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본 영화

심야의FM, 긴장감 제로의 스릴러영화가 된 이유

반응형



영화 '심야의FM'은 나에게 왜 아무런 긴장을 주지 못했을까.
스타에 의지해야하는 충무로영화 속성에 입각한 결정이였겠지만, 수애(고선영 역)와 유지태(한동수 역)라는 걸출한 배우 섭외부터 이 영화에 어울리지 않았다고 본다. 어쩌면 그들이 스토리의 진부함에 대한 방패막이가 되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인기많은 30대 후반의 아줌마 DJ와 그녀를 사모하는 20대 중반의 정신분열증 남자 애청자를 소재로 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좋다! 그건 그렇다고 치자.
'스릴러 영화'라면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서 볼때만이라도 긴장감 빵빵하게 관객을 몰아가야 하지만 그런 기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포기하게 되었다. 단 한가지의 이유를 말하자면 이 영화가 '촛점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심야의FM>이 촛점 없는 영화가 된 이유는
고선영과 한동수의 갈등관계를 밀도있게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음식의 가지수가 많을수록 '제대로 먹었다'라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모두가 맛있고, 서로 어울리는 음식이라면 그나마 괜찮겠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것도 아니다. 불필요한 상황설정 또는 빈약한 인과관계가 너무 많다.


고선영의 아이가 집안에서 도망다니는 것이 필요했느냐
또다른 스토커의 등장이 꼭 필요했느냐
또다른 스토커의 비중을 그토록 크게 할 필요가 있었느냐
한동수가 고선영의 스토커가 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냐
한동수는 고선영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왜 아이를 살려뒀느냐
한동수가 생방송을 고집한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
등등...


인질영화에서 인질의 생사여부는 적어도 관객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인질은 갈등의 매개체에 불과하다. 살인범과 주인공의 갈등이 왜 생겼으며, 그것은 어떤 이유로 증폭되는지 그리고 클라이막스는 어떤 모습으로 폭발되는지가 스릴러영화의 전부다. 그 '전부'라는 것이 그동안 봐왔던 것과 비슷한가 많이 다른가도 무척 중요하다. 나머지는 양념이고, 양념은 적을수록 담백한 맛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생방송'이라는 중요한 양념도 어느순간 '이 양념이 정말 중요했던 것일까?'라는 자문을 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또다른 스토커가 스튜디오를 제 집처럼 들락거리면서 한동수의 생방송 요구가 원할하게 진행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부족해서 사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까지 한다. 진짜 오버다.




연쇄살인을 해야할 만큼 고선영의 광적인 스토커로 변신한 결정적인 이유도 없다. '나는 네가 너무 좋아. 네가 원하는 일만 하고 싶어. 내 사랑을 받아줘'라는 사춘기적 짝사랑 고백처럼 뜬금없다. 물론 초반에 한동수는 애청자였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고, 그가 과거 정신적 병력과 비슷한 전력이 있다는 것도 경찰이 친절하게 대사로 알려준다. 정상이 아닌 놈이 무엇인들 못할까만은 그것이 살인을 하는 이유의 전부다. 나는 한동수라는 인물에게 아무런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그냥 정신나간 놈이였어'라는 설정을 자근자근 씹어서 강제로 삼킬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요구는 관객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다.


영화 <랜섬>만 봐도 그렇다.
멜깁슨(톰 멀런)의 아들이 인질범들에게 감금된 상태로 도망다녔다면? 멜깁슨과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이 좀 더 비중있었다면?? 멜깁슨과 아내 르네루소(케이트 멀런 역)의 갈등이 지속되었다면??? 주변 인물들간의 사소한 갈등이 계속 유발되었다면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더욱 긴장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을까? 난 회의적이다.

이 영화는 유괴범과 멜깁슨과의 갈등이 '영화적 재미 요소'가 아니다.  '멜깁슨 자신과의 갈등'이 핵심이다. '아버지로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갈등요소가 이 영화의 전부다. 멜깁슨의 갈등 외에는 모두가 사소하게 보인다. 불필요한 이벤트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랜섬>은 철저하게 멜깁슨의 갈등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심야의FM>으로 돌아와보자.
그렇다면 과연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다면 더욱 재밌었을까?  인물들을 그대로 살린다고 가정 했을 때 고선영은 마지막 10분 전까지는 방송국 밖으로 나오면 안되었다. 철저하게 한동수와 심리전을 벌이면서 사건해결 실마리를 찾는 것에 촛점을 맞췄어야 했다. 둘만의 암호문같은 설전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흐를 때 '생방송'이라는 소재가 빛을 내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구하는 것은 누가되는 것이 좋을까? 경찰에 알린다면 동생과 아이들의 목숨이 위험하다 했으니 오히려 생면부지의 인물이 좋다. 그렇다면 '또다른 스토커'가 답이다. 경찰에 신고하고 정상적인 방송을 하라는 담당PD는 오히려 고선영에게 감금의 대상이 되어야 했고 말이다. 마침 동생도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으니 논리적으로도 큰 무리가 없다.


우리나라 스릴러 영화는 아직도 보여주기식 액션이나 캐릭터의 개성에 많은 것들이 함몰되어서 영화적인 재미를 많은 부분 놓치고 있다. '선택하고 집중하기'는 최소한 일관성이라도 있다. 이저저도 아닌 잡탕밥 같은 구성은 스릴러 영화에서는 완전히 배제되어야 관객이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되겠다.



[관련 포스트] 무료 웹하드 추천? 딱 좋은 3곳만 추천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