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어렵다.
남보다 글을 잘 쓴다는 사람들,
나아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작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대문장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첫 문장이 쉽게 떠오르지 않으면
연필을 마구 깎아대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한 미국 작가는 글 쓰는 일에 견주면
“사는 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문학작품의 산고(産苦)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에게
학창시절 글짓기 시간은 지루하고 당혹스런 기억으로 남아있기 일쑤다.
‘봄’이니, ‘낙엽’이니, ‘남북통일’이니 하는
천편일률의 주제들은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데,
쥐어짜듯 몇 줄 써놓고
아직 한참 남은 원고지의 공백에 막막해지던 심정 말이다.
그런데 사회로 나와도
곤혹스런 글쓰기와 영영 이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다 못해 자기소개서나 업무상 필요한 보고서,
보도자료 한두 장을 쓸 일이라도 생긴다.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글쓰기는 더 까다롭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맞춤법과 문장은 제대로 됐는지,
의도한 바가 잘 담긴 글인지 도무지 자신이 없다.
요즘은 ‘자기표현의 시대’다.
말도 잘해야 하지만,
글로써 자기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인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그 원칙들을 살피고,
분야별 글쓰기 요령도 점검해본다.
▷ 글을 잘 쓰려면 이렇게
*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가장 흔히 나오는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으로는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조언이다.
‘감동적인 글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감동적인 글을 쓸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시인
‘피로서 책을 읽고 무기로서 쌓아두어야 한다’고 적었다.
작가
문학을 하게 된 동기의 첫째를 독서체험으로 돌린다.
“남의 글을 부지런히 읽다 보면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글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자비를 들여 수필집이나 자서전을 출판하기도 하고,
인터넷 사이트에는
수천 명의 사이버 칼럼니스트들이 활동 중이다.
구청 공무원이 소설을 쓴다거나
현직 순경이 자신의 경험담을 인터넷에 연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글쓰기에 대한 선망은 크면서도
그 밑거름이 되어줄 글읽기에는 여간 소홀한 게 아니다.
한국 성인의 독서량은 한 해 평균 10권을 밑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한번 쯤 자신이 얼마만큼 치열하게 책을 읽고 있는지
헤아려볼 일이다.
* 좋은 문장을 외운다
민음사 편집부장
“글쓰기를 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글을 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문장교육만큼은 좋은 글을 외우는 주입식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선시대 지식 엘리트의 평균수준은 지금보다 높았다.
조선시대 서간문을 보면
고금의 전거를 넘나들며 유려하게 문장을 펼칠 뿐 아니라 논리정연하기까지 하다.
이것은 당대의 교육방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옛날 선비들이 어릴 때부터 달달 외우다시피 하며 배운
‘천자문’이나 ‘논어’ ‘맹자’ 등은 사실 시와 논설문의 전형 아닌가.
‘동문선’도 고금의 대표적인 문장들을 모아
70여 가지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참고서다.
결국 선인들은 이런 문장들을 되풀이 익히고 외움으로써
‘동서고금의 아름다운 문장이 핏속에 흐르게 한’ 것이다.”
모델이 될만한 좋은 글을 많이 접해서
내면화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는 글쓴이의 독창적인 사고와 표현체계는 물론
논리적이고 수사적인 글쓰기의 기본 요령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처음에는 재미있고 쉬운 글에서 시작해
점차 정도를 높여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 말하기와 글쓰기는 다르지 않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1741-1793)가 지은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에는
선비의 예절을 이르면서
“언어는 소근거려도 안 되고, 지껄여도 안 된다.
또 산만하게 해도 안 되고, 지체해도 안 되며,
길게 끌어도 안 되고, 뚝뚝 끊어지게 해도 안 된다.
뿐만 아니라 힘없이 해도 안 되고,
성급하게 해도 또한 안 된다”고 적고 있다.
본디 이 구절은 말하기에 대한 것이지만,
글쓰기에 대한 원칙으로 바꾸어 되새겨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글을 잘 쓰는 한 방법은 말하듯 쉽게 쓰는 것이다.
자기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확인 방법이다.
말하듯 쉽게 쓴 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얘기를 들려주듯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그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자연스런 문장의 한 표본으로 남아 있다.
* 단문을 쓰는 훈련을 한다
글을 잘 써보겠다며 수식어를 자꾸 집어넣다 보면 글이 길어지게 된다.
이것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글이 길어지면 잘못된 문장이 되기 쉽다.
특히 주어 술어의 호응이 엇갈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한 문장에는 한가지 생각만 담기로 하는 것이다.
