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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들 "이명박, 대통령 자격 없다" 파문
李대통령 "제2롯데월드 위해 성남 공군기지 옮겨야" 후폭풍
2008-05-16 08:34:04
현역 군인들이 비록 언론과의 익명 인터뷰를 통해서이긴 하나 대통령의 자격을 문제삼고 나선 것으로 초유의 사태여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대통령 "군부대는 옮길 수 있는 것 아니냐"
<주간동아> 5월 20일자(636호)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4월28일 재계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롯데그룹이 14년간 추진해왔으나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군용기들의 안전성 때문에 제동이 걸려온 서울 잠실의 112층짜리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 “도시는 옮길 수 없지만 군부대는 옮길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의에 배석했던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외국 귀빈을 태운 대형 항공기가 서울공항을 이용할 때 위험할 수 있다”며 외국 귀빈 항공기의 안전성을 이유로 우회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1년에 한두 번 오는 귀빈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이용해도 되는 것 아니냐”라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도 제2롯데월드 건설을 승인했었으나, 공군을 대리한 국방부의 강력 반대로 무산됐었다.
공군인사 "이명박은 대통령 될 자격이 없는 사람"
<주간동아>는 이대통령 발언에 대한 공군의 반응과 관련, ‘군은 대통령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사석에서 만난 다수의 전현직 공군 인사들은 “이명박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라며 분노를 터뜨렸다고 전했다.
한 공군인사는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청와대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데, 종로구에서 1년에 몇 번이나 화재가 발생하는가. 2~3년간 화재가 없었다고 해서 종로구에 있는 소방서를 없애라 한다면 그것이 올바른 주장인가. 1979년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것을 제외하면, 74년 문세광 사건 이후 대통령이 위험에 빠진 적이 없는데도 한국은 거대한 경호처를 운영하고 있다"며 "지금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니 성남기지를 없애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위협이 없으니 경호처를 없애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진정성은 이해하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안보를 버리는 것은 역사에 대한 대통령의 책무를 포기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서울공항은 대통령 등 귀빈이 사용할 때만 쓰는 대외명칭이고, 정식 이름은 공군 성남기지다. 공군 인사들은 하나같이 “성남기지는 대통령과 외국 귀빈의 입출국만을 위한 공항이 아니라 공군 작전을 위한 기지다. 또한 국가 비밀에 속하는 아주 중요한 일도 수행한다”고 지적한다. 이 대통령이 서울공항의 가치를 “나나 외국 귀빈은 1년에 한두 번밖에 서울공항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단정한 것에 대해 공군 인사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간동아>는 전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직후인 2월28일 성남시 학생중앙군사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2008 학군장교 임관식에서 육.해.공군 각 1명에게 대통령상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주간동아> "미국도 성남기지 이전 반대할 것"
<주간동아>는 이같은 공군의 반발을 전하며 성남 공군기지의 군사적 중요성을 지적하며 근거없는 반발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간동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도 성남기지 이전에 반대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이전 지시가 실현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주간동아>가 지적한 성남기지의 중요성이다.
북핵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한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군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성이나 정찰기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외국에서 발사한 위성의 기능 일부를 임차해 북한 지역을 정찰하고 있다. 그러나 위성은 일정하게 지구 궤도를 돌고 있어 우리가 꼭 보고자 하는 시간에 북한을 살피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한국 공군, 정보사, 통신감청부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금강정찰기와 백두정찰기다. 두 정찰기는 휴전선 남쪽을 비행하면서 북한 지역을 촬영하고(금강정찰기), 북한에서 나오는 각종 신호를 포착한다(백두정찰기). 이 정찰기들 덕에 한국은 대북 정보를 100% 미국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렇듯 한국 안보와 정보 자주화의 초석인 백두·금강정찰기가 뜨고 내리는 작전기지가 바로 성남기지다.
금강·백두정찰기는 비행 중 지상기지와 많은 정보를 교환하는데, 이러한 지상기지는 성남기지를 중심으로 건설돼 있다. 따라서 백두·금강정찰기를 다른 기지로 옮긴다면 이 지상기지도 함께 옮겨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성남기지에는 정찰기와 함께 다수의 수송기를 보유한 15혼성비행단이 배치돼 있다. 따라서 성남기지를 폐쇄하면 15혼성비행단은 다른 기지로 이동해야 하는데, 다른 기지는 전투비행단 등이 포진해 있어 이들을 받아줄 수 없다. 이것이 새로운 기지를 만들지 않는 한 성남기지를 폐쇄할 수 없는 이유다.
군은 100년 혹은 500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전쟁에 대비해 운영되는 조직이다. 성남기지의 가치는 이것이 국가 위급사태 시 비로소 빛을 발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군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가 지도부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다. 개전 초기 국가 지도자나 지도부가 적군의 폭격으로 유고(有故)되거나 무너진다면 한국민과 한국군은 전의를 상실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유사시 한국 지도부가 옮겨갈 곳으로는 계룡대 인근 산속에 마련된 지하벙커 ‘제3문서고’(위장명칭)가 거론된다. 2001년 9·11테러가 났을 때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미군이 모처에 건설해둔 지하벙커로 이동해 국가를 이끌었다. 제3문서고에도 한국을 지휘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대통령은 그곳에서 군과 국가를 지도하게 된다. 유사시 국가 지도부가 북한군의 제1표적이 되는 서울을 신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성남기지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은 민간공항이기에 북한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이나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성남기지는 군인들의 기지 방어훈련은 물론, 북한군의 폭격으로 활주로가 파괴돼도 즉시 복구하는 훈련을 반복해온 곳이다.
또한 성남기지는 미 육군 정찰기를 운용하는 17항공여단 1대대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맺은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성남기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성남기지를 폐쇄하려면 이 협정부터 바꿔야 한다. 그러나 성남기지를 폐쇄하기 위한 협정 개정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유사시 성남기지는 미국과 관련해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는 적잖은 미국인들이 살고 있다. 만약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군은 대형 수송기를 파견해 미국인들을 자국으로 소개하는데, 이때 수도권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의 집결처가 바로 성남기지다. 미군은 자국민을 소개해야 안심하고 작전을 펼칠 수 있고, 미군이 작전을 펼쳐야 전세를 역전시키기 쉬워진다. 서울 주변에 성남기지를 대체할 새로운 기지가 마련되지 않는 한 미국이 성남기지 폐쇄에 찬성하지 않으리란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3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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