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다방

어버이날, 부모 노릇 힘들어도 너무 힘들어

유쾌한상상 2013. 5.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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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은혜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입니다. 가급적 작은 선물이라도 드리는 것이 좋지만, 마음이 담기지 않았다면 어떤 선물을 드려도 기쁘지는 않겠지요. 근데 저는 '어버이날'을 '어른 공경의 날'로 넓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세대차이다 뭐다 해서 생각은 서로 많이 다르지만, 팍팍한 대한민국에서 고생을 하셨으니 모든 어르신들의 날이라고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은 짧은 경험담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작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노총각, 노처녀 몇 명이 모여서 술한잔 할 일이 있었습니다. ㅋㅋ(ㅠㅠ) 전부 혼기를 한참 보내버린 사람들이라서 늦어지는 결혼에 대해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남녀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술이 한잔 들어가서 그런지 속마음을 술술 말하더군요.





여동생 > 여자는 결혼하기 정말 힘든 것 같아.


나 > 왜?


여동생 > 신경쓸게 너무 많거든.


나 > 결혼이 다 그렇지 뭐. 우리 머리가 너무 커서 그런 것도 있고.


여동생 > 특히 시어머니들이 문제가 많아. 난 그게 무섭더라고.


나 >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여동생 > 시댁에 가면 항상 시어머니 눈치보면서 청소하고 빨래하고....그게 너무 싫어.

            (이때 다른 여동생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


나 > ......


여동생 > 내가 자기 딸도 아닌데, 왜 그런 부담을 주는지 모르겠어.


나 > 옛날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요즘은 그렇지 않은 시어머니가 훨씬 많을텐데.


여동생 > 아냐, 오빠가 몰라서 그래. 아직도 많은 시어머니들이 그래.


남동생 > 가끔 가서 청소나 빨래 한번 해주는게 뭐가 어때서?


여동생 > 오빠, 시어머니들은 며느리를 딸 처럼 생각한다면서 실제로는 안그래. 자기 딸한테 그런거 시킬 것 같아?


남동생 > 당연히 시키지. 그리고 딸하고 며느리하고 똑같을 수는 없잖아. 그럼 내가 예를 하나 들어볼께. 시어머니가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있었어. 근데 며느리가 그걸 보고 있다가 자리만 비켜주었다고 하면...어떻게 생각해?


여동생 > 딸처럼 생각한다면 며느리 입장에서는 그럴수도 있지. 


남동생 > 그건 아니지 않냐? 음....


나 > ......그럼 내가 하나 물어봐도 될까?


여동생 > 뭔데?


나 > 우리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기부를 하거나, 직접 찾아가서 하루 종일 봉사활동할 때도 있잖아. 그런데 너와 결혼한 남자의 어머니를 몇 시간 도와주는게 그렇게 부당한거야? 자주한다고해도 한 달에 한 두번이 전부일텐데 말야.


여동생 > ......


남자들 > (일제히 소주잔을 꺾는다)



대충 마무리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지만, 정말 진지하고 심각한 대화였습니다. 물론 그들은 착한 동생들이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여자로서는 정말 정이 뚝! 떨어지더군요. 물론 아직도 유별난 시어머니들이 계실겁니다. 친척이나 주변 친구들의 약간 과장된 경험담을 듣고 지레 겁먹어 그러는 것일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것도 판단력이 부족한 어릴 때 얘기지 아직까지  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떻게 남자를 선택할 수 있을지....정말 걱정되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제가 여자들의 저런 주장을 처음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심하게는 다른 여자에게 이런 소리도 들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 일체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저런 대화들을 직접 경험할 때 마다 왜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는지 조금식 이해되고 있습니다. 저희 집안 기준이기는 하지만 친척 집안 전체를 놓고 생각해도 어느 집에서도 며느리를 부려먹는 곳이 없습니다. 오히려 큰어머니와 작은어머니께서는 손주들 봐주기 바쁘다고 하소연을 하십니다. 어쩌다 한 번 오는 제 형수만해도 설겆이 한 두번이 끝입니다. 오히려 우리 어머니가 손주들 먹인다고 전날 음식 준비하느라 바쁘고, 당일에는 반찬거리 만들어서 바리바리 쥐어 주시느라 분주하시죠. 이게 평범한 가족의 모습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 여동생의 주변 사람들은 얼마나 못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일까요. 아니면 막장 TV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럴까요?



 저는 정말 궁금한게 있어요. 남자들은 장인어른과의 사이를 걱정하지 않는데, 왜 여자들은 시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해 그리도 걱정이 많을까...하는 의문. 남자인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수 있겠지요. 서글프게도 저는 결혼과 가족에 대해 이기적인 가치관을 가진 여자들이 생각보다 많은가 보다...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런 경험을 하면 할수록 저는 더 겁이나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게 됩니다. 결혼 못해서 외로운 노총각과 노처녀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죠. 후...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만약 자기 아들에 대한 시어머니의 관심이 간섭 내지는 짜증으로 느껴진다면 그건 시어머니의 문제가 아니라 젊고 스마트하다는 요즘 며느리들의 문제일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결혼 전 남자에게 그렇게 요구하던 신뢰와 배려, 존중을 며느리들은 왜 시어머니에게 보이지 못하는 것일까요. 자신도 언젠가 시어머니가 될텐데 말입니다. 아니면 올케가 자신의 어머니를 똑같이 생각한다고 상상해보세요. 


2013년 5월 8일 어버이날은 조금 다르게 보내보세요. 며느리로서 사위로서 그동안 내가 받을 것만 생각하며 속좁게 살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양쪽 집안 어른들 마음에 상처를 준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으세요. 그것이 몇 십만원짜리 선물보다 더 값질 것이고, 옆에서 지켜보는 자녀들에게 산 교육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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