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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상문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잉 아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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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잉 아이'를 읽은 후에 갈등이 생겼습니다.
성인이 된 후로는 '일본작가'의 어떤 책도 읽지 않던 저 였습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그들의 '추악한 영혼'이 저를 야금야금 갉아 먹을까봐 말입니다. '일본'이라는 고유명사는 제게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책의 첫장을 펼치자 중간에 손을 놓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저는 그 날로 마지막장까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번역본이라도 확실히 동양권 문화의 책이 정서적으로 빨리 다가옵니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어도 한국작가의 소설 책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형편없는 외국어 실력때문에 번역본을 읽기는 하지만 그것들에서 가끔식 느끼는 그 쌩뚱함이란...읽는 맛을 떨어뜨리곤 했습니다. 물론 그런 이유 때문에 책을 받아서 그날로 다 읽은 것은 아닙니다. 재밌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잔인하고, 섹시하며, 무섭고, 슬프다.


이 책을 한줄로 표현하면 저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롤로그에서 기시나카 미나에의 사고장면은 마치 나의 몸이 뭉게지듯이 인상이 쓰여지더군요. 죽음의 속도를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해서 손짓하나, 눈 깜박임까지 선명하게 영상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책 속의 '죽음'은 제 머릿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끔찍함을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키고 있었습니다.


손을 뻗어 그녀를 만지고 싶었다.


주인공 아메무라 신스케와 정체를 알수 없는 미모의 여인 '루리코'. 두 사람의 정사장면은 자극적이고, 달콤했습니다. '루리코'는 모든 남자들이 품고 싶어할 만큼 매력있는 여성으로 나옵니다. 지적이고, 섹시하며, 날씬하지만 풍만한 가슴을 가지고 있는 여자. 그 어떤 남자가 거부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그녀를 계속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매력을 더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책 속의 신스케에게 잠깐이지만 질투를 느꼈다고 한다면...그건 제가 너무 몰입한 탓이겠지요. 그래요 그럴꺼에요.


충격적이고 오싹했던 순간
 
part 20. 그 부분을 다시 읽으면서 내가 왜 한대 맞은 것 처럼 머리가 멍해지면서 순간 오싹했는지 알수 없었습니다. 이것 역시 제가 너무 몰입해서 읽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정이입이 잘되는 성격도 한몫 한 것이겠구요. 책 속에는 여러가지 반전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세한 설명은 힘들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순수 '호러소설'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고 싶군요.


똑똑해진 독자가 문제?

왜 이 책이 8년동안 출판이 되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선정적인 부분때문에 그런가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는 그다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말입니다. 1998년 2월부터 1999년 1월까지 문예지 '소설보석'에 연재되었던 소설이 해금되어 이제야 나온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학은 그 당시 사회상과 사람들의 지적 수준을 반영하게 되어있는데 그 시기가 한참 지나면...작게라도 독자에게는 손해입니다. 특히 영화나 책을 볼때 감독이나 저자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는 저의 습관때문에 일찌감치 핵심을 간파하고 읽었습니다. 8년 전에 읽었다면 제가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일본작가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왠지 아쉽지만...인정할 건 해야겠죠.
미국에 '스티븐 킹'이 있다면, 아시아에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고 말입니다.




이 영화도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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