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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이 대세? 우리가 먹는 진짜 치킨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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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이 대세? 우리가 먹는 진짜 치킨의 모습은

본 글은 동물자유연대 활동가 한송아씨가 네이버 문화산책 코너에 기고한 글입니다. 우리가 몰랐던 닭의 삶과 죽음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글이었고, 개인적으로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치킨을 너무 좋아해서 병까지 생긴 제게는 남다르게 읽혔습니다. 지금은 한 달에 한번 치킨을 먹을 정도가 되었지만 어쩌면 앞으로는 그 마저도 못먹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본 블로거는 동물자유연대 정회원으로 동물학대의 실상과 구조활동 등을 알리기 위해 '동물자유연대' 사전 동의 하에 본 글을 발행했습니다.]




치느님 열풍 속, 진짜 치킨의 모습은 어떤지 아시나요?



축산물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소비량이 증가하는 닭고기. 오늘날 이름 있는 치킨 체인점만 해도 100여개가 넘고, 치킨과 맥주의 합성어인 일명 ‘치맥’ 문화까지 형성하며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인간에 의해 가장 많은 수가 이용되고 그만큼 자주 많이 먹는다면 닭이 어디서 어떻게 사육되는 지에 대해서도 관심도 많아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닭의 모습은 치킨 광고에 나오는 귀엽고 건강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육되는 닭의 수가 국내 인구수를 훨씬 뛰어넘도록 증가하는 동안 닭의 모습과 사육방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변화했다. 닭은 농장이 아니라 공장에서 사육되고,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닭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농장이 아닌 공장

오늘날 식용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닭인 육계 산업은 축산 대기업에 의해 90% 이상이 계열화되었다. 농가가 기업으로부터 사료와 병아리 등을 공급받아 키워주고 사육 수수료를 받는 위탁사육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형 축산으로 변화하는 약 30년 동안 소규모 농장은 사라지고, 농장은 2만~3만 마리 이상의 닭을 키우는 대형 닭 ‘공장’으로 변화했다. 이제는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축산기업 2~3곳이 국내 닭 생산을 주도한다. 그리고 공장 안에서 닭은 고통을 느끼는 생명이 아닌 그저 기한과 수를 맞춰 납품해야 할 상품으로 취급될 뿐이다.

이번 조류독감 때문에 닭 농장을 처음 가본 사람들은 저마다 입을 모아 말했다. 조류독감 발생이 놀랄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닭이 병에 안 걸리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말이다. 병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사육환경을 직접 눈으로 보고나니 전염병이 발생했다며 떠들썩한 사회를 비꼬아 한 말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얀 닭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농장 안, 현재 축산법에서 규정하는 사육면적은 닭이 날개를 자유롭게 펴거나 걸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도, 본성을 충족할 시설기준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엄청난 분변과 먼지는 악취를 발생시키고, 공기의 질뿐 아니라 닭이 밟고 사는 깔짚의 상태를 저하한다. 이 때문에 호흡기 질환 발생률이 높고 다리에 피부질환을 입은 닭들이 쉽게 발견된다. 또한, 여름철마다 대량밀집 사육 때문에 열 스트레스에 민감한 닭이 집단 폐사했다는 뉴스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밀집 사육보다도 닭의 복지를 심각하게 만드는 원인은 닭 자체가 가진 문제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육되는 닭 대부분은 2~3개의 외국 품종이 차지하고 있는데, 짧은 시간 내에 빨리 자라고, 사료를 적게 먹여도 잘 자라도록 개량된 품종을 수입해 키우고 있다. 다른 유전적 질환이나 면역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생산성 향상에만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닭은 비정상적으로 자라면서 필연적으로 동물복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당신의 손에 든 치킨의 정체는, 왕병아리

닭은 약 6개월이 지나야 소위 말하는 영계라 부를 수 있는데 오늘날 우리가 먹는 닭은 사실 약 30일밖에 되지 않은 병아리다. 빠른 성장 품종은 사육비를 줄여 축산기업의 이익을 높이도록 했으나 닭의 건강은 보장하지 못했다.

정상적으로 자라는 닭보다 2배 이상 빠른 체중 증가는 닭의 심장과 폐, 다리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다. 이에 멀쩡해 보이는 닭이 돌연 소리를 지르다 뒤로 넘어져 죽는 급사증(Sudden death syndrome)이 발생하거나 복수증, 심부전을 앓는 닭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체중을 버티지 못해 다리를 절뚝거리거나 주저앉아버리는 ‘파행’은 심각한 육계의 복지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높아지는 닭가슴살 수요 때문에 가슴 부위에 살이 집중적으로 찌도록 개량된 품종은 다른 신체 부위가 상대적으로 왜소해지면서 관절과 근육에 무리를 가져와 파행을 악화시킨다. 이렇게 제대로 걷지 못하는 닭은 물과 사료에 접근하기 어려워 굶주림과 탈수에 시달리다 죽기도 한다.