여자의 스커트와 연설은 길이가 짧아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것은 글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렇다면 짧은 글쓰기 연습은 어떻게 할까.
미국에서 통용되는 아주 기술적인 교육법으로
단문을 반복하는 훈련이 있다.
이를테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 동작을 3단계로 묘사한다고 하자.
‘동전을 넣는다-자판기 단추를 누른다-커피를 꺼낸다’ 가 된다.
이것을 4단계, 5단계, 10단계 하는 식으로 계속 늘려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황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묘사하는 습관, 사고훈련이 이뤄진다.
* 글쓰기의 특징과 단점을 빨리 찾아내 고친다.
문장도 각자 개성이 있는 것이므로
일률적으로 어떤 모범답안만을 따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일반인들은 자기 글의 특징을 빨리 발견해
단점을 반성하고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단락의 첫 부분에 ‘그러나’ ‘그런데’ 등
접속어를 계속 써야 말이 이어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잘못된 습벽인데,
이런 것들은 얼른 찾아내 고쳐야 한다.
또 늘 문장이 길어진다면
짧고 간결하게 구사하는 문장도 간간히 집어넣고,
늘 짧게만 쓴다면 지속성과 유장한 흐름이 없으므로
복문을 쓴다든가 하는 식으로 의식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 짜임새 있고 자연스러운 글을 쓰도록 노력한다.
서울대
그 자체로 잘 쓴 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체를 훑어보아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고
‘좋은 글’에 대한 기준을 밝힌다.
이 짜임새란 단락의 구획이라든가
논의의 흐름같은 여러 측면에 해당할 수 있다.
글이란 생각을 표현해놓은 하나의 덩어리이므로,
짧은 글이건 긴 글이건 사고의 균형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가 지목하는 것은 ‘얼마나 정확한 어휘를 사용하는가’ 이다.
상황에 맞는 어휘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다소 전문가적인 접근이며,
사실 일반인들은 막힘 없이 자연스럽게 읽힌다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심오한 사상을 담았더라도
문장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면 잘 쓴 글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래 써온 자기 언어에 대해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 직관을 가지고 있다.
좋지 않은 문장은 굳이 잘못된 점을 따져보지 않아도
단박에 부자연스런 느낌이 온다.
이런 부자연스런 느낌이 적은 것이 좋은 문장이다.
글에 변화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변화가 없다면 밋밋한 문장이 될 것이다.
* 글에 개성을 살려라.
글맛 좋기로 소문난 작가
모든 글에 적어도 하나의 위트를 집어넣는다.
그의 글을 읽는 이들은 언제 어디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나 기대감을 갖고,
그런 덤을 만날 때마다 싱긋 웃음짓는다.
‘관촌수필‘에서 보여준
지적인 유머를 선보이는 성석제의 톡톡 튀는 문장도
때론 미소를, 때론 폭소를 자아내며
읽는 흥을 돋운다.
탁월한 문장가로 꼽히는 작가
옛스런 의고체(擬古體) 문장을 잘도 구사한다.
방대한 한학 지식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그 역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훌륭한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산문집 ‘풍경과 상처’ ‘자전거 기행’ 등에서
현기증 날 정도의 미문으로 읽는 이의 기를 질리게 한다.
이렇듯 글 잘 쓰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 나름의 개성이 글에서 묻어 나온다.
유명 작가 수준의 명문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인도 자신의 글에 자신만의 체취를 담아볼 일이다.
그 방법은 솔직하게, 열심히 쓰는 것이다.
따뜻한 성품이 우러나는 글, 정직한 글,
재치있는 글, 시원시원한 글,
모두 매력적이고 좋은 글이다.
*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문장 교열 전문가가 드물다.
몇몇 출판사의 고참 편집자들도
대부분 기획과 편집, 행정업무까지를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필자들은 자기 글에 손대는 것을 마치 권위를 침범 당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것이 제대로 된 좋은 글, 좋은 책이 나오지 않는
중요한 한 가지 이유가 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무리 유명한 대학교수라도
책을 내기 전에는 출판사를 통해 철저한 전문 교열과 편집을 거친다.
전문가들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필요하다면 책 전체의 구성을 재조정하기도 한다.
표기법이나 어법상으로 완벽하면서도
저자의 개성을 살리는 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적어도 공식적으로 출간되는 글이라면
제도적으로 전문가의 손을 거칠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도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전문가에게 자신의 글을 보여 잘잘못을 가리고 고치는 기회를 가진다면 좋을 것이다.
