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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상문

작가수업, 소설가 지망생을 위한 훌륭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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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수업, 소설가 지망생을 위한 훌륭한 선생님

놀라운 글쓰기 지침서다. 1934년에 출간된 이 책은 소설쓰기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심오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제 막 글쓰기 걸음마를 띄려는 사람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작가란 어떤 사람이고 소설쓰기는 무엇이며 자기관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선생님처럼 어머니처럼 꼼꼼하게 일러주고 있다.




작가 수업 - 10점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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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네 가지 어려움
2장 작가의 조건
3장 이중성의 장점
4장 습관에 관한 조언
5장 무의식의 활용
6장 일정한 시간에 글쓰기
7장 첫 번째 검토
8장 자기 작업에 대한 비평
9장 작가로서 책 읽기
10장 모방에 관하여11장 순수한 시각 되찾기
12장 독창성의 원천
13장 작가의 휴식
14장 습작의 정석
15장 무의식과 천재
16장 재능의 해방
17장 작가의 비법
18장 몇 가지 잔소리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도서는 '글쓰기의 기교'에 대한 것이 절대 아니다. 글을 쓰려고 할 때 필요한 정신적인(심리적인) 측면에서 많은 조언을 해준다. 물론 좋은 문장을 만드는 방법이나 맞춤법 같은 구체적인  교육도 꼭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이 책에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은 사람들은 어떤 부류일까? 모든 종류의 글쓰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지만 나의 견해로는 습작을 많이 해왔던 '소설가지망생'에게 좀 더 좋은 책인 것 같다. 왜냐하면 수필가, 여행작가 같은 사람들 보다는 상상력으로 전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을 위해 유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은 다른 곳에서 쉽게 들을 수 없을 것 같고, 실제로 글을 써왔던 사람이라면 흥미로운 주장이라고 피부로 느껴질 것이다.





 글쓰기 가르침의 중대한 오해




글은 글쓴이의 생각이고 정신이다. 그래서 나는 글쓰는 것을 배울 수 없다는 원칙을 믿고 있다. 소설이 아니라도 비록 잡글이지만 오랜 기간 써 본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저런 생각은 옳다고 생각한다. '작가수업'을 다 읽은 후에도 그런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정신을 맑게 하거나 생각을 잘 정리하는 방법이 있는 것 처럼 '글쓰기를 배운다는 것'에 대한 시각을 조금 달리 한다면 글쓰기에 도움 되는 훌륭한 조언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결국 그것은 좋은 글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재능은 배운다고 트이는 것이 아니다?


도발적인 저 말은 나도 비슷하게 사용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본의와 다르게 내가 너무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이제 막 멋진 글에 대한 욕망이 생긴 사람에게 저건 일종의 저주를 퍼붓는 것이다. 마치 태어날 때 부터 남다른 사람만이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오만함인 것이다. 돈을 받고 가르치면서 꿈을 작게 가지라는 말을 해주는 건 정말 아닌 것이다. 솔직히 천재음악가라는 사람들은 들어봤어도, 천재소설가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듯 하다. 여러분은 있나? 나의 견해로는 좋은 글은 천재성으로 써지는 것이 아니며, 오직 끝없는 글전쟁을 통해서만 탄생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끝장보자. 이건 내 주장이 아니다. 사람마다 재능의 차이는 있지만 가진 재능을 모두 쓰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라도 발견해서 잘 키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멋진 글을 충분히 쓸 수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할 2가지






소설가든 에세이 작가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멋진 글을 쓰고 싶다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저자 도러시아 브랜디는 무슨일이 있어도 이것 2가지는 실천하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의식과 무의식을 활용해서 좀 더 창의적인 글쓰기를 하는데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매일 눈을 뜨자 마자 글을 쓸 것.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에는 반드시 글을 쓸 것.


