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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특별보고관도 사찰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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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특별보고관도 사찰하는 대한민국

국정원 소속 차량에서 프랭크 라뤼 일행 촬영...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 비난 쏟아질 듯

이재진 기자

 

침해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방한 중인 프랭크 라뤼 유엔특별보고관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사찰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프랭크 라뤼 특별보고관은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닌 유엔이라는 직함을 걸고 활동하는 국제인사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비난도 예상된다.

'표현의 자유' 조사하러 왔더니 사찰?

복수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프랭크 라뤼 특별보고관은 지난 4일 입국한 뒤 숙소인 명동 소재에 있는 한 호텔로 이동했다. 그런데 호텔 정문 앞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호텔 정문에 있던 한 차량안에서 캠코더를 들고 프랭크 라뤼 일행을 찍는 모습이 포착됐다. <민중의소리>는 프랭크 라뤼 일행을 찍는 차량의 사진을 입수해, 차량 번호를 추적했다. 그 결과 해당 차량은 국정원 소속의 차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 기관차가 맞다"고 확인시켜줬다. 경찰 측도 이번 사찰의 장본인이 국정원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프랭크 라뤼 보고관 측에서 누군가 자신들을 따라다닌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경찰 쪽은 아니다. 국정원이라는 말이 있더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 측은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문의한 차량번호는 국정원 차량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명동 모 호텔 인근에서 라 뤼 UN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을 캠코더를 이용해 몰래 촬영하다 적발되자 황급히 사라지고 있는 국가정보원 차량ⓒ 민중의소리



이번 사찰 문제로 프랭크 라뤼 보고관의 조사 내용과 활동 범위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실상 위협이다. 직접 조사를 방해하지는 않았지만, 조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의도적으로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사찰 문제가 국내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랭크 라뤼 보고관이 이 문제에 대해 정식으로 유엔에 보고를 할지 아직 판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논란이 커질 경우 국제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시아에서 인권 선진국으로 꼽히는 한국이 유엔특별보고관을 사찰했다는 의혹만으로도 국제사회에서 인권 후진국으로 밀려날 수 있다.

"유엔 사무총장 배출 국가로서 할 짓이냐"

프랭크 라뤼 보고관 일행은 사찰 문제를 인지하고 황당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 라뤼 보고관은 이번 방문의 목적인 표현의 자유 침해 상황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일체의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외교부로부터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경찰이 프랭크 라뤼 일행을 쫓아다닌 적이 있는지 사실 확인을 문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는 프랭크 라뤼 일행이 외교부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지난 6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를 만난 프랭크 라뤼 일행 측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외교부가 사찰 의혹과 관련해 정보기관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프랭크 라뤼 보고관을 수행하는 사람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프랭크 라뤼 보고관도 이같은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수사기관으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차량 안에서 캠코더로 몰래찍는 게 국격을 운운하는 정부로서 할 짓이냐"면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부끄러운 짓이다. 프랭크 라뤼 보고관이 공식적으로 항의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조사가 시급하고 현안 문제가 많아서 컴 다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프랭크 라뤼 보고관은 지난해 10월 국정원의 시민단체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가 2억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기도 했다. 당시 프랭크 라뤼 보고관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는 희생자들에게 늘 관심을 갖고 있다”며 “특히 이 사안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도 있기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정원 사찰 의혹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쏟고 있던 프랭크 라뤼 보고관이 역설적으로 국정원의 사찰을 받은 셈이다.

성의없는 협조 태도, 의전 문제도 논란

프랭크 라뤼 보고관에 대한 성의없는 협조 태도와 의전 문제도 논란이 예상된다. 프랭크 라뤼 보고관은 지난 4일 유엔특별보고관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했지만, 어느 정부 부처 관계자도 프랭크 라뤼 일행을 맞이하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 침해 상황을 조사하러 온 유엔특별보고관이 정부로서 '반가운 손님'은 아니겠지만, 손님 대접이 국제 관례상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유엔특별보고관 방한 업무를 맡고 있는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정부가 상시 초청을 했고, 프랭크 라뤼 보고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싶다고 해서 온 것으로 공식 방문이 맞다"면서도 의전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노무현 정부는 한국 정부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언제라도 방문을 해서 조사해도 된다'는 개념으로 유엔인권이사회에 '상시초청장(standing invitation)'을 제출했다. 다시 말해 상시 초청장을 제출했다는 것은 인권 문제에 자신이 있고, 유엔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이다. 아시아에서 상시 초청장을 제출한 나라는 한국과 이란이 유일하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상시초청 개념으로 보면 내규 관례상 외통부가 적절하게 의전과 협조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 부처 중 프랭크 라뤼 일행을 마중나온 데가 없다는 것은 국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의 성의없는 협조 태도도 문제다. 프랭크 라뤼 보고관도 언론보도를 통해 정부의 태도와 관련해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 인권이 보장될 수 없다"면서 "최고의 리더십을 만나 정부의 인권 리더십을 알아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만남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 라뤼 보고관의 발언은 우리나라 정부가 이번 조사 목적인 표현의 자유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프랭크 라뤼 보고관과 면담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대부분 차관급도 아닌 국과장급 실무자들이다. 일례로 경찰청은 집시법의 허가제 운영 논란과 관련한 면담을 가졌는데, 프랭크 라뤼 보고관을 맞이한 사람은 수사국장과 기획정보심의관, 경비과장, 정보4과장 등 말그대로 실무자급이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몰디브에서는 보고관이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상대적으로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해 관심을 덜 갖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표현의 자유 문제를 부각시키기보다는 대충 넘어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표현의 자유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 성찰의 기회로 삼겠지만, 그런 모습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저작권자©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
 출처 : http://www.vop.co.kr/2010/05/13/A000002959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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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한민국 역시 화끈합니다!!!
일관성있게 권력을 여기저기 다용도로 사용하시는군요!
결말이 궁금해지는데요. 엄청 창피한 일이긴 하지만, 국민이 뽑았으니....나중에 국민탓 하시면 될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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