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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다


                           - 유쾌한상상 -

 

 

안녕하세요
저는 잘 있습니다.
요즘 취미가 생겼습니다.
나무로 둘러쳐진 미로속에서
작은 해바라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놈 이야기를 해드릴께요.

언제는 하루에 한뼘씩 자랄때도 있어서,
제크와 콩나무처럼 동화 속 하늘로
나를 올려줄까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언제는 시무룩 벽만 쳐다 보고있어서,
내 마음을 애타게 할때도 있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상한 것을 발견했지 뭡니까.

이 놈이 똑바로 자라야 되는데
미로 사이로 꼬불꼬불 자라지 뭐에요.
저는 겁이 덜컥 들었습니다.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도 듣지를 않았어요.

저는 너무 괴롭고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자고 있는 해바라기를
조용히 흔들어 잠을 깨웠습니다.
그리고 물어봤습니다.

해바라기야, 왜 너는 하늘로 자라지 않고, 
땅으로 뻗어서 자라는거니?

해바라기가 멀뚱히 나를 보다가 대답을 했습니다.

무서워서 그래요...

뭐가 무섭다는거니?

천장까지 제 키가 닿으면 더 자랄 수 없을까봐서요..

아, 그런 걱정하지마! 내가 천장에 네 꽃잎이 다치지 않도록
아주 넓고 이쁘게 동그라미 구멍을 만들어줄께!

.......

왜 아무말이 없는거니?


그때 해바라기가 조심스럽게 말을 했습니다.


당신은 천장에 손이 닿을수도 없다는 것을 모르세요?
 


저는 그 사실을 그때 알았습니다.
작은 나무 미로 속에는 햇살이 충분히 들어오지도 못했고,
제가 너무 작아서 해바라기를 두 팔 벌려서 안아줄 수도 없었고,
하늘로 똑바로 자랄때도 별로 관심 주지 않았다는 것을요.

요즘 해바라기는 많이 지쳐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하늘로
자라야하는 놈이, 땅바닥으로 자라니 많이 힘든가봐요.
늦은 밤, 해바라기는  깊은 잠에 빠져있습니다.
오늘도 많이 피곤했을 거에요.

저는 그때 대화 이후로 해바라기를 바라만 보는 중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무관심한 척 하고 있는 중입니다.
비밀인데요,
저는 요즘 밤마다 해바라기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좀 오래 걸리겠지만 해바라기가 알면 무척 좋아할 거에요.

가끔 피도 나고 손톱 갈라져 아프기는 하지만 괜찮습니다.
아, 저는 천장의 구멍 대신 땅을 깊게 파고 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면 시원스레 하늘로 뻗을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건강하고 어른스럽게 자라게 되면 그때는 밖으로 나가는
구멍도 만들어 줄 생각입니다. 해바라기도 많이 기뻐하겠죠?

아마도..

그때쯤 되면 나의 해바라기도 꼭 알게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해바라기는 결국 햇님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요.








해바라기야 잘 자라다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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