외국 대학에서는
자체적으로 학술문장센터가 있어
글쓰기 실력이 모자란 학생들이 잘못된 점을 교정하고
좋은 글을 쓰는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에도
이런 체제의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고도의 지식과 자격을 갖춘,
제대로 된 편집 교열자를 길러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 글쓰기에 관한 책을 참조한다
‘뉴욕타임스’나 AP 등
해외 유명 언론사들은 독자적인 문체집(style book)을 펴내곤 한다.
이런 책들은 훌륭한 영어문장 쓰기의 원칙과 사례들을 보여준다.
윌리엄 스트렁크(1869∼1946)가 쓰고 얼윈 브룩스 화이트가 개정한
‘문체의 요소들(The Elements of Style)’은 100여 쪽에 불과한 분량에다
1930년대에 출간된 옛날 책임에도
핵심을 찌르는 원칙과 좋은 문장으로
오늘날까지 글쓰기의 바이블로 통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대형서점에 가보면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꽤 많이 나와 있다.
대학 입학시험에 논술이 포함된 이후
입시용으로 나온 책들까지 포함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책들은 맞춤법이나 문장론 전반을 다루기도 하고,
자기소개서 이력서 논문 에세이처럼 상황에 따른 글쓰기 요령을 알려주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이런 책들을 골라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런 책들 가운데 정작 읽기가 괴로운 책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딱딱하게 어휘나 문법적인 사실만을 나열한다거나,
‘실전…’ ‘해법…’ 식의 중고교생 참고서처럼 기술만 가르치는 책은 손이 안 가게 된다.
중견작가
문학평론가
비교적 읽는 맛도 있으면서
좋은 글쓰기의 이론과 실제를 풀어놓고 있다.
좀 더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글쓰기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즈음의 젊은 필자로 주목받는 이는
‘국어의 풍경들’ ‘감염된 언어’ 등은
직접적으로 글 잘 쓰기를 일러주는 책은 아니지만
말과 글쓰기에 대한 단상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일독해볼 만하다.
스티븐 킹의 글쓰기 제안
“당신만의 ‘연장상자’를 가져라.
미국의 인기 있는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52)이 최근
글쓰기에 관한 조언을 담은 자전적인 에세이집 ‘글쓰기에 대하여(On Writing)’를 펴냈다.
킹 나오는 책마다 영화로 제작돼
할리우드의 간판 영화 원작자로도 꼽히는 인물.
그는 1999년에 집필한 이 책에서
작가 지망생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흥미로울 만한 제안들을 내놓고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의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 어휘의 사용이 중요하다.
글쓰기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길 원한다면,
자신만의 고유한 연장상자(toolbox)를 구성해야 한다.
그 연장상자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이 되는 것은 어휘다.
그러나 어휘란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문장에서 쓸데없는 어휘를 늘어놓는 것은
마치 애완견에게 이브닝 드레스를 입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써라.
단어를 선택할 때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쓴다는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주저하고 숙고하다 보면
처음 생각해냈던 것보다 더 못한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
* 문법을 지킨다.
지나치게 문법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나쁜 문법은 나쁜 문장을 낳는다.
문법은 일반 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익히게 된다.
서점에 나가 책 한 권만 사서 읽어보면 해결될 일이다.
* 수동태 문장과 부 가급적 쓰지 않는다.수동태 문장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
수동태 문장은 글쓴이의 주저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 단문을 쓴다.
글 쓸 때는 독자를 꼬드겨야 한다.
말솜씨가 좋으면 유혹하기도 쉽듯, 말하기에 가까운 단문 문장을 써라.
그것이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주어와 술어로만 구성된 단문 구조는 완벽한 문장으로 문법의 기본이면서 매우 유용하다.
* 단락을 잘 사용하라.
단락이란 글쓰기의 기본 단위이며, 응집이 시작되는 곳이고,
단어들이 단순한 단어 이상의 의미를 나타내는 무대다.
단락은 한 단어 길이에서
몇 페이지까지 계속되기도 하는 대단히 유연한 기구다.
기본적인 단락구성 - 주제 문장 뒤에 그를 뒷받침하고 기술하는 문장이 뒤따르는 것 - 은
글 쓰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조직화하고
주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글쓰기를 잘 하려면 단락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반드시 배워야 한다.
여기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대단한 작품을 쓴다기 보다는
단락 하나를 짓고, 어휘와 문법지식, 기본적인 문체들을 쌓아가며
차근차근 다음 단계로 넘어가다 보면 언어의 집을 지을 수 있게 된다.
* 즐겁게 써라.
대부분의 잘못된 글쓰기의 근저에는 두려움이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신의 기쁨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라면,
그러한 공포감은 훨씬 누그러질 것이다.
