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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련 "5년 뒤에는 미국에서 개그할 겁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코미디언으로 활약 중인 조혜련은 "5년 뒤 목표는 미국 할리우드"라고 답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것도 처음에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결국 해냈잖아요? 구체적인 방법은 지금부터 따져봐야겠지만 이런 도전을 할 때 너무 설레요. '5년 뒤에는 내가 미국에 가서 개그를 하게 되겠지' 이런 생각만으로 가슴이 벅차죠. 저는 정말, 꼭 할 겁니다." /전현석 기자 |
"일본인들이 조혜련 먼저 찾을 때까지 웃길 것"
“월요일 오후, 일본에서 한국으로 비행기 타고 와서 MBC ‘지피지기’를 녹화해요. 새벽 2시에 끝나죠. 화요일 하루 종일 KBS ‘하이파이브’를 녹화하고 수요일엔 MBC ‘환상의 짝꿍’에 출연하죠. 오후에 다시 비행기 타고 일본 가서 다시 월요일에 돌아와요. 일본에서 고정으로 나오는 건 TBS의 시사 버라이어티쇼 ‘선데이 재팬’인데요, 다양한 패널들이 출연해 한 주제를 가지고 1시간 30분 동안 자유롭게 이야기 하는 거죠.
그 외 시간에는 주로 공부해요. 제 일본 소속사인 ‘호리 프로’ 회장 부인한테 한자를 배우고요, 일본에서 한국요리 학원도 다녀요. 이번주 일요일 연예인 노래자랑 프로그램 ‘우타가 우마이(노래 잘해)’ 녹화가 있어요. 그리고 ‘모노마네(흉내내기)’라고 연예인이 나와서 누가 더 흉내를 잘 내는지 겨뤄보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1년에 4번만 하는 인기 프로그램인데 이번에 거기 나가게 됐어요. 녹화는 다음달 4일인데, 잘 해 보려고 강사한테 따로 목소리 수업도 받아요. 1회에 8000엔(8만원) 제 돈으로 내죠.
일본에서는 제가 신인이다 보니까 같은 소속사 선배들 이벤트나 콘서트 같은 거 할 때 쫓아다녀야 해요. 선배가 백화점 사인회라도 열면 옆에서 선배 이름도 크게 불러주고 그러죠. 지난주에는 신칸센 타고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다녀왔어요. 제 돈 들여서 가는 거죠. 일부러 그렇게 해요. 예쁨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거 보여주려고요. 나이 어린 연예인한테도 선배 대접을 해줘요. 그래야 일본어 공부라도 할 수 있고….”
여기서 코미디언 조혜련(38)의 말을 잠시 끊었다. 인사를 막 마친 뒤 “일주일 어떻게 지내세요” 가볍게 세 마디 던졌는데 조혜련은 3분 넘게 열변을 토했다. “시간이 없다”는 매니저를 설득해 얻어낸 인터뷰 시간은 30분. 그것도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 근처에서 ‘환상의 짝꿍’ 녹화 바로 직전인 ‘수요일(13일) 오전 11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라는 조건이 붙었다.
◆ "처음에 흘린 눈물만 몇 리터… 그래도 '한국인 자존심' 지키려고 버텼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나타난 조혜련 눈이 퀭했다. “보통 잠은 3시간 정도 자죠. 항상 피곤해요”라고 말하면서도 목소리는 활기찼다. 할 말이 많았는지 인터뷰 중간에 조혜련이 먼저 “10분만 아니 15분만 더 하자”고 했다. 매니저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너 요새 입술 많이 텄다. 내가 일본에서 산 건데 이거 한 번 발라 봐”라고 화제를 돌린 뒤 “어디까지 했었죠?” 되물었다.
