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수다방

가족의 탄생? 짜증나는 사이코드라마의 탄생!

반응형

 

 


제목이 좀 자극이다. 그만큼 초기에는 나도 재밌게 봤고, 현재 그 만큼의 실망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남자지만 솔직히 그런 감정이 들었다. <가족의 탄생>은 SBS 일일드라마로 저녁 7시 15분에 방송을 한다. 어떤 내용의 드라마일까. 방송사 홈페이지에 있는 기획의도의 마지막에는 이런 글귀가 써있다.

 

기획의도

 

꿋꿋하고 밝은 우리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슴 아프고 뭉클한 가족이야기를 재밌고 따듯한 시선으로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모성애, 자식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따듯한 시선??? ㅎㅎㅎ 한마디로 헛소리다. 3류 드라마를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한 말장난이란 말이다. <가족의 탄생>이라는 드라마 제목은 낚시였다. 이 드라마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모성애? 진정한 사랑? 없다. 그냥 이상한 군상들에게 엮여서 개고생하는 청춘남녀와 그들을 둘러싼 사이코 어른들이 있을 뿐이다.

 



 

 <가족의 탄생>의 문제점

 

 기적적인 우연성의 남발


드라마는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적절한 우연성의 개입으로 반전과 재미를 보여준다. 고리타분한 일상을 계속 보여줄 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는 사건이나 에피소드가 매번 우연 + 우연 + 우연 + 우연+ 우연....으로만 일관된 모습은 <가족의 탄생>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수 있다. 수정이가 친엄마 집에서 과외를 하고 커서는 그 딸과 같은 회사에 다니고, 친아빠와 진희는 수정이네 집에서 세들어 살게된다. 수정이 엄마는 예리 집에서 도우미를 하게 되고, 수정이 동생은 예리네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함께 일을 한다. ㅋㅋㅋ 각종 비밀은 거의 100% 확률로 우연이 보거나 듣게 되는 정말 신비스러운 상황. 특히, 백마 탄 왕자가 뜬금없이 등장하는 회차에서는 정말 할 말을 잃었다.

 

 

 아주 빈약한 인과관계와 인물 설정


계산이 확실하고 철두철미하며 정의감 넘치는 수정이 동생이 자기 누나를 끝없이 괴롭히고, 약혼자까지 있는 사이코 예리에게 계속 집적거리는 것이나 남편에게는 장난꾸러기 소녀같은 윤재의 엄마가 수정의 집에 가서는 머리에 꽃 꽂은 여자처럼 행패를 부리는 것, 악녀 예리가 어떤 때는 순진무구한 소녀처럼 등장하는 것, 새언니의 첫사랑이었던 남자를 우연히 만나고 한 집에 같이 살게 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불쌍하고 착하다는 이유로 깊은 사랑에 빠진 회장(임채무)의 여동생. 수정이의 경우는 사람이 아니라 천사를 모델로 설정한 것 같다. 2013년 드라마로서 좀 심하지 않나.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현실성이 더 떨어지는 경우다. 솔직히 말해서 수정이 우는 것도 이젠 짜증이 난다.

 

 

 일일 드라마로서의 부적절성


임채무와 그의 딸 예리가 <가족의탄생>을 사이코드라마로 만들고 있는데, '가족의 의미'라는 라는 거창한 명제가 깡그리 무시될 만큼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태도를 지속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의처증과 집착이 심한 임채무는 메디컬드라마에나 어울릴 인물이다. 불가능 하다는 것이 아니라 가족드라마에서 상당히 오버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임채무가 아내와 강제로 관계를 갖고 다음날 돈으로 사과를 하는 장면은 정말 최악이었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욕하면서 본다고 한다. 짜증나지만 너무 재밌다는 표현을 저렇게 한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김순옥 극작가와 고흥식 연출가가 나의 이런 평가를 보고 상당히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착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절대로 이 드라마에게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기획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스토리, 빈약한 내러티브 그로 인해 떨어지는 완성도를 보고 어떻게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겠나. 그걸 기대하면 당신들 욕심이 과한 것이다. 이 드라마의 문제점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바로 '억지'다.

 

 

너무나 오랜만에 드라마를 봤다. mbc <해품달> 이후로 처음 보는 드라마였다. 너무 뻔해보이는 결말이었지만, 그래서 재밌었고 매일 챙겨보았다. 그리고 마지막회까지 보고 블로그에 좋은 평가를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순간 이렇게 막장으로 흐를지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뻔한 드라마는 뻔하게 끝나야 한다. 이 말은 멜로 드라마는 끝까지 멜로스럽게 가야지, 갑자기 다른 장르가 별 상관도 없이 툭툭 끼어들면 그건 장르적으로 '컬트'에 속한다는 뜻이다. 사랑과 이별 앞에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과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감정상태를 갖게 되는 것이 몇몇 사람의 특권이 아니듯, 세상 만사 전부다 뻔한 일들이고 반복적이다. 다만, 똑같은 인간이 없을 뿐인데, 제작자들의 수준이 그것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드라마는 인간의 심리와 변화를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할수 있는 장르다. 그래서 영화보다 TV라는 매체는 드라마를 더욱 잘 소화할 수 있다. 근데 이건 대체 뭐냐. 의미있는 주제도 없고,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도 없고 오직 극적인 재미만 추구하는 저질 드라마 아닌가.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 이소연(수정)의 연기를 인상적으로 보고 있었는데.......그것이 모두 가려지는 사태에 대해 심히 안타깝다. 양심이 있다면 극작가와 연출가는 술자리를 만들어서 이소연에게 사과를 해야할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