* 완벽한 구성보다는 흥미있는 상황을 설정하라.
구성은 훌륭한 작가들이 맨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수단이지만,
얼간이 작가들은 이것을 맨 먼저 선택한다.
* 많이 읽고 많이 써라.
만일 작가가 되고 싶다면,
다른 무엇보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게 중요하다.
내가 아는 한 이 두 가지에는 지름길이 없다.
나 역시 독서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1년에 70∼80여권의 책을 읽는다.
▷ 실전 글쓰기
* 보도자료는 글머리가 절반
언론사에 전달되거나 각 기업의 홍보책자에 들어있는
보도자료의 수준은 참으로 천차만별이다.
제목과 첫머리만 보아도
단박에 이해가 되고 구미가 당기는 글이 있는가 하면,
도무지 홍보의 초점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글도 있다.
이는 흔히 두괄식 문장서술에 실패한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읽는 이의 시선을 모으는 화제를
글머리에 한 두 문장으로 요약해 넣어야 하는데,
한참 구구한 설명이 나오고 나서 본론으로 들어가는 식이다.
이것은 귀납적인 사고와 글쓰기 방식에 익숙해 있는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보도자료는 언론이나 일반인을 상대로
특정 기업이나 단체, 상품 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려면
글의 첫 부분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시작이 반’이란 말은
보도자료에서 정말 맞아떨어지는 원칙이다.
1. 제목을 눈에 띄게 단다.
수치를 넣거나 신개념의 용어를 넣는 것도 효과적이다.
2. 최근 유행이나 조류, 사건 등과의 연관성을 부각시켜
시의성을 살린다.
3. 첫 문장에 간결하게 내용 전체를 요약한 뒤
본문에서 다시 상세하게 기술하는 방식을 취한다.
4. 새롭거나 난해한 개념은 따로 설명해준다.
5. 긴 문장을 피한다.
6. 반영되기를 원하는 지면에 맞는 특성을 부각시킨다.
예를 들어 인물을 내세울 수도 있고, 역사적인 기념일에 맞출 수도 있다.
7. 홍보할 초점이 여러 가지라면
각각 소제목을 달아 항목별로 나누어 설명한다.
* 이메일은 경쾌하게
요즘은 전자우편이 업무상이나 공적인 통신수단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메일은 컴퓨터 화면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용건만 간단히, 분량이 길어지지 않게 한다.
적당히 격식을 차리되, 너무 엄숙하고 딱딱한 문장도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문장 말미에 이모티콘(emoticon.
문자와 부호 등을 사용해 사람의 표정을 나타낸 상징들,
예를 들어 미소(^^) 놀란 표정(:-ㅇ) 진땀 흘리는 모습(-_-;)
등이 흔히 쓰인다)을 사용해
부드럽고 친숙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에 걸맞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건 편지 글인 만큼
한 마디로 요약해 말하듯 글을 쓰는(Write as you talk) 것이 좋다.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 플레인랭귀지(www.plainlanguage.com)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이 소개돼 있다.
1. 주어와 술어를 바짝 붙여 의미가 분명한 문장을 만든다.
2. 한 문장에는 한 가지 주제만 집어넣도록 한다.
3. 짧은 문장과 문단을 쓴다.
4. 명사나 명사구 대신 동사를 사용한다.
5. 능동태를 쓴다. 주어를 강조할 경우나 꼭 필요한 경우에만 피동태를 쓴다.
6.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간 단어는 될 수 있는 대로 피한다.
7. 읽는 이의 취향에 맞는 톤을 유지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형식은 피한다.
8. 단순하고 친숙한 일상어를 사용한다.
9. 전문용어나 약자는 가급적 피한다.
10. 난해한 단어에는 설명을 붙인다.
* 자기소개서 대필에 100만원?
최근 인터넷에는 ‘자기소개서 대필에 100만원,
교정에 30만원’을 내건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또 서울 강남 일대 학원가에서는 ‘특별지도’라는 명목으로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기도 한다.
학교장 추천서와 함께 대학입학 수시 모집 서류심사에서
중요한 전형자료로 쓰이는 자기소개서와 수학계획서를 대필시키는 것.
자기소개서는 교내 활동 상황, 수상 경력 등 7개 항목에 걸쳐
원고지 2∼4장 분량으로 쓰게 돼 있는데
‘남보다 잘 써야 한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강박관념이
‘신종사업’을 탄생시킨 셈이다.
자기소개서란
말 그대로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특정한 목적(취업이나 입학 등)을 위해
자신의 언어로써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스스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사회생활에서 꼭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다.