올해 코미디 경력 17년인 그녀가 3년 전 일본 진출을 선언했을 때 모두들 “진짜 웃긴다”고 코웃음 쳤다. 살을 10kg 이상 빼서 다이어트 비디오를 만들어 팔고, 영화와 연극에도 출연했고, 가수로도 데뷔한 조혜련이었지만 ‘일본 진출 만은 하지 말라’고 사람들이 뜯어 말렸다. ‘텃세가 심한 일본에서 일본어도 할 줄 모르는데 가서 뭐하냐’, ‘쓰러지고 넘어지는 저질 개그 할거냐’는 비난도 있었다.
그래도 묵묵히 3개월 동안 하루 8시간씩 일본어를 공부하더니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갔다. 조금씩 일본 연예프로그램에 초대손님으로 나오다가 지난해 2월 선데이 재팬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가 됐다. 12월31일 일본 최고 유명 연예인만 참여할 수 있다는 ‘홍백가합전’에 한국 개그맨으로는 최초로 출연해 6년 연속 나온 한국 가수 보아 옆에 서기도 했다. 선데이 재팬의 고정 출연자가 된 이후 1년째 일주일에 비행기를 두 번씩 타고 있다. 그동안 갱신한 여권만 5개다.
-일본 진출 이유에 대해 ‘ ‘욘사마(배용준)’ 인기를 실감해서’라고 답한 적이 있죠.
“오래 전 일본에 갔을 때는 우리나라하고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서 ‘여기서는 활동이 힘들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3년 전에 갔더니 옛날하고 너무 다르더라고요. 사람들이 한국음식을 찾고, 한국노래를 듣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일본의 경우 워낙 쇼나 코미디가 발달 돼 있으니까 여기서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일본어로 개그를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많았죠. 지금 스스로 일본어 실력을 평가한다면요?
“지금은 거의 다 알아듣죠. 선데이 재팬에 시사 얘기가 많이 나와서 정치, 사회분야도 공부하고 있어요. 오사카 사투리는 그래도 좀 알아듣기 힘들어요. 조금만 더하면 일본인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본 진출하려고 1년 2개월 동안 8시간씩 일본어 공부를 했다던데요.
“3개월 정도는 8시간씩 했죠. 하루에 단어를 매일 100개씩 외웠어요. 이제는 바쁘다 보니 책상 앞에 앉아서 책 펴 놓고 공부하지는 못해요. 실전이 곧 공부죠. 그래도 생방송 때 아직 제 의견을 100% 내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그래서 내일 이사를 해요. 지금까지 일본에서 혼자 살았는데 이제부터 공동생활을 하려고요. 10명 정도가 화장실하고 부엌, 거실을 같이 쓰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평상시 생활할 때도 일본어를 쓰면 좀 더 나아지겠죠.”
-일본어 말고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아무래도 문화가 달라서 힘들었어요. 일본의 경우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릴 때도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래요. 저는 그런 걸 모르니까 (인생을) 잘 못 산 사람처럼 보였나 봐요. 방송 문화도 비슷하죠. 무선 마이크를 몸에 차더라도 선배가 먼저 차야 해요. 무대 입장할 때도 순서를 따지죠. 처음에 뭣 모르고 저 먼저 입장해서 혼난 적도 있어요. 일본은 분장실을 같이 안 써요. 처음 나갔던 프로그램 출연자가 18명인가 됐는데, 저는 신인이니까 방마다 찾아 다니면서 인사를 해야 했어요. 문을 열었을 때 ‘나 화장하니까 나중에 해요’ 이런 사람도 있었고,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죠.”
-처음 일본 진출했을 때 오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방송국을 돌면서 인사만 다녔다고 하던데요.
“일본 진출해서 제가 흘린 눈물은 진짜 몇 리터는 될 것 같아요. 그런 얘기는 성공하고 나서 그때 하고 싶어요. (속사포 같았던 입이 잠시 닫혔다.)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돌아갈까’, ‘내가 한국에서 스타인데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제 일본 매니저가 ‘그렇게 하려면 그만둬라’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럴 땐 정말 그만두고 돌아가고 싶어졌죠. 하지만 그런 마음을 누른 이유는, 진짜 한국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어요. ‘조혜련이 일본 가서 뭐 하겠다더니 그냥 왔네’, ‘힘들다고 그냥 왔잖아’ 이런 소리 들을 걸 생각하면 잠자고 있다가도 벌떡벌떡 깨요.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죽을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 조금만 더 버티면 어떻게든 결과를 내겠지. 그래 이렇게라도 했어’ 이렇게 생각하면서 버티는 거죠. 결과를 내고 그만두는 것하고, 도중에 그만두는 것하고 다르잖아요? 목표한 2010년까지는 끝까지 일본에서 버텨야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죠.”
