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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영화 '낮술', 한 남자의 빵 터지는 파란만장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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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노영석 /출연 송삼동, 김강희, 이란희, 신운섭, 탁성준, 이승원, 김가온 외



15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2009)     수상    이날코 심사위원상(노영석)
33회 토론토국제영화제(2008)         초청    디스커버리(노영석)
61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2008)     수상    국제경쟁-특별언급(노영석)
9회 전주국제영화제(2008)             수상    한국경쟁 대상(JJ-STAR상)(노영석), 관객평론가상(노영석)


영화 '낮술', 한 남자의 빵 터지는 파란만장 여행기

'낮술'은 아무런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독립영화다. 홍상수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좀 더 대중적이다.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와 처음 보는 배우들이 등장해서 '낮술'처럼 어지럽고 코믹한 상황을 이어간다.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영화라서 그런지 기대 이상으로 매력적이다. 한 참 킥킥 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 뻘쭘함을 느끼게 된다. 사실은 세상 모든 수컷들의 고백같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넌 들켰어! (스포일러 없음)





줄거리는 아주 평범하다. 위 스크린샷은 첫장면이다. 혁진(좌앞, 송삼동)은 애인과 헤어지고 무척 괴롭다. 친구들은 함께 술을 마시며 혁진을 위로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별 앞에서는 원래 그런 법 아닌가. 친구 한명이 강원도 정선에 아는 형 펜션이 있다면서 갑자기 여행을 제안한다. 술 김에 전부 오케이를 외치지만 혁진에게는 만사가 귀찮다. 그래도 결국 허락하고 각자 정선 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다. 혁진은 제 시간에 도착해서 친구들을 기다린다. 그러나 친구들은 어제 여행 계획을 이미 잊어버렸다. 술 탓이다. 혁진은 욕을 하며 다시 서울로 올라가려다 전화 넘어 친구의 설득에 혼자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 영화에는 주인공 혁진과 그를 둘러싼 술과 여자들이 중심에 있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술. 이미 그것만으로 많은 사건이 예고된 셈이다. 착하지만 소심하고, 소심하지만 여자와 술에 약한 남자. 실연의 아픔을 느낄 사이도 없이 여행은 꼬일대로 꼬여버린다. '의미없는 영화'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떡밥을 던져 본다. 이 영화는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소심남의 성장영화'라고. 이제 만족스러운가. ㅋㅋㅋ 사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 정도까지 포장이 필요한 영화는 아니다. 예쁜 여자에게 접근하는 혁진. 못생긴 여자에게는 예의바르게 거리를 두려는 혁진. 또 혁진에게 엉큼한 수작을 부리는 사람들 속에서 혁진은 몸부림을 친다. 믿을 놈 하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수컷의 생존본능에 짠한 감정이 들 만큼 웃을 수 있다.





이 로드무비는 어떤 특별한 의미를 담고있지 않다. 네티즌 평가 중 일부가 '무얼 말하려는지 모르겠다. 아무 의미가 없다' 라며 저평가하는데......진짜 영화를 모르는 사람이다. 모든 영화는 그 자체로서 이미 1차적 의미를 거둔다.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의미'는 영화에서 필수조건이 아니다. 리들리스콧의 '델마와 루이스' 같은 뭐가 진지한 '메시지'가 없다고해서 나쁜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라면 그는 이미 하급이다. 형식주의에 매몰된 평가는 인간의 감성을 저급하게 취급하는 치명적 오류다. 일단 영화가 '재밌으면' 그걸로 아주 충분한 것이다. 대중들에게 '이거 재밌는 영화야!'라는 평가를 듣기에도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모르나? 요즘 관객들 수준이 그리 녹록지 않다.





영화 '낮술'은 노영석 감독의 데뷔 작품이다. 제작비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아는가? 어머니에게 빌린 1천만원이다. 영화 끝나고 올라오는 엔딩크레딧에 보면 '투자 문혜숙'이라고 나온다. 노영석 감독의 어머니다. '차량대여'는 친구의 아버지다. 뿐만 아니라 각본, 출연, 제작, 촬영, 음악, 미술, 편집까지 감독이 직접 참여했다. 저예산으로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관객수 '2만 5천여명', 흥행수익은 '1억 7천만원'이니까 신인감독으로써는 초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제작 에피소드 하나를 알려드리면 제작비 문제로 밤에는 촬영을 할 수가 없어서 낮에만 찍었는데 그래서 '낮술'이라는 제목이 탄생했다는 얘기다. 정말 개고생하면서 나온 작품인데 인생사 참 재밌다. 초저예산으로 14일 동안 찍은 영화가 국내외 호평을 받게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최근에 개봉한 '조난자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낮술'의 감독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1976년생의 가난한 영화감독이 앞으로 한국 영화 지형을 어떻게 흔들지 기대가 된다.


끝으로 하고싶은 말. 마지막 장면에 '청순녀'로 나온 배우 김가온씨가 너무 예뻤다. 나도 기회만 된다면 그녀와 술 한잔 마시고 싶다. 혁진이처럼 조금 개고생하더라도 미녀와 마시는 낮술이라면 기꺼이 취하리라. 왜냐하면 우리는 영원한 수컷들이니까. 인정?  오케이?? 콜???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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