빠른 성장 품종은 아무리 좋은 사육환경을 제공한다 해도 품종 자체가 일으키는 문제 때문에 닭 복지 향상의 큰 한계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동물복지단체이자 프리덤 푸드(Freedom Food)라는 신망 높은 동물복지 인증 프로그램을 가진 영국왕실동물보호협회(RSPCA)는 2013년부터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려는 육계 농장의 경우 빨리 자라도록 개량된 품종을 사육할 수 없고, 건강하게 자라는 검증된 품종을 기를 수 있도록 인증기준을 변화시키기도 했다.



죽을 때까지 고통받는 닭

출하될 시기의 닭은 몸집만 컸지 뼈와 근육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상태다. 거기다 급격히 늘어난 체중, 품종 개량 시 고려하지 않은 다른 유전적 질환, 밀집 사육으로 인한 영향이 더해져 닭의 뼈와 다리, 날개는 매우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포획 과정에서 이런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닭들의 상태보다는 작업시간 내 빨리 일을 마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바구니에 빨리 담아야 할 물건처럼 취급되는 닭은 사람 손에 붙잡히고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다리와 날개가 부러지거나 멍이 들기 일쑤다.

사람 손에 의해 어리장이라 불리는 철장 케이지에 구겨 넣어지듯 실린 닭은 더위나 바람 등 외부환경에 그대로 노출된 채 운송된다. 이 과정에서 닭은 스트레스와 공포, 근육의 긴장으로 체온이 증가하고, 열 스트레스와 질식으로 운송 중 많은 수가 폐사한다. 도계 공장에서도 닭이 물건으로 취급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거꾸로 매달려 기절 작업과 목을 절단하는 장소로 순서대로 자동 이동되는 도계 시스템. 빠른 작업을 중시하는 도계 공장에서 한 마리, 한 마리가 고통스럽지 않게 죽을 권리를 줄 여유란 없다.

계속 증가하는 소비 실태,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단지 인간의 이득을 위해 인위적으로 품종을 개량하고, 동물의 고통은 무시한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폐해는 우리 사회에 그대로 돌아오고 있다. 공장식 축산은 조류독감의 발생 원인을 제공할 뿐 아니라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을 촉진한다. 그 결과 수천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소요하고 있으며, 농가의 파탄을 불러오고 도살처분 작업에 강제로 투입된 인력들의 인권과 건강권을 침해했다. 이뿐이 아니다. 대기업의 축산 계열화로 소규모 농가는 사라지면서 위탁농가와 축산기업 간의 부조리한 갑, 을 관계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또한, 단일화 된 품종은 오늘날 생물 다양성 문제를 불러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길거리에 즐비한 치킨 가게, TV만 틀면 나오는 치킨 광고들로 우리는 확실히 과거보다 과하게 치킨 소비를 조장하는 분위기 속에 살고 있다. 닭의 수급조절 실패로 과잉 공급에 따른 수요가 부족할 경우에는 정부까지 나서서 닭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농가를 돕는 일이라며 소비자에게 책임을 지운다. 한편 축산업계는 사육 수수를 늘렸다가 그만큼 소비가 되지 않거나 가격이 내려가면 병아리를 생산하는 닭인 종계의 도태 운동을 추진하므로 동물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과연 계속해서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소비 증가는 농가가 아닌 축산기업의 배를 불리고, 또 축산업의 대형화에 기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모든 것이 소비자 선택이자, 소비자 몫

쉽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자극적인 맛에, 전화 한 통이면 낮이고 밤이고 한 시간 내로 배달되는 치킨의 유혹을 떨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무관심은 다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닭의 사육방식과 모습을 변화시킬 것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이른바 ‘속성 닭’ 생산을 위해 24시간 내내 사료를 먹이는 것을 물론 성장촉진제와 각종 약물을 투여한 닭이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에 납품된 것이 알려져 소비자들의 분노를 산 사건이 있었다. 비단 중국에 국한해 간과할 일은 아니다.

월드컵 시즌을 맞아 치느님 열풍은 가속화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경기를 보며 무엇을 먹을지는 소비자의 선택이지만, 치느님 열풍 속에서 내가 먹는 치킨의 본래 모습은 어떤지, 우리 앞에 어떻게 오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대량생산•대량소비가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를 감당하는 것도 모두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자유연대 한송아 활동가

동물자유연대에는 다시 한번 가족과 살아갈 기회를 꿈꾸는 동물들이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링크]
사진    동물자유연대 외
에디터    송수연



다시 말씀드립니다. 전문을 꼭 한번 읽어보세요. 그리고 많은 트윗 부탁드립니다. 누군가는 말씀하시겠죠. '그런거 저런거 생각하면 인간이 먹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먹더라도 알고 먹자는 것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편하게 죽을 권리 마저 빼앗긴 전 세계 동물들의 비참한 현실을 말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닭 농장에서 사육하는 줄 알았습니다. 마치 물건을 찍어내듯이 생명체를 공장식으로 관리하는지 몰랐습니다.


문제의식을 갖고 좋은 글을 써주신 한송아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동물복지가 인간복지라는 담론까지 연결되어 있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결국은 스스로를 파괴하기 전에 식용 동물들의 관리 및 감독이 강화되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이 우리 자신을 지키는 길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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