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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양도세 6억원 이하는 이미 비과세… 누구를 위한 규제 완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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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원 시세차익에 9천만원 세금이 아까운가
[경제뉴스 톺아읽기] 부동산 양도세 6억원 이하는 이미 비과세… 누구를 위한 규제 완화일까
2008년 01월 14일 (월) 08:33:05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이명박 정부의 '우파 포퓰리즘'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철저하게 소수 기득권 계층을 위한 특혜일 뿐이지만 언론은 이를 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데 기득권 계층 주머니 좀 두둑하게 채워주면 뭐 어떠냐는 생각에서일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3일 1차 국정보고대회를 열고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현행 최대 45%인 장기 특별보유 공제율을 80~90%까지 높여 사실상 양도세 부담을 없애주겠다는 계획이다.

이를테면 15년 전 3억원에 산 아파트를 15억원에 내다 팔 경우 양도차익은 12억원, 여기에 6억원 이상에 대한 과세대상 양도차익은 4억8천만원(=12억원×6억원/15억원)이 된다. 여기에서 장기 특별보유 공제액은 5억4천만원(=12억원×45%), 실공제금액은 2억1600만원(5억4천만원×6억원/15억원)이 된다.

최종 과세표준은 과세대상 양도차익 4억8천만원에서 실공제금액 2억1600만원과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빼면 2억6150만원이 된다. 여기에 세율 36%를 적용하면 최종 양도세는 9414만원이 된다.

12억 시세차익에 양도세 9414만원을 1229만원으로

그런데 인수위 계획대로 특별보유 공제율을 90%까지 높이면 공제액이 10억8천만원이 되고 실공제금액은 4억3200만원. 최종 과세 표준은 4550만원(=4억8천만원-4억3200만원-250만원). 여기에 세율 27%를 적용하면 최종 양도세는 1229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조금 복잡하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12억원의 양도차익에 지금은 세금이 9414만원인데 양도세를 인하하고 나면 1229만원으로 8185만원이 줄어들게 된다는 이야기다. 현행 제도와 비교하면 7분의 1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짚고 넘어갈 부분은 6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만 이런 혜택을 본다는 사실이다. 6억원 이하의 경우는 3년 보유 또는 2년 이상 거주할 경우 현행 제도에서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다. 주요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머니투데이 1월14일 3면.  
 
머니투데이는 14일 1면에 <집 양도차익 최대 80% 공제>라는 기사를 내보낸데 이어 3면에는 <80% 공제율도 시장 기대에는 못 미쳐>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머니투데이는 "인수위가 양도세 경감을 서두르는 것은 양도세 강화로 주택 매매가 장기간 묶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는 "투기적 매매 의도가 없는데도 양도세 부담이 커 자유로운 주거 이동이 어렵다는 하소연을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12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 9414만원의 세금을 내는데 이 정도 세금 때문에 자유로운 주거 이동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머니투데이는 이 정도는 성에 안 차는 듯 "공제 확대를 통한 양도세 감면은 당초 시장의 기대에 미흡, 얼어붙은 주택 거래를 녹이는데는 일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도세 때문에 거래가 침체된다는 것은 보수·경제지들의 오래된 거짓말이다. 몇 천만원의 세금 때문에 12억원의 시세차익을 포기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보수·경제지들은 장기 보유자 뿐만 아니라 단기 보유자에 대해서도 그리고 1가구 1주택 보유자 뿐만 아니라 2주택이나 3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인하해줄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 매일경제 1월12일 3면.  
 
파이낸셜뉴스는 14일 사설에서 "서울 강남지역의 웬만한 주택이면 6억원이 훌쩍 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다 보니 주택 거래가 침체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오래 전에 마련한 주택 한 채가 재산의 대부분인 은퇴자나 고령자들의 경우 집을 줄이고 싶어도 양도세 부담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도 14일 사설에서 "양도세 인하 효과를 높이려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 (비과세 기준을) 9억~10억원쯤으로 높이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10억원 미만의 주택에 대해서는 아예 양도세를 받지 말라는 이야기다. 조선일보는 "양도세 인하는 세금 폭탄을 퍼부어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했던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 동아일보 1월14일 사설.  
 
도대체 양도세 때문에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한 경우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보수·경제지들은 양도세 인하가 6억원 이상 비싼 집 가진 사람들의 주머니를 더 두둑하게 만들어주는데 그칠 거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는다. 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기득권 계층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주문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경제는 11일 "양도세 인하 조치가 시행될 경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6억원 초과 주택이 전국적으로 51만 가구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양도세 인하는 이들 상위 51만 가구를 위한 규제 완화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한국경제는 "만약 양도세 부과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바꿀 경우 양도세 부과대상은 21만 가구로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나머지 30만 가구는 아예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한편 부동산 규제 완화를 둘러싼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의견 대립에서도 언론은 강력한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입장을 거들었다. 인수위는 당초 1년 정도 지켜보겠다는 입장에서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의견을 받아들여 양도세 등을 조기 인하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의장까지 나서서 양도세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고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세금을 둘러싼 불확실성 탓에 경제 살리기의 동력이 약화되서는 안 된다"며 "성장 동력 회복이라는 대원칙과 함께 감세 실천방안이 제시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부동산 양도세 완화가 성장동력 회복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한국일보는 한발 더 나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취·등록세까지 완화할 경우 거래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국경제 1월10일 사설.  
 
한국경제는 10일 사설에서 "양도세 인하는 지나치게 치솟은 집값을 끌어내리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양도세 부담이 줄면 자연스럽게 매물이 늘게 되고 매물 증가는 곧 집값 하락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양도세 부담 때문에, 다시 말해 시세차익이 줄어들 우려 때문에 집을 내놓지 않는 사람들이 양도세 부담이 줄어들면 집을 싸게 내놓을 것이라는 다분히 자가당착적인 주장이다. 거래 활성화가 투기 활성화로 이어지고 집값 폭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양도세 인하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과세의 기본 원칙과도 위배된다. 12억원의 소득에 9천만원의 세금이 과도한가. 인수위는 이를 1천만원으로 깎겠다고 한다. 보수·경제지들은 한술 더 떠 비과세 대상을 넓혀 세금을 아예 안 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망설이고 있는 인수위를 언론이 추동하는 국면이다. 보수·경제지들에 채무가 있는 이명박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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