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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사랑

강신주, 힐링캠프에서 청년들과 한국사회에 돌직구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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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TV를 잘 보지 않지만 관심있는 사람 또는 주제가 나오면 챙겨보는 편입니다. 이번 '시청자 특집 힐링캠프'도 철학자 강신주씨가 출연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힐링캠프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냥 토크쇼에 불과하더군요. 초대된 유명인의 삶을 돌이켜 보면서 많이 웃고 가끔 눈물 흘리는 모습도 보여주는 일종의 쇼잉. 더 솔직히 말하면 시청자의 힐링이 아니라 초대 손님의 힐링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송 제목으로서 '힐링'이라는 단어가 참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힐링캠프'에게도 도전이 되었던 이 방송분은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재방송으로라도 꼭 함께 시청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강신주편에서는 평소 제가 생각하고 있는 주제와 주장이 나와서 감동과 확신이 느껴지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프기도 했습니다. 앞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자면, 저역시 우리에겐 '힐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면 그건 '힐링'의 진짜 목적을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신주는 힐링을 싫어합니다. 그의 말처럼 '힐링'은 일종의 '위로'이고, 본질적 문제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끝나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사람들의 말처럼 하면 될 것 같지만 시청자는 그렇게 되지 못해서 멘붕이 오고 다시 '힐링캠프'를 시청해야하는 웃기 민망한 일들의 반복이라는 것이죠. 그의 말에 100% 공감합니다. 사실 강신주씨가 방송때문에 부드럽게 말한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신주의 진짜 속마음은 저와 같았을 것입니다. 이런식으로는 '힐링' 자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남의 고통을 보면서 '그래 나만 어려운게  아니었구나' 하는 일시적인 감정해소를 어떻게 '힐링'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마치 '힐링'을 '체념' 또는 '막연한 인내심' 정도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힐링'은 '마음 속 울림'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힐링'이 아니라 '감정의 배설구' 같은 것이겠죠.





 당신의 꿈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이번 방송은 시청자의 고민상담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예전 나꼼수에서 했던 '다상담'의 형식을 빌린 것입니다. 주제로서 '남녀의 사랑'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질문들이 더 의미있었기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현재 저의 고민과도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라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배우'가 꿈인 전직 힐링캠프 FD 28세 김성수씨가 등장했습니다. 50번이나 오디션을 봤지만 계속 낙방을 해서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서 돈이나 벌어야 하는지 계속 도전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자기 보다 연기를 더 잘하는 사람들도 결국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서 더 갈등이라고 하자 강신주가 날카로운 눈으로 돌직구를 던집니다.


"그 사람들이랑 당신과 무슨 관계가 있냐"





시원하게 대답이 안나오자 강신주는 다시 물어 봅니다.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강신주는 이 질문을 집요하게 던집니다. 그리고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상담자에게 강신주는 '거짓말'이라고 쏘아 붙입니다. 그래도 계속 변명을 늘어놓자 강신주는 다시 한번 돌직구를 던집니다. 


"배우가 진짜 되고 싶은데 왜 포기를 합니까? 

되고 싶은건데 억지로 떼쓰는 게 어딨습니까?

당신은 지금 포기하려는 명분을 축적하는 것 뿐이다."






그러면서 강신주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무조건!'이라고 주장합니다. 아예 꿈이 없이 살던가. 그러면서 꿈을 포기할 수 있는 순간은 '꿈을 이루었지만 막상 해보니 별로일때' 바로 그때가 포기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합니다. 그 전까지는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된다, 중간에 포기기하면 그건 처음부터 꿈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강신주는 그것을 '꿈의 저주'라고 합니다.


"꿈을 갖는다는 건 아무나 감당 못한다. 아주 무서운 저주다.

그러나 당신은 지혜롭고 좋은 사람이다.

28살에 꿈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것이다."





여기서 강신주는 '진짜 꿈'과 안일한 희망사항 같은 '개꿈'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부도 안하면서 명문대에 가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개꿈이라는 것입니다. '진짜 꿈'은 실천을 강요한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풀어드리면 '개꿈'이 아니라 '진짜 꿈'을 갖고 있다면 노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철학자들은 그런 '진짜 꿈'을 '이상(理想)'이라고 부른답니다.


여기서 강신주가 중요한 말을 합니다. 불교의 '근기'라는 용어는 우리말로 '끈기'라고 하는 것인데, 사람의 능력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끈질기게 버티는 데서 보여진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능력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끈기가  없다'는 말이 정답일 거라는 말을 합니다. 이것은 꿈이 없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현실에 순응하지 말고, 자기 변명에 속지 말라는 의미로 제게는 들렸습니다.





 강신주가 바라보는 대한민국




저런 고민상담도 좋은 시간이었지만, 저는 강신주의 한국사회에 대한 진단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통의 주제는 아니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상담 중에, 에필로그에서 던진 몇 마디가 강신주의 인식의 단면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강신주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NO라고 할 수 있는 사람만이 YES라고 할 수 있다.'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입니다. 철학자 강신주에게는 저것이 일종의 명언으로 가슴에 새겨있나 봅니다. 사람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말이며 항상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고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을 하더군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영혼없는 'YES맨'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입니다. 한국사회는 'NO'라고 말하는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고.





열심히 일하다가 종양을 얻어서 곧 은퇴하실 아버지를 둔 어떤 여자 방청객의 고민 상담 중에는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강신주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밤낮없이 죽어라고 일을 했지만 가족들과는 멀어지고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도 이제는 서로 어색한 관계가 되버린 일그러진 대한민국 가족의 모습.


이제 곧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그 여자분이 말했습니다. 취업을 해서 받게 될 월급도 아버지의 치료비에 보탤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자금 대출'을 먼저 값아야 한다고. 저는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아버지들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을까요.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노동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과거보다 나라는 좋아졌는데 왜 서민들은 항상 제자리인지, 영화 '공공의 적'에 나오는 대사처럼 월드컵이나 틀어주고, 세금 몇 푼 깎아주면 만족하는 우매한 국민은 아니었는지 자신의 인생을 돌아봐야 합니다.






강신주의 핵심적인 진단은 에필로그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좋은 사회는 사랑하는 것을 보장하고, 나쁜 사회는 사랑을 경쟁으로 바꾼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한국사회가 나쁜사회라고 콕 찝어서 말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가 '경쟁'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듣고 살았습니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말입니다. 대한민국에 경쟁없는 곳이 없습니다. 이 땅에서는 '경쟁이 만능'인가 봅니다. 왜 우리는 줄 세움을 당하고, 점수로 나눠지고, 일정기준을 넘지 못하면 낙오자로 취급 받아야 합니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 좁은 땅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강신주는 '사랑을 보장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말을 돌려서 풀어주었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설명해보겠습니다. '사랑을 보장한다'는 것은 성숙한 사람의 자유로운 주장과 행동, 가식없이 자신있게 NO라고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을 보장(존중)한다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가 좋은사회라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보시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좋은사회입니까, 아니면 많은 곳이 병들어 있는 나쁜사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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