나는 저 두가지를 확인하자 마자 바로 책을 덮었다.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 내가 저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나를 죄인처럼 떨게했다. 그래서 보고서도 마치 못 본 것처럼 책을 덮고 이불을 뒤집어 썼다.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두려운 마음때문에 2주 정도 지나서야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저건 저자가 독자에게 선포한 가장 엄숙한 경고였다. 그녀는 저 일을 못할 것 같으면 작가되기를 포기하라고 했다. 작가가 저렇게 말하는 이유는 취미라면 모를까 직업적으로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사람들은 글을 몰아서 쓰기 보다는 꾸준하고 규칙적으로 글을 쓸 수 있어야만 좋은 글이 나온 다는 것이다. 그녀의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멋진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 저자 '도러시아 브랜디'


그 밖에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할 다양한 조언이 이 책에 쓰여있다. 개인적인 문제에 너무 신경을 쓰는 나머지 아무런 생각없이 하루를 보낸다거나, 나이가 먹으면서 둔감해지는 자신의 감수성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거나, 쓰는 작품마다 인물과 결말이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순수한 시각'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이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관찰하지 못하면 좋은 글은 나올 수 없는데 일단 그런 사실을 빨리 알아차리는게 중요하다. 저자의 가르침과 나의 개인적이 견해를 함께 적어본다.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 되라. - 헨리 제임스


훈련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훈련은 '낯설음'을 경험하는 것이다. TV, 라디오를 끄고 세상으로 나가자. 매일 보는 것들이라도 사실은 잘 몰랐던 것들이 눈에 보이도록 하자. 매일 지나치는 골목도 가만히 지켜보자. 돌과 풀은 어디에 놓여있는지, 무슨 옷들을 사람들이 입고 지나가는지. 공원으로 가서 조용히 관찰하자.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책을 보고 있는지, 바람이 어디서 부는지, 바람에 어떤 냄새가 섞여 있는지, 뛰어노는 저 아이들은 몇 살로 보이는지, 벤치가 몇 개나 공원에 놓여있는지 등등....


상상력은 훈련으로 기를 수 있다. 또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젊었을 때보다 성숙했을 때 훨씬 뛰어나다.

- 윌리엄 서머싯 몸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은 독창적인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래서 표본이 될 만한 소설을 추천 받아 열심이 읽고 필사하고 분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기억하자. 독창성은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모방해서 그럴싸한 작품이 만들었다면 그는 100명 중에서 한 명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모든 작가는 자신의 눈으로 이해된 세상을 그려야 한다. 모방이 실패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글을 썼기 때문이다.


우리는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하기 때문에 쓴다. - 윌리엄 서미싯 몸


내 인기 포스팅 중에는 '필사'(바로보기)에 대한 것이 있다. 주의사항으로는 '특정 작가만을 고집하지 말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지나친 필사는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매우 위험하다. 작가는 자신의 문체, 자신만의 주제, 자신만의 어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습작은 너무 깊이 생각하면서 쓰면 좋지 않다. 조금 빠른 속도로 자신의 생각을 물 흐르듯이 마구 써내려가는 것이 좋다. 맞춤법도 기승전결도 너무 의식하지 말자. 가급적 끝까지 완성시켜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보도록 하자. 장편소설의 습작인 경우에도 각 장마다 줄거리 형식으로 쓰다보면 하루에 완성이 가능할 수 있다.



  '작가수업'이 나온지 80년 가까이 지났다.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책은 자신의 성장 속도에 따라서 그 값어치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글을 써본 사람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을듯한' 조언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약간 딱딱하고 어색한 번역이 독자에게는 신경이 쓰일 수 있겠지만, 수 많은 작가들이 이 책을 극찬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저자가 말한 '예술적 혼수 상태'를 통해 멋진 작품을 쓰고 싶다면 꼭 읽어보도록 하자. 적은 돈으로 글쓰기 선생님을 평생 모실 수 있는 행운이 서점에 준비되어 있다. 당장 읽어보자!


나는 이 책을 꼭 정기적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이미 이 책속의 많은 아이디어에 공감했지만 막상 글쓰기 작업에 빠져버리면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것들이 거기에 들어 있다. - 앤드루 블랙먼 (영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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