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한동욱/출연 황정민, 한혜진, 곽도원, 정만식, 남일우, 김혜은 외
* 수상정보
50회 백상예술대상(2014) 후보 영화 남자인기상(황정민)
남자가 사랑할 때, 눈물샘 자극에 성공한 신파 영화
황정민이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황정민은 충무로 영화판에서 '흥행'을 만드는 위치에 있는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제목도 괜찮았다. <남자가 사랑할 때>....과연 무슨 어떤 일이 생긴다는 것일까. 이 영화는 분명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였지만 더 좋은 별점을 줄 수는 없었다. 나의 별점 기준은 '재미 + 의미 + 공감' 이라는 복합적 기준으로 작성된다. 물론 '재미'를 가장 큰 비중으로 평가하지만....너무 진부한 시나리오가 아쉬웠다. (딱히 스포일러라고 할 것이 없음)
줄거리는 간단하다. 태일(황정민)은 사채업자다. 정확히 표현하면 사채업을 하는 건달이다. 빌려준 돈은 반드시 받아내고 마는 냉혈한이지만 한편으론 인정 많은 사내다. 상대의 어려운 사정을 적절히 봐주려는 마음이 있지만......그래봐야 건달은 건달이지. 호정(한혜진)은 아버지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결국 사채업자의 돈을 빌리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태일과 마주하게 된다. 태일은 그녀가 신경쓰인다. 첫 눈에 반해서 그런 것일까. 결국 혜진에게 새로운 제안을 한다. 하루 한 시간씩 자신을 만나주면 갚을 돈을 조금씩 깎아주는 것이다. 인정 많은 건달과 가난한 효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된다.
가난한 효녀와 무식한 양아치의 만남 이후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둘은 결국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렇다. 이 영화의 장르는 멜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캐릭터의 조합은 순탄치 않았고, 오해와 불신 속에서 이별을 한다. 영화는 플래시백을 통해 전후 사정을 친절하게 보여주는데 그 방식까지 진부했다. 지금까지 읽어보면 '이 영화 별로네'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건 결코 아니다. 어차피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은 진부하다. 그 진부함 속에서 눈물샘을 자극했다면......꽤 괜찮은 영화라는 소리다. 진부함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나.
역시 그 중심에는 '배우 황정민'이 있었다. 기대대로 그의 연기는 '남자가 사랑할 때'의 시작과 끝을 완성시켰다. 양아치와 착한 애인 사이,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보여준 황정민의 모습은 탄탄한 연기력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바로 '인간 황정민'의 진정성이다. 배우는 연기하는 사람이지만, 영화 속 인물의 진정성까지 연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캐스팅이 중요한 것이다. '한태일' 역할에 다른 사람이 했다면 이 정도 수준의 멜로영화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멜로영화지만, '남자영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제목이 '남자가 사랑할 때'인데, 다르게 써보면 '남자가 사랑하는 모든 순간' 정도가 될 것이다. 영화 <변호인>에 나왔던 곽도원이 황정민의 형으로 등장한다. 그는 욕심 많고, 가부장적인 남편이자 매몰찬 형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가족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속 깊은 남자였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형제를 사랑하고, 조카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는 모든 순간에 대한 영화라는 것이다. 그것이 특별한 줄거리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는 사람냄새 물씬 풍기며 담담하게 영상에 녹아 있었다.
리뷰의 시작을 좀 냉랭하게 해서 글을 제대로 안봤다면 '재미없는 영화'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멜로 영화로서는 기본에 충실한 영화이고, 여자라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남자인 나도 보면서 두어번 울컥 했으니까 말이다. 누적 관객수 200만명 정도라는 것이 대단한 성공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했기에 가능한 숫자다. '좋은 시나리오'만으로 만들 수 없는 숫자이기도 하고.
영화 <신세계> 제작진들이 모두 모여서 만든 영화이고, 황정민이 직접 감독을 선정했을 만큼 한동욱 감독의 연출력은 꽤 좋은 편이었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 영화를 빛 낸 또 하나는 영화음악이다. 이문세의 '기억이란 사랑보다'라는 음악이 '남자의 사랑'을 더 깊고 따듯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이 영화를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호정과 태일이 서로의 진심을 마지막에 확인 했기 때문이다. 뜨겁게 사랑했지만 결국 함께 할 수 없었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니까. 아, 어떤 광신도라면 '그게 하나님의 뜻'이라며 뱀 같은 혓바닥을 놀리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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