☞조혜련이 '골룸'으로 출연했던 '반지의 여왕' 동영상 바로가기
◆ "망가지는 것도 성장의 한 과정이죠. 나중에 '조혜련 달라졌구나' 그렇게 느끼게 하고 싶어요"
-일본에서도 몸으로 웃기는 ‘슬랩스틱 코미디’만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과거에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악당 ‘골룸’ 분장으로 화제를 모았을 때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죠.
조혜련(사진 맨 오른쪽)이 13일 MBC 예능프로그램 '환상의 짝꿍' 녹화를 하고 있다. /전현석 기자 |
“저는 말로 웃기는 것과 몸으로 웃기는 게 선이 없다고 생각해요. 일본에 ‘나인티나인’이라고 유명한 코미디언 팀이 있어요. 2명인데, ‘메챠메챠이케테루’라는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요. 우리나라 ‘무한도전’과 비슷하죠. 그 팀은 닭들이 좋아하는 모이 같은 걸 몸에 뿌리고 닭이 쪼개 해서 그걸로 웃겨요. 심하게 무너지죠? 그런데 이 팀이 말로도 잘 웃겨요. 우리만 슬랩스틱하고 토크(talk)하고 나눠서 생각하는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그런 게 아니거든요. 다른 사람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이상, 저는 웃기는 거면 뭐든지 다 할 거예요. 아주 예의에 어긋나는 그런 거만 아니라면 말이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묻죠. 처음에 일본 진출했을 때 ‘서툰 일본어로 망가지는 역할만 하는 거 아니냐’ ‘한복 입고 나라망신 왜 시키냐’ ‘한국에서도 잘 나가는데 왜 일본 가서 굽신거리면서 하려고 하냐’ 이런 지적이 있었죠.
“당연한 거예요. 그런 과정 없이 어느 순간 일본어를 너무너무 잘하면 나 스스로가 징그러울 것 같아요. 물론 시청자들이나 팬들이 봤을 때 ‘쪽 팔리게 거기 가서 뭐하는 거냐’ 이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거기서 멈추고 돌아오면 정말 나라망신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만둘 수 없어요. 그 과정을 보여주면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정말 나중에 내가 올라가고 싶은 만큼 올라갔을 때 그때도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옛날하고 너무 달라졌다’ ‘야 조혜련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정말 나라 망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조혜련이 달라졌구나’ 이렇게 느끼게 하고 싶거든요.
제가 개그맨 시험을 3번 봐서 다 떨어졌어요. 저 정말 자신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저만 보면 다 박장대소 하고 그랬어요. 떨어진 게 납득이 안 돼서 당시 PD에게 직접 전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너는 방송에 어울리는 얼굴이 아니다’라고 그랬어요. 지금 시대에는 안 맞는다고. ‘골룸’ 했을 때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야 조혜련, 여자로서 갈 때까지 다 갔구나’ 그런 얘기도 들었어요. 그렇게 비판하는 사람한테는 정말 죄송한 말이 될 수도 있는데 나 그런 거 신경 안 쓰거든요. 결과로 보여줬어요. 내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 내가 진짜 내 밥값 했느냐. 그런 거만 따졌죠. 때로 정말 실수할 때도 있는데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가는 거겠죠.”
-우리나라는 쇼, 오락 프로그램에 젊은 사람만 거의 나오고, 일본은 나이든 사람도 많이 나온다고, 그런 게 부럽다는 말씀도 하셨죠.
