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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상문

'한승원의 소설쓰는 법'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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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제목이 말해주듯 '소설쓰기'에 대한 '대단한 비법'이라도 싶을까 해서 선택했던 책이었습니다. 두손으로 펼친 책에서 서두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을 때는 얼마나 흥분되고, 기대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작가의 말'을 읽고 이토록 희망차게 웃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러나 한장 한장 넘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쉬운듯 어려운 책의 내용들이 제 마음을 무겁게 하더군요. 이런 류의 책을 몇권 읽어보기는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소설쓰기'에 대한 '대단한 비법'은 없었습니다. 이쯤되니까 애초부터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비법'보다는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힌트를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책들이 제게 주는 답변이란... 


"너는 알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모르는 것도 아니다."


살다보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듯할 때가 있는데,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아직 많이 모른다'라는 자기비하와 지나친 고민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지름길'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고요. 그 덕에 '알지도 못하고, 모르는 것도 아닌' 나의 '소설쓰기'는 책을 읽기 전보다 더 수렁에 빠진 기분이었습니다. 이 책을 끝으로 더 이상은 '쓰는 법'을 알기위한 목적으로는 책을 구입하지 않으려 합니다. 뭐, 지금 사놓은 것들은 어쩔 수 없지만...


이 책이 작가 지망생들에게 다가서기 힘든 이유는 이렇습니다.

 1. 작가 자신의 방법론이 없다.

저 작가는 어떻게 글의 구조를 만들어갈까?
저 작가는 어디서 어떻게 소재를 발굴하고 있을까?
저 작가는 글을 쓰다가 막힐 때,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풀어갈까?

등등...보통의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소설을 쓸까'하는 점입니다. 이 바닥에 정답이 없다는 거야 누구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글쓰는 방법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며, 자신의 방법과 비교하면서 위안을 삼기도 하고, 고민도 해봅니다. 예전에 '영화 시나리오 작법'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현업으로 뛰고 있는 작가분이 자신의 작법을 노골적을 알려주더군요. 그 방법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시나리오 쓰기'를 어려워했던 나같은 초보들에게 자신감과 충분히 참고할 만한 작법 한가지를 알았다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승원의 소설쓰는 법'은 쓰는 법이라기 보다는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내용으로 채워진 듯 했습니다.


 2. 소제목에 대한 예시가 덜 적합니다.

전반적으로 글의 톤이 좀 무겁습니다. 요즘말로 비유하자면 '세대차이'난다고 나 할까요? 그러다보니 작가의 설명이 뭔가에 자꾸 걸려서 다시 읽고, 다시 읽고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제목과 예시가 서로 매끄럽게 연결되어 머리에 남지 못했습니다. 활자의 의미는 알겠으나, 뭔가 아쉬운 느낌. 대부분의 예시가 작가의 소설에서 따오다보니 사투리가 많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사투리의 정감이 느껴지고, 한국적인 문장의 맛을 알수 있어서 참 좋았는데, 글쓰기 교육(?)으로서는 좀 어렵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 책이 '쓰는 법'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 하여, 배움이 전혀 없다 할수는 없습니다. 책이 의외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분명 제 '글뇌'가 허술해서 그럴테지만, 작가가 독자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마음은 충분히 느껴졌으며, 많은 깨달음과 숙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본래 작가가 의도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 지망생들이 앞으로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책은 무엇이고, 그 책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수많은 문장에 속에 담긴 뜻이 무엇이며 어떻게 표현했는지, 글을 쓸 때는 어떤 마음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소설을 쓸 때 무엇에 유의하며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등등....

책에서 보여준 그의 자작소설 예시들은 절제된 아름다움과 슬픔이 묻어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 작가의 삶이 어떠했는지 짐작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그의 연륜 만큼이나 깊이있는 문장들을 다시 보기 위해 저는 분명 그의 책을 앞으로 몇 권 더 선택할 것입니다.  우리네 정서가 잔뜩 묻어나는 그만의 표현력을 훔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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