와 고모부, 작은어머니까지 오셔서 어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게 되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이것도 그다지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젊은 사람들이야 다음에 다시 놀러가면 되니까요. ^^


그런데...
너무나 무서웠던 경험을 그 날 밤에 하게 되었습니다.


저녁 11시간 넘어서야 고모네 식구들과 작은어머니 식구들은 집으로 돌아가시고, 저의 가족들은 내일까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잠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방을 대충 정리하고, 군대시절 모포를 털듯이 이불들을 모두 털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를 닦으려고 앞 마당쪽의 수돗가로 가서 열심히 칫솔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눈앞에 창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희 방 뒤쪽으로 화장실이 있었는데 그 창문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그 창문 안을 보자마자 저는 칫솔질을 멈추고 비명을 지르면서 방문앞으로 도망갔습니다. 어둡기는 했지만 분명 사람팔이 화장실 문위로 뻗어나와 있었습니다!!!

아악!!!!!!!




이를 닦으려고 방에서 나오던 형수가 놀래서 왜그러냐고 묻더군요.

"화장실에 사람 손이 있어요!"

헉! 형수도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조카들은 방에 있다가 뛰어 나와서는 삼촌 왜그러냐고 난리가 났습니다. 제가 설명을 했죠. 화장실 칸막이 위에 사람팔뚝 두개가 나와있다고. 형수는 겁먹은 표정으로 슬쩍~ 한번 보더니, 걸레를 걸쳐놓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건 분명 사람손이었습니다. 착시였다면 손가락이 그렇게 확실하게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말입니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은 분명 아이의 손이였습니다.
형도 나와보고, 어머니도 나와보셨지만 창문 안쪽을 제대 보지는 못하셨습니다. 그들도 놀랐나봐요. 어머니는 저보고 건강이 약해졌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어머니가 화장실에 가서 확인 좀 해보세요..." ㅋㅋㅋ 그랬더니 어머니 왈,

"내가 거길 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아무도 화장실에 가서 확인을 못했습니다. 다행히 화장실이 한군데 더 있어서 그쪽을 이용했습니다. 저는 무서웠지만 사진을 찍어서 증거를 남기겠다고 해서 블로그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내일 반드시 확인해 보리라..생각하며 일단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저는 화장실로 갔습니다. 손의 정체는?



하얀 고무장갑이었습니다. ㅋ
하얀색 고무장갑은 서울에서 자주 보기 힘들던데...그쵸? 하여튼 정말 오싹했던 밤이었습니다. 어쨌든 우리 가족은 아침을 챙겨먹고 잠시 쉬웠다가 근방의 '몽골 문화체험장'에 갔더니 월요일이라고 마침 전부 쉬더군요. 그래서 다시 축령산으로 이동. 가벼운 등산을 해보기로 합니다. 그러나...등산으로서는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닌것 같았습니다. 조카들 성화에 정상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근방의 물가에서 또다시 놀았습니다. 이번에는 저도 물속에 완전히 몸을 담그고 조카들과 같이 놀았죠. 재밌더군요~ ㅎㅎㅎㅎ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수영장이였습니다. 이곳도 '물소리 유원지'처럼 물이 맑지는 않았지만, 산 정상쪽에 있는 곳이라 그래도 안심이 되더군요. 여기를 끝으로 저희는 모든 휴가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틀동안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집에 오자마자 저녁을 뭘 먹을까 한바탕 시끄러웠습니다. 닭갈비부터 순대국, 탕수육, 짜장면, 모밀국수, 돈가스, 막국수...;;;;;; 결국은 짜장면과 짬뽕, 깐풍기를 시켜먹었습니다. ^^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어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고, 확실히 야외에 나갔다오니 기분 전환도 많이 되더군요. 아직 휴가를 못 떠나신 분들은 날씨정보 잘 확인하시고 일정 잡으시기 바랍니다. 다행히 저희 휴가기간에는 해가 쨍쨍 떠서 놀기에는 아주 좋았습니다.

이상 유쾌한상상의 휴가보고(?)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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