“네. 왜 그럴까 분석을 해 봤어요. 뭐가 다를까. 우리나라 출연자들은 방송할 때 조금 투덜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나이 든 스타들은 자기가 PD가 되려고 해요. ‘이 부분은 재미없으니까 빨리빨리 해’ 이런 식이죠. 일본의 경우 아무리 스타라도 방송할 때 힘들다는 얘기를 안 하더라고요. 제작진 앞에서는 완전히 가면을 써요. 끝나고 나중에 매니저한테 얘기를 하죠. 그러니까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런 출연진하고 일하고 싶어하죠. 그런 대표적인 연예인이 유재석인데요, 제가 일본에서 놀란 건 일본 연예인들은 다 유재석처럼 하더라는 거죠. 제가 녹화하다가 가끔 투덜대는 후배들을 불러요. ‘야, 너 오래하고 싶지? 절대로 프로는 앞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거 아냐. 힘들면 그만둬. 너 만 힘드니? 카메라감독은 서 있잖아? 작가는 바닥에 앉잖아?’ 이렇게 지적을 하죠. 불만, 투정 이런 걸 안 하는 게 오래 남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일본에서 연예인이 왜 장수하느냐. 그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해요. 후배들이 프로그램 한 거 다 모니터링 한다니까요. 제일 대선배가 87세죠. 70대도 있고, 60대, 50대도 있고요, 가장 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 40대 후반에서 50대예요. 우리나라는 50대가 넘어가면 감각이 떨어져서 잘 못하잖아요? 나도 일본오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제 마흔 다 되어가고 몇 년 해 먹다 말겠구나’. 일본은 안 그래요. 난 이제 일본에서 한 살 이잖아요? 이제 1년 차. 이제 시작이라니까요. 어떻게 보면 많이 배우고 느낀다는 점에서 (일본 진출은) 장기투자인 셈이죠.”
☞조혜련 일본 후지TV '메챠메챠이케테루' 출연 동방송 바로가기
◆ "떨어져 있으니까 가족의 소중함 더 느껴… 아들, 딸에게 항상 도전하는 모습 보여줘서 따라오게 하고 싶어요"
-가족 얘기를 조금 해 보죠. 1998년 결혼하셨고, 지금 아들, 딸 한 명씩 두고 계시죠. 정말 바쁜 일정인데, 가족과 너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아쉽지는 않나요?
“가족 정말 소중하죠. 그래서 이렇게 해요. 월요일 일본에서 올 때 남편에게 미리 연락을 하죠. ‘집에 오후 6시에 도착하니까 모여서 밥을 같이 먹자’고요. 녹화 시작하는 오후 7시30분까지 그 1시간30분이란 시간이 정말 쫀득쫀득하죠. 설날 때는 이틀을 같이 가족과 있었거든요. 그랬더니 너무 많이 싸우더라고요. (웃음) 어떤 면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요. 항상 옆에 있으면서 ‘뭐 할거냐’, ‘어디 갈 거냐’ 그런 것 보다는 엄마가 늘 도전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서 아이들을 따라오게 하는 거죠. 가끔 일본 내 방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어서 보여줘요. ‘봐라. 집이 어떠냐. 정말 좁지? 여기는 온돌도 없어. 그런 곳에서 엄마가 산다. 엄마 놀러 가는 거 아니야. 너희 못 돌 봐 주는 건 엄마가 도전하기 위해서 가는 거야. 엄마 이해해 줘야 돼’ 이렇게 말하죠. 남편도 처음에는 엄청 반대했죠. ‘이제 애들도 커가는데 너는 너 밖에 생각을 안 하느냐’고요. 그렇게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 저한테 뭐라고 하면서도 몰래 일본어 학원을 다니더라고요. ‘네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최소한 알아는 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딸도 히라가나를 배우더라고요. 처음엔 괴로웠지만 이 과정을 넘어서니까 또 다른 세상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모두가 인정해주고 격려해줘요. 고맙고 감사해요. 바쁘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됐죠.”
-올해 만으로 38세인데, 일본 진출 전에도 우리나라에서 영화, 연극에도 출연했고, 10kg 감량을 해서 다이어트 비디오도 냈고, 가수로도 데뷔했고요. 한양대 연극영화과 대학원에서 ‘코미디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도 받았죠. 그냥 코미디만 해도, 한국에서만 활동해도 잘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성격 탓인 것 같아요. 한 이틀 푹 쉬어 봤거든요. 그러면 몸이 더 아프더라고요. 쉬는 건 하루로 족해요. 차라리 여행을 하고 말죠. 꼼꼼하게 모든 걸 다 챙기지는 않지만 큰 것을 많이 생각해요.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무리한 스케줄 때문에 몸이 많이 망가지기는 하는데, 그래서 요새는 술을 끊었어요. 되도록이면 안 마시려고 해요.”
-‘코미디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논문을 쓰셨는데 논문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해 주시죠.
“우리 나라 코미디가 시대를 좀 더 반영했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갈수록 시사 풍자 코미디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요. 단순히 버라이어티로 웃기고 말죠. 일본은 시사적인 코미디가 많아요. 정치, 경제, 사회 등 이슈를 가지고 웃기죠. 그런 프로그램 DVD가 엄청나게 많이 팔리기도 했어요. ‘우하하하’ 박장대소는 아니겠지만 ‘허허’ 그러면서 우리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코미디가 필요하죠.”
◆ "5년 뒤에 미국에서 개그할 모습만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요. 저는 정말, 꼭 할 겁니다"
-지난해 인터뷰할 때 5년 안에 일본에서 자기 이름으로 토크쇼를 하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제 4년 남았네요. 가능할까요?
조혜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고는 싶죠. 해야죠.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요. 오프라 윈프리쇼, 주병진쇼, 누구누구쇼…. 그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본질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내 이름을 걸고 토크쇼를 하고 싶다’라고 말한 건 이런 뜻이었어요. 일본인들이 봤을 때 ‘정말로 얘는 우리가 사랑하는 연예인이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의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것. ‘얘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보고 싶다’ 그런 느낌이 드는….”
-그렇다면 조혜련씨가 생각하는 일본에서 ‘성공’의 의미는 뭔가요.
“제가 방송에 나오면 모든 사람들이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죠. 신인이 나오면 ‘쟤 뭐야’ 이러지만 유재석이 나오면 다 웃을 준비가 되어 있잖아요. 저는 돈을 얼마 받고, 고정 프로그램이 몇 개가 되고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뭘 해도 다른 사람들이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개그맨, 그거면 될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 됐을 때 (일본에서) 그만 둬도 되잖아요. 그러면 ‘무슨 사정이 있나 보다’, ‘정말 쟤 때문에 즐거웠다’ 그럴 수 있겠죠. 그렇게 하지 않고 그만두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일본에서 5년을 지낸 다음에는 뭘 도전할 건가요.
“앞으로 일본에서 연기도 하고 싶고, 무대에도 오르고 싶어요. 그리고 5년 뒤에 미국 할리우드를 갈 거예요. 거기서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그때 한국과 일본, 미국 연예활동을 동시에 하고 싶어요. 일본어를 완전히 마스터한 2년 뒤부터 영어학원도 다니려고요. ‘미국에서 개그? 그게 가능하겠어?’ 라고 생각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본 진출도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결국 해냈잖아요? 구체적인 방법은 지금부터 따져봐야겠지만 이렇게 도전할 때 느낌이 너무 설레요. ‘5년 뒤에는 내가 미국에 가서 개그를 하게 되겠지’ 이런 생각만으로 가슴이 벅차죠. 저는 정말, 꼭 할 겁니다.”
인터뷰는 약속했던 30분보다 15분 초과해 45분이 걸렸다. 녹화시간에 늦었다고 인상을 구긴 매니저에게 물었다. “조혜련씨처럼 살 수 있겠냐고요? 아뇨. 저는 도저히 저렇게는 못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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