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냐고 누군가 물었다.
그녀가 답하길, 맛있는 음식이 줄어드는 것이 슬퍼서 운단다.
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의 <시인>을 읽으면서 나는 그녀의 감정이 이해되곤 했다.
- 유쾌한상상-
단 한페이지도 지루하지 않는 책들의 모음이 있다면, 이 추리소설도 그 리스트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추리소설 치고 600페이지라는 두께를 가지고 있지만 말입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시절에 섭렵했던, 지금은 고전이 되버린 호러소설과 추리소설들의 재미와 스릴을 몇십년 만에 다시 느끼게 해준 이 추리소설은 작가의 명성이 뛰어난 마케팅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한번도 책으로 그를 접한 적은 없지만, 죽기 전까지는 잊을 수 없을 만큼
자주 등장하는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의 추천 역시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고전'이라는 말을 가벼이 사용하는 편은 아닌데, '시인'이야 말로 고전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길고, 풍요롭고, 다층적이고, 만족스러운 작품. 진정한 깊이와 질감을 지닌 소설.
한 번 읽고 치워버리는 작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까지도 읽을 수 있는 작품이 탄생했다. -스티븐 킹-
이 추리소설은 살인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자, 잭 매커보이가 어느날 쌍둥이 형이자 경찰인 형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시작하게 됩니다. 잭은 형의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자살할 만한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잭은 형의 수사기록과 유언장을 접하고서 형의 죽음이 짙은 안개속에서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기자인 잭은 형의 죽음과 그 뒤의 감춰진 진실을 쫓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됩니다. 결국 범인은.....
범인을 말하면 저는 진짜 나쁜놈이 될테니 참아야겠죠? ^^
이 추리소설이 너무 재밌었던 이유는 이렇습니다.
'경찰의 세계', 'FBI의 세계', '살인 사건의 세계' 등등...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과 조직들은 저 마다의 특징이 있고, 사건을 다루는 수많은 부서와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그래서 작가들은 새로운 소재의 글을 쓸 때는 캐릭터의 직업이나 소설의 배경이 되는 환경에 대한 조사를 반드시 거치게 되죠. 그런 선행 작업이 없으면 생명력 있는 글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작가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책을 읽는이가 FBI의 세계를 모른다 하더라도 어설프게 독자를 속일 수는 없습니다.
FBI가 아닌 독자라도 이상하거나 어색한 부분은 귀신같이 찾아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부분은 마이클 코넬리가 걸어왔던 길이 큰 도움이 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저널리즘을 전공했으며, LA타임스 범죄담당 기자였다고 하니.....멋진 추리소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캐릭터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작가의 의해 조종되고 배치되지만 그 어떤 부분도 독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충분히 할수 있는 말이었고, 행동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캐릭터의 무게감으로 사건 수사가 쉽게 좌지우지 되지 않고 지극히 논리적으로 상황전개가 되면서도 캐릭터의 개성을 망가뜨리거나, 고리타분한 소설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글의 전체적인 짜임새가 얼마나 치밀했나를 알수 있게 합니다.
특히 후반부 잭의 추리는 기가막힐 정도로 논리정연했으며, 결말의 놀라웠던 반전은 독자를 데리고 논다고(긍정적 의미의) 할 정도로 읽는 이들을 휘어잡는 매력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상상과 논리의 적절한 조화라고나 할까.
물론 잭은 기자라는 직업인답게 상황판단이 빠르고, 빈틈을 잘 알아채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여 여자에 대한 그의 관심과 진지함은 웃음이 나올 만큼 흥미진진했습니다. 살인 사건 속에서 싹트는 사랑. 제법 유치할 것 같은 저 설정은 범인의 정체 만큼이나 그들의 결말을 엄청 궁금하게 만들더군요.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협박과 협상을 일삼는 잭과 그 대상. 또는 그 반대의 경우. 계속되는 줄다리기로 인해서 사건이 명확해지는가 싶다가도 한순간에 불투명해지는 경우들이 생기게 됩니다. 결국 자신의 이익에 충실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것들은 현실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사람들의 본능과 그 심리를 소설 속에서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마이클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충분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시인>은 3부작 추리소설 입니다.
1탄이 지금 소개하고 있는 저 책이구요, 2탄 제목은 '시인의 계곡', 3탄 제목은 '허수아비'입니다. 그래서 지금 갈등 중이죠. 원래는 판타지 소설을 한 권을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시인>2탄을 먼저 봐야 하나...하고 말입니다.
어쨌든 <시인>이 재밌는 것은 분명합니다.
추리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에게도 추천하고 싶네요. 생각보다는 재밌게 보실테니.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한국작가의 괜찮은 추리소설을 아신다면 추천 좀 부탁드릴께요.
최근의 신인 작가의 책을 보기는 했는데, 뭐...아직은 갈 길이 멀죠. ^^
[나 의 수 다 방] - 신예 작가의 추리소설 <기억은 잠들지 않는다>를 읽고
마지막으로 소설 속 캐릭터들의 말투를 따라서 우리의 주인공 잭에게
한마디 하고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책을 읽었던 분들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당신 잘못은 아니야, 잭.
누구라도 그런 의심을 했을거라고.
모두 잊고 새로 출발하면 되는거야.
기운차려, 잭 매커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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