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감상문

연금술사, 인생의 보물을 발견하는 방법

반응형


연금술사, 인생의 보물을 발견하는 방법

너무나 유명해서 너무나 늦게 읽게 된 책이다. 유행처럼 책을 선택하는 것이 싫어서 미루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흥미진진한 내용을 기대했던 것일까? 아니면 너무 나이 먹어서 읽게 된 것이 잘못이었을까. '와~ 재밌다'하는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 어떤 나이대에 읽어도 그 가치가 변치 않을 '보물의 비밀'을 알수 있다는 점은 여타 다른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과는 사뭇 달랐다.



연금술사 - 8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문학동네



나르키소스에 대한 신화로 책머리를 여는 이 책은 코엘료를 일약 스타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이 바로 '연금술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나라에서 사랑을 받은 책인데, 책장을 넘기기도 쉽고 주옥같은 말들이 많은 소설이다. 소설......그러나 쓰여진 목적이 분명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들과는 많이 다르다. 한마디로 말하면 '소설로 읽는 자기계발' 같은 느낌이 강한 책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산티아고라는 양치기 청년이다. 우리는 그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그가 누구를 만나고, 어떤 대화를 하며, 무슨 생각을 갖게 되는지 보게 된다. 그 과정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첫번째 질문, 우리는 양치기가 필요한 양에 불과한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문제는 양들이 새로운 길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양들은 목초지가 바뀌는 것이나 계절이 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지. 저놈들은 그저 물과 먹이를 찾는 일밖에 몰라.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에 취직을 한다. 어딘가에 적을 두고 한달 동안 살아갈 대가를 취하는 것이다. 요즘은 대학을 나온 절반이 백수라는 웃픈 세상이라서 취업시장은 언제나 뜨겁다. 현실은? 들어갈 회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데 눈높이를 낮추라는 주문을 하는 대통령때문에 청년들은 두번 울었다.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정년 퇴직은 갈수록 낮아지고,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경우도 허다해서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취업에 성공하든 도전 중이든 우리는 마치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 처럼 살아간다. 직장생활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에게 '꿈'이 없다는 것이다.


이곳저곳을 떠도는 산티아고는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와 욕구에 대한 대표성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자신에게 전해오는 어떤 신호에 대해 무심히 넘기지 않는다. 이 부분이 책의 내용에서 아주 중요하지만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산티아고가 자신의 마음에 남은 '어떤 신호'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것은 우리가 무심코 흘려버리는 '기회의 속성'을 어떻게 자기 삶으로 끌여들였는지 알 수 있는 좋은 본보기다.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사람이 기회다


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를 찾는 사람이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이 책에서 부각되지 않은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람'이다. 모든 것은 사람을 통해서 온다는 평범하지만 모두가 잊고 있는 진실. 우리를 방해하는 것이나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모두 '사람'이다.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하는가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가까이 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이 바뀐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성공 처세술'로 이해한다.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탐욕을 채워줄 것이라 믿는 것이다. 스스로 '자아의 신화'를 만들갈 생각을 하지 않고, 타인에게 의지해 좀 더 쉽게 갖으려는 천민 자본주의. 타인에게 의지해 '자아의 신화'를 손쉽게 얻으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점점 '자아의 신화'를 찾기가 힘들어 진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탐욕'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티아고를 방해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를 돕는 사람들도 어떤 이유가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결정이다. 우유부단하게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자아의 신화'를 얻는다 한들 그것은 유한하다. '만물의 정기'와 소통하지 못하면 '자아의 신화'를 유지 할 수 없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만물의 정기'는 주변의 변화를 세심하고 주의깊게 지켜보는 일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우연은 없다'라는 말처럼 모든 것은 자신과 주변 사람이 만들어 놓은 그 어떤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산티아고에게 대가를 요구한 사람, 가난해 보이는 산티아고를 비웃는 사람, 산티아고를 속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만든 상황이라도 '만물의 정기'와 소통해야 한다. 그 소통은 새로운 사람(기회)와 에너지를 주기 위함이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소설 <연금술사>는 '보물의 비밀'을 담고 있다.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보물지도'는 재밌는 이야기로 친절하게 해석되어 있다. 살다보면 우리는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자아의 신화'와 '우주의 언어'를 잃어버린 것이다. 한번도 '삶의 여정'에 대해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고, 우리에게 보물은 언제나 화려한 금화의 모습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 <연금술사>는 단조로운 구성을 가졌지만, 인생의 전 과정을 깊은 통찰력으로 보여주고 마지막의 작은 반전도 소설적 재미와 의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지만, 중고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서 추천하고 싶다. 만약 학창시절에 이 책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아니 이해를 못하더라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면 '중요한 순간'에 훌륭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주변에 '자아의 신화'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자아의 신화'는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그것은 주변까지 힘을 미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연금술사는 지금 어떤 모습인지, 나의 보물은 과연 무엇인지, 오늘밤 찾아봐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