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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애국

안철수 신당, 새정치 아닌 헌정치 답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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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안철수의 행보를 보며 그에 대한 지지를 90% 정도 철회한 상태다. 그동안 안철수의 새정치에 대한 실체에 대해 말들이 많았는데 이제서야 그들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마도 민주당의 지지율 보다 높다는 것이 안철수를 오판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처럼 계속 간다면 안철수 신당은 국민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절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안철수의 오판은 문재인 때문에?





가장 먼저 언급할 것이 있다. 18대 대선 당시 민주세력 진영에서는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를 승리의 필수요건으로 꼽았었다. 그러나 단일화 방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고 각각의 지지자들에게 불안감과 실망감을 주며 인터넷 상에서는 뜨겁게 논쟁이 일기도 했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희망을 걸었다. 2012년 11월 23일 안철수는 대통령 후보직 사퇴를 전격적으로 발표한다. 민주당과 문재인은 합의가 아닌 사퇴라는 방식에 당황했다. 합의문제로 고심했던 상대측에게 일언반구도 없었고 모양새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양쪽의 지지자들은 다시 마음을 모아 승리를 다짐한다. 그러나 선거는 패배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1년이 지났을 때 안철수는 그 당시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솔로몬 재판에서 생모의 심정으로 내려놓은 것'. 말꼬투리 잡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것이 신당을 준비하는 안철수의 본심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을 향해 아이를 죽여서라도 소유하려는 파렴치한으로 표현한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한번 손해보겠다'라는 결심을 했던 것 같다. 그로인해 안철수의 무의식에는 일종의 '보상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한번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누가뭐래도 내가 원하는대로 해보겠다는 심리 말이다. 좋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새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새정치는 편한 길이 아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은 도전이고 모험이다.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라면 주저하면 안된다. 그것이 리더의 자질이고 그 과정은 온전히 자산으로 남는 것이며 자산 안에는 더욱 단단해진 국민적 지지도 들어있다. 그러나 안철수는 쉽고 편한 길을 선택하면서 오직 의원직만을 얻어갔다. 2013년 4월 24일 재보선에서 자신의 연고를 버리고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그 자리는 공익목적으로 삼성 X파일을 공개했지만 의원직 상실을 선고 받은 노회찬 의원 지역구였다. 그게 왜 지적받을 일인지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다만 대다수가 안철수의 연고인 부산 영도구에서 김무성과 대결하길 원했었고, 큰 정치를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정치도의를 지키면서 당당하게 도전하는 모습을 기대했었다.


안철수는 정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더 실망스러운 것은 안철수측의 해명이었다. '지역구가 부산인 문재인 의원을 고려했다',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 노무현이 이미 갔던 길'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저게 무슨 해명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새정치의 시작을 서두르기 위해 현재로선 당선이 중요한 과제다'라는 정도로만 변명했어도 치사해보이는 인상까지는 주지 않았을 것이다. 때론 정치도의가 어떤 실리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정치 초년생 안철수가 모르는 것 같다. 노무현 정신은 말하면서 그의 길은 거부하는 모습은 그릇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낡은 세력 밀어주는 호남에서 왜???





안철수는 지난 26일 광주 설명회에서 민주당을 낡은 세력으로 규정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안철수 의원, 당신의 새정치가 필요한 곳이 지금 호남 지역인가. 안의원 말대로라면 호남은 낡은 세력의 중심지다. 그런 곳에서 왜 지지를 호소하나. 안철수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정말 연민이 느껴질 정도이고 호남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새정치가 정말 필요한 곳은 뜨거운 피로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이끌었던 호남이 아니라 전문성, 도덕성, 사회정의실현과 상관없이 자칭 보수정당에게 무조건 투표하는 경상도 지역이 아닌가. 당신도 지역차별을 하는가. 왜 다른 곳에서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낡은세력에 대한 정의와 청산을 주장하지 못하나. 미래의 표밭이라고 벌써부터 눈치를 보는 건가. 정말 답답한 심정이다.



현재 민주당이 무기력하고 무능한 정당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해서 그들의 모든 것을 부정한다면 '종북몰이'로 양심세력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정부여당과 무엇이 다른가. 오랜 시간 추운 몸을 녹여가며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의 대통령 선거개입을 비판할 때 당신은 최근에서야 한마디를 보탰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할텐가. 광주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이 당신에게 박근혜 정권에 앞장서서 싸워주길 바라고 있단다.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주던 그들의 말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번 '낡은 주판'을 튕겨볼 것인가. 더군다나 현재 철도노조가 민영화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 탄압을 계속 거세지고 있고, 조만간 종편 재허가 문제도 다시 불거질 것이다. 지금 당신의 신념과 미래 비전이 시험대에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손잡고 앞장서라. 무엇이 두려운가. 뒤에 국민이 있는데.





  나는 민주당을 자주 비판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민주당 안에는 새누리당 의원 10명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많다. 그들은 상식, 양심, 정의가 넘실거리는 세상을 위해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미워하면서도 작은 희망을 민주당에게 걸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런데 안철수는 피아식별도 못하고 있다. 과거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를 잊으면 안된다. 민주당이 일궈놓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망각하고 신당을 띄우기 위해 그들을 '낡은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이야 말로 '구태정치'의 표본인 것이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가는게 인생이고, 뜨거운 관심도 한순간에 손가락질로 바뀌는 것이 정치판이다. 민주당의 대안세력으로 크고 싶다면 당분간은 파트너로서 존중하며 함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대통령 후보로 출발한 것은 제발 잊어라. 그당시 국민들은 그만큼 절박했을 뿐이다. 이제는 다시 한걸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4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사망선고를 받는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안철수 진영으로 자리를 옮긴 민주당 이계안 의원이 '연대를 할거면 뭐하러 당을 만드냐'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100% 동의한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이 불가능한 정치 지형 속에서 남의 일처럼 한가롭게 말하는 태도는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한 인식이다. 정부기관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도 아무일이 없는 국가에서 연대없이 새정치 실현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안철수 의원, 당신이 말하는 새정치는 박근혜의 '창조경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구호만 있을 뿐이다. 안철수 의원, 뿌리없는 나무가 성장하는 것 봤나. 마른 땅에 자란 줄기에서 꽃 피우는 것을 봤나. 정치 혐오의 반사이익으로 올라온 그깟 지지율 숫자에 경도되지 말기 바란다. 현재의 대한민국 정치판은 경쟁보다 협력이 절실한 땅이다. 국민을 위한 진짜 경쟁은 그 협력이 성공한 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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