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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를 놓고 일각에서 경부고속도로와 비교하는가 보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극심했던 국민과 정치권의 반대 속에서도 박정희는 기어이 추진해서 성공했다. 그러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나 측근들은 자신들의 운하를 어떻게든 경부고속도로와 같다고 호도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두 발로 서있다고 닭과 사람을 같은 짐승이라고 간주하는 것과 같다.
1. 경부고속도로의 건설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 애초에 많은 이들이 반대한 이유는 크게 네가지다. 1) 건설이 매우 힘들다. 2)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3) 그 돈이면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4) 시기상조다. 자 이 네가지 숙제를 해결해보자. 1) 건설이 힘든거는 직접 해보면 된다. 일부에서 못한다고 했지만 결국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죽어나간 노동자들, 이후 수십년 동안 땜방질하느라 들어간 비용은 여기서는 따지지 않겠다. 2) 비용이야 어디서든 충당하면 된다. 세금을 걷던, 차관을 들여오던, 월남파병용사들의 수당을 삥뜯던... 어쨋든 박정희가 이 문제는 해결했다. 3) 이것은 바로 기회비용의 문제, 우선순위의 문제다. 당시 김대중 씨는 우선 기존의 국도를 확충, 정비, 포장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건 사실 평가하기가 매우 힘들다. 현실에서 두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사전, 사후에 예측, 분석할 수 있을 뿐이다. 내 생각에도 당시의 경부고속도로는 최우선순위는 아니라고 본다. 4) 시기상조 - 이는 기회비용의 문제와 밀접하다. 이 당시는 분명 시기상조였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해결되어버린다. 10년이 지나 차가 가득차고, 20년이 지나 도로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지경에 이르면 사람들은 처음 만든 당시가 시기상조였으리라는 생각조차 못한다.
2. 박정희의 진짜 속셈 - 나는 박정희가 경부고속도로를 밀어붙인 것은 경제적 목적, 사회간접자본확충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 이데올로기의 문제라고 본다. 박정희가 국민을 상대로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1) 만일 경부고속도로가 무사히 완공되면 국민들은 엄청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우리도 드디어 고속도로를 만들었다. 이제 얼마든지 고속도로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국민들은 이를 계기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2) 이런 자신감이 실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3) 국민들은 경부고속도로를 완성한 박정희를 존경하게 된다. 4) 위 세가지가 결합하면 결국 박정희의 장기(영구)집권은 가능해진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석유파동으로 인한 급격한 경제의 악화와 국민들의 저항으로 박정희는 비명에 갔다.
3. 경부고속철도 - 경부고속철도는 노태우가 추진했다. 단군이래 최대 역사라는 타이틀이 붙은 말그대로 대한민국 역사상, 아니 한민족 역사상 최대의 역사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반대했다. 고속철도의 경쟁자는 비행기다. 그런데 건설비, 유지비를 따져보니 고속철도의 적정요금이 항공기요금의 1/2을 넘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서울시내에서 바로 부산시내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항공기에 비하면 경쟁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많은 이들이 차라리 그 돈으로 경부고속도로를 몇 개 더 만들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태우는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지금 경부고속철도 해마다 엄청난 적자를 보고있다. 더 큰 문제는 이게 흑자로 전환하리라는 전망도 없다.
고속철도는 고속도로와 항공의 중간이다. 요금과 소요시간 모두 그렇다. 이른바 틈새시장이다. 틈새시장은 시장 자체가 클 수가 없다. 그런데 고속도로보다 더 큰 비용이 들어가는 틈새시장이라니? 애초에 성공할 수가 없는 무모한 계획이었다.
4. 한반도 대운하? - 한반도 대운하란 말 자체가 과장,사기다. 북한 땅에 연결도 안되는 것이 무슨 한반도 운하란 말인가? 이명박 진영의 주장대로 대운하도 고속도로, 고속철도와 분명 닮아있다. 이 사업이 시작되면 주변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것이다.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건설노동자들이 돈좀 만지고, 건설자본은 돈방석에 앉고, 건설주 투자자들도 상한가에 춤을 추고 정관계는 리베이트, 비자금, 수수료 등등을 충분히 챙길 것이다. 이게 성공하면 이명박은 박정희만큼의 카리스마를 얻게 되고 어쩌면 재집권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운하는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고속철도는 건설비가 많이 들고, 요금이 비싸지만 고속버스, 승용차보다 분명 빠르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는 건설비는 해운과 도대체 비교할 수가 없고, 비용과 시간에서도 해운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아무리 산이 험하더라도 사람이 다니는 길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일제는 경부선 철도를 놓았다. 박정희는 경부고속도로를 개통했다. 철도와 고속도로가 경부축에서는 최선의 지상 교통수단이다. 고속철도는 지나쳤다. 운하는? 이건 미련한 것도 무모한 짓도 미친 짓거리도 아니다.
이런걸 공약으로 내놓는 사람이나, 이런 공약을 타당하다고 떠드는 자들이나, 이런 집단을 따르는 무리나 모두 기역자는 커녕 낫 한번 안들어본 작자들일 것이다.
5. 이명박이 청계천 복개도로를 걷어내며 엄청난 모래를 내다 팔았다고 한다. 만일 이명박이 운하공사를 시작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1) 매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경부대운하 주변 곳곳의 땅값, 집값을 끌어올린다.(물론 좋은 자리는 미리 사놓거나 정보를 흘려서 이익을 취한다.) 2) 기초작업으로 한강과 낙동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모래를 채취해서 팔아먹는다. 3) 국민들의 반대와 공사비의 부족으로 사업을 흐지부지 미루거나 중단한다. 4) 완공을 위해서는 재집권이 필요하다고 국민들을 협박한다. 이게 안먹히면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명박은 70년대 개발독재의 상징이다. 그는 경부고속도로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청계천을 생각해 냈을 것이다. 이제 그는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를 꿈꾼다. 누구라도 한번쯤은 꿈꿀 수 있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전혀 실현가능성이 없는, 아니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계획이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은 꿈을 꾸고싶어하는 모양이다. 그것이 비록 6개월짜리, 1년짜리 신기루라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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