최근 기업에서는 신입이건 경력이건 간에 사원을 뽑을 때는
자기소개서를 첨부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면접 외에 대인평가방식을 좀더 정밀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자기소개서에 나타난 내용을 토대로
개인의 성격과 가치관을 파악하고, 대인관계나 조직에 대한 적응, 성실성, 책임감,
창의성, 심지어 장래성까지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 생활에서는
공식적인 의사전달 과정이 주로 글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나 객관적인 사실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자기소개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은
▲ 경력 혹은 성장과정 ▲ 성격과 특기 ▲ 지원동기
▲ 장래의 희망 또는 포부 ▲ 기타 자격증이나
대외활동 등 특이사항 등이다.
자기소개서는 서두가 중요한데,
한 마디로 말하면 강렬하게 시작하는 게 좋다.
“나는 몇 년에 어디서 태어났다”식의 뻔한 나열 형태를 피하고,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내세운다거나
자기 자신에 대해 핵심적인 사항을 먼저 요약하고
연대기적 기술로 나아가는 역순(逆順) 방식도 취해볼 만하다.
1. 기본적인 내용을 필수적으로 포함시킨다.
독특하게 쓰려다 빠뜨리는 게 있다면 오히려 감점 요소다.
회사에 정해진 양식이 있다면 반드시 초고를 써본 후 소재 별 분량을 맞춘다.
2. 객관적인 서술을 한다.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배타적인 시각이나 표현은 삼가고
상식선에서 거부감 없는 내용이 돼야 한다.
3. 추상적인 문구나 과다한 수사법을 삼간다.
한문이나 외래어를 사용하면 의미가 빠르게 전달되고
고급스런 표현이 될 수도 있지만 확실하게 맞는지를 확인한다.
4. 표현과 문체에 일관성을 유지한다.
종결형 어미, 호칭, 존칭도 통일한다.
5. 틀에 따라서 쓰기보다는 개성있게, 참신하게 쓴다.
굴곡 없이 무미건조한 글은 보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든다.
상투적인 표현도 금물이다.
6. 모든 서술은 한가지 주제,
즉 자신을 충실하게 나타내는 것으로 모아지도록 한다.
자신을 소개한다는 전제를 잊고
다른 화제로 새면 곤란하다.
인터넷 사이트 ‘텍스트코리아’ “
문장을 치료해 드립니다”
‘텍스트코리아’(www.textkorea.com)는
서울대 출신 교수 40여명이 모여 만든 인터넷 사이트다.
한국 문학정보를 총체적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사이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11월8일 문을 연 ‘국어문장상담소‘다.
‘국어문장상담소‘에서는 한국어문정보연구소(소장
국어학을 전공한 박사급 전문상담요원 10명이
인터넷 사용자의 문장을 진단하고, 문장과 문체, 맞춤법 등
글쓰기 전반에 걸쳐 치료법을 알려준다. 일종의 ‘어문 병원’인 셈이다.
상담과정은 접수-초진-본 계약-작업-추가작업의 순으로 잡혀 있다.
우선 상담자가 신청란이나 전자메일을 통해 문서를 접수한다.
다음은 문서의 종류나 의뢰인의 요구사항 등을 고려해
수수료를 산정하는 ‘초진’이 이루어진다.
본 계약에서는
교정, 교열, 컨설팅에 관계된 정식 계약을 맺으며,
상담원이 직접 교정, 교열 컨설팅을 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의뢰인이 원할 경우에는 추가교정도 가능하다.
“신청자가 알림문, 설명문, 논술문, 학술논문 등 자신의 글을 올리면,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어휘가 글 속에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문장의 길이는 어느 정도인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진단을 해줍니다.
이것에 근거해 글쓴이에게 특징과 고쳐야 할 점 등을 알려주죠.
그 다음에는 원하는 사람에 따라 이른바 ‘치료’가 시작됩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시간을 요하는데,
단순히 글에 대한 교정만 해줄 수도 있고,
문장이나 글의 틀까지 바꾸는 교열이라든가,
글쓰기에 대한 컨설팅도 가능합니다.”
유료서비스로 운영될 이 국어문장상담소가 활성화된다면
국민들의 국어생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권교수는 기대했다.
이밖에 텍스트코리아에는 개화기 이후 창작된
현대문학 작품과 300여명에 이르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한국현대문학관,
희곡 연극공연 배우 극작가 연출가에 이르는
연극관련 자료들을 두로 제공하는 한국연극관,
고전문헌의 내용을 담은
한국고전문헌관 등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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