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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애국

100분토론, 일베 논란의 핵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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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 드디어 일베가 MBC 100분토론까지 진출했다. 일베 회원들에게는 자부심이 생길 것 같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표현의 자유'가 토론의 주제가 되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자칭 애국보수정권 6년차를 보내면서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100분토론이 핵심쟁점을 뽑아내지 못하고 패널들 각자의 입장표명 수준으로 정리된 것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답답했다.





이번 '일베' 논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기 전에 자칭 보수와 진보 진영 패널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번 토론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진성호 :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편협된 사고와 극히 일부의 예시를 통해 주장을 한다. 설득력도 없고, 민주당 비난하기 바쁘다.  진성호는 '표현의 자유' 걱정하기 전에 왜 새누리당에서 조차 공천을 받지 못했는지 자신을 먼저 돌아봤으면 한다. 항상 느끼지만 토론방송의 패널로서 매우 부적합하다.


이재교 : 중립적이고 객관적인척 하지만 거의 대부분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주장을 선명하게 드러내지 못하며, 논리정연하지 못하다. 


변희재 : 편협된 주장도 있었으나 3명 중 그나마 나은편. 최근 이정희에 대한 명예훼손건으로 1500만원 배상판결 받은 것이 트라우마로 작용했는지 비교적 점잖게 토론했으며, 일부는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을 폈다. '518 광주사태'라고 의도적으로 여러번 언급했고, 반론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사회적 공분을 의식하여 수위 조절에 꽤 신경을 쓴 티가 났다.


이호중 : 백분토론에 처음 출연했음에도 가장 토론을 잘했다. 흥분하거나 긴장하지 않으면서 논리있게 주장을 폈으며, 이번 논란에 대한 핵심을 잘 지적했다. 아쉬운 것은 그것이 마지막 발언 기회에 나왔다는 것. 이 부분은 아래에 다시 언급하겠다.


곽동수 : 여러번 출연한 사람답게 말은 잘 하지만 주장이 다소 산만하고 겉도는 느낌이 많다. 토론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는 어느 정도 자료 준비를 하고 참여했으면 좋겠다. 


이택광 : 가장 원칙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주장을 펼친 부분은 좋았으나, 토론 매너가 빵점이었다.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고, 상대편이 말할 때 너무 자주 끼어들어서 보는 동안 계속 짜증이 났다.



나는 그동안 일베가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말하는 것까지는 그냥 욕 한번하고 넘어갔지만, 자국의 군인에게 비참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의 관을 향해 '홍어 택배'라고 조롱한 것에 대해서는 참기가 힘들었다. 설사 그 대상이 언젠가는 죽게될 이명박과 박근헤였더라도 그런 식의 표현은 친구들과 술자리에서나 할 소리지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니다. 그건 반인륜적인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광주시의 법적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간베스트가 폐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호중 교수가 말한 것 처럼 '가이드라인'이다.


생각해보자. 이런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인정해줘야 할까?


"일본의 식민지배는 축복"

"위안부는 자발적인 직업여성들"



그럼 독일에서 다음과 같은 일을 벌인다면 어떨까.


- 히틀러를 개그의 소재로 쓴다?

- 나치 십자가를 패션과 악세사리로 이용한다?

- 장난삼아 나치식 경례를 주고 받는다?


후자인 독일의 경우는 무거운 법적 처벌을 받는다. 벌금형 또는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을 각오해야 한다. '반네오나치'를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군사정권에 항거하며 죽어가던 사람들을 조롱한다면? 그 학살을 자행했던 전두환을 '장군'이라 부르며 칭송하는 것. 이것들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주는 것이 과연 민주국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일까? 그렇다면 그건 이미 민주주의 국가가 아닐 것이다.





내가 일베가 폐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는 거짓말까지도 포용한다는 기본원칙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일베같은 사이트를 통해 의도적으로 국민들의 가치관에 혼란을 주고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해서 먹고사는 비열한 지식인과 정치인들이다. 자칭 보수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과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이란 말을 남발하면서도 '일베'에게 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이 이미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까지 국가정보원이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고, 경찰청장이 수사 축소를 지시했다는 강력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니 과연 우리나라가 정말 민주주의 국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아닌가. 



철학사상가이자 정치사상가인 독일 태생의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경고한 바가 있다. 쉽게 말해서, 착한 사람들이라도 악(惡)을 일상적으로 반복하게 되면 윤리관이 무뎌지고 무너지며 이용당해서 결국 악을 돕게되는 관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은 반사회적, 반인륜적인 일베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생겨서 늦게나마 자정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확실하게 세우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한나아렌트의 경고대로 대한민국에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희재에게 한마디 한다. 518이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폭동'일 수도 있기 때문에 '광주사태'라고 표현한다는, 지식인답지 못한 구차한 변명은 집어치우고, 확실한 근거를 갖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문제제기를 하기 바란다. 일차적으로 일베 운영자가 문제라는 부분은 나역시 동의하지만 당신도 일베 뒤에 숨어서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도 광주사람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걸고 싸웠다. 당신의 애국